▲ 호잉(왼쪽)과 이용규.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한화는 올 정규 시즌을 3위로 마쳤다. 가을 야구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깬 기대 이상의 선전이었다.

그 중심엔 뛰는 야구가 있었다. 장타율이 4할2푼2리로 꼴찌에서 두 번째인 팀. 화려해 보이는 이름값에 비해선 타선의 힘이 떨어졌다. 그 모자란 부분을 뛰는 야구로 메웠다. 선발의 약점은 불펜으로, 모자란 화력은 발로 메꾸며 매 경기를 풀어 갔다.

한화는 올 시즌 도루 1위 팀이다. 118개의 도루로 꼴찌 롯데보다 무려 50개의 도루를 더 성공 시켰다.

과제는 내년 시즌에도 이어진다. 뚜렷한 전력 보강 없이 맞게 되는 시즌. 한화는 또 한번 뛰는 야구를 성공시켜야 올 시즌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

한화는 내년에도 뛰는 야구를 성공시킬 수 있을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도루를 많이 할 수 있는 선수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한화는 많은 도루를 한 팀이지만 두 자릿수 도루를 한 선수는 이용규(30개) 호잉(23개) 하주석(14개) 등 3명에 불과했다. 이성열(9개) 최재훈(8개) 등 의외의 선수들이 많은 도루를 성공시키며 전체적인 개수를 끌어올렸지만 아직까지 20개 이상의 도루를 확실하게 해낼 선수는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도루를 하려면 일단 출루가 기본 베이스로 깔려야 한다. 출루도 하며 뛸 수 있는 선수는 올 시즌 기준으로는 이용규와 호잉이 전부라고 봐야 한다. 내년 시즌 하주석이 타격 부문에서 좀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되고는 있지만 뚜껑은 열어 봐야 알 수 있다.

한화의 발 야구는 단순히 도루가 많아지며 이뤄진 것이 아니다. 한 베이스를 과감하게 더 진루하며 만들어 낸 결과다.

그런데 이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도 이용규와 호잉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 중 안타 때 1루에서 3루까지 진루에 성공한 비율은 하주석이 43.8%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이용규(38.5%)와 호잉(38.1%)이 이었다.

2루에서 홈으로 들어온 비율은 이용규가 85%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전체적인 발 야구의 비중에서 이용규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결국 한화의 발 야구가 살아나기 위해선 이용규와 호잉이 올 시즌처럼 버텨 주는 가운데 새로운 젊은 피들의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한화의 공격 야구는 내년 시즌에도 'if'가 너무 많이 붙어 있다. 전체적인 장타력이 살아나야 하고 새로운 얼굴들의 성장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선 호잉이나 이용규 같은 선수들이 올 시즌의 활약을 내년에도 최소한 이어 가야 한다. 반대로 호잉과 이용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선수들의 성장도 절실하다.

한화의 발 야구는 의외성이 큰 힘이 됐다. 안 뛰던 팀이 갑자기 많은 주루 플레이를 하며 상대를 당황하게 만든 내용이 컸다.

내년 시즌엔 이에 대한 타 팀들의 대비가 이뤄질 것이 분명하다. 한화로서는 또 한번의 도전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또한 호잉이나 이용규 이외의 선수들이 보다 힘을 보태야 한다. 단순히 많이 뛰는 것만이 아니라 많이 나가며 상대를 흔들 수 있어야 한다. 현재로선 그 플레이를 해 줄 확실한 카드는 호잉 이용규뿐이라는 사실을 냉철하게 인정하고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한화는 희생번트가 가장 적은 팀이었다. 한용덕 감독이 번트를 선호하지 않는 것도 있었지만 성공률이 너무 떨어지는 것도 한 이유가 됐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더 진루하려는 욕심과 도전이 있어야 한다. 팀 전체가 같은 생각으로 묶여 있어야 한다.

한화는 내년 시즌에도 계속 달릴 수 있을까. 호잉과 이용규의 짐을 얼마나 나눠 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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