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을 진행하는 미하엘 뮐러 기술발전위원장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파주, 유현태 기자] P급 지도자 강습회로 한국 축구가 발전할 수 있을까.

대한축구협회는 파주 NFC에서 2018-19년 P급 지도자 강습회 1차 모듈을 진행하고 있다. 11일 104시간에 걸친 긴 여정이다. 이번에 모든 교육이 완료되는 것이 아니라 내년 10월까지 A매치 기간을 적절히 활용해 5차까지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P급 지도자 자격증은 AFC가 발급하는 최고 단계의 자격증이다. D급(만 8세 이하 유소년 팀), C급(초등학교 및 만 12세 이하 유소년 클럽 팀), B급(중, 고교 및 만 18세 이하 청소년 클럽 팀), A급(국내 모든 팀 및 각급 대표팀) 자격증을 차례로 취득한 뒤, 고등학교 이상 등록 팀 지도경력이 5년 이상 지도한 경력이 있어야 P급 자격증 코스에 지원할 수 있다.

이번 강습회는 미하엘 뮐러 대한축구협회 기술발전위원장, 김남표, 최승범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강사가 교육을 진행한다. 뮐러 위원장이 12일 공개된 교육을 마친 뒤 전체적인 방향을 설명했다.

"P급 교육 전체를 논리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준비했다. 코칭방법론을 먼저 수업했다. 그 이론이 운동장에서 적용하기 위해 실기 수업을 진행했다. 첫 주이기 때문에 전술적인 것보다 기술적인 것을 먼저 주제로 줬다. 편하게 분위기에 녹아들고 함께 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음 주와 내년 진행될 모듈에선 전술적인 것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코칭방법론은 계속 진행하지만 개인 전술, 그룹 전술로 내용을 발전시킬 것이다. 2,3차 훈련 모듈 이후엔 팀 전술에 대해 공격과 수비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그 과정으로 가려면 첫 주가 중요하다. 그 기본을 가지고 발전시킬 것이다. 4차 모듈에선 3차 모듈까지 배운 것을 시험적으로 운용해볼 것이다. 지금은 아이디어나 도구를 주지만, 마지막엔 스스로 스타일을 보여줘야 한다. 마지막 5차 모듈은 시험이다." - 미하엘 뮐러 기술발전위원장

교육하는 내용 외에도 교육 방법도 중요하다. P급 강습회에 참여하는 지도자들은 경험과 지식이 풍부하다. 이번에도 김종부 경남FC 감독을 필두로 프로와 실업, 대학, 고교 무대,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 해외에서 대표팀을 맡은 이들까지 다양한 지도자들이 모였다. 

▲ 실기 수업이 끝나면 모두 모여 강평회를 연다. ⓒ대한축구협회

◆ 토론과 발표, '무엇'만큼 중요한 '어떻게'

뮐러 위원장이 꼽는 가장 중요한 방식은 '토론'과 '발표'다.

토론은 지도자들의 생각을 여는 도구다. 4,5명씩 조별로 다른 과제를 받아 훈련을 실제로 진행하는데, 이를 지켜보고 평가하는 것 역시 동료 지도자들이다. 서로 다른 생각을 꺼내놓으면서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다. 김남표 전임지도자는 "강사들한테도 배우지만 이렇게 지도자들끼리 모이는 경우가 없다.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게 하는 것도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한다.

'P급' 지도자들에게 토론은 유용한 도구다. 각자 소속 팀으로 돌아가면 선두에 서서 팀을 이끄는 지도자들에게 무조건 지식을 넣는 방식은 어울리지 않는다. 각자 축구에 대한 접근법과 철학이 다르다. 무엇이 정답이라고 확정할 수도 없다. 김 전임지도자는 "P급 지도자는 선수로서, 지도자로서 경력이 많으니 존중해준다"면서 "뭘 주입시키는 것보다 수강생의 안에 있는 것을 꺼내는 게 중요하다. 상자에서 뭔가 꺼내놓으라고 한다. 지식의 전달보단 갖고 있는 재능을 깨우는 게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생들이 많은 것들을 하게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실기 교육이 끝난 뒤 진행된 강평회 동안 강사들 역시 '~하면 좋겠다'는 정도로 의견을 제시할 뿐 정답은 주지 않는다.

발표를 연습하는 것은 지도자가 실제 코칭을 할 때 유용한 도구다. 실제로 선수들을 지도할 때 내용을 전달하는 연습과 같다. 강습회에서는 발표와 직접 훈련을 시연해 보면서 충분히 연습하도록 기회를 준다. 뮐러 위원장은 "교육 때 중요할 때 이론과 실기를 어떻게 적용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지속적으로 발표를 시키고 보여주게 한다. P급은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면, 강평회 동안 선수들을 지도할 때 "공격적으로 하라!"는 말 대신 "어떻게 하면 좋겠나?"라는 질문을 던져 선수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 나왔다. 또는 '훈련 때 선수들은 정신적 긴장이 있어야 한다. 훈련과 주제에 관해 미리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명확한 훈련 목표를 설정의 필요성도 설명했다.

▲ 훈련을 직접 진행하고 또 수행하는 수강생 지도자들. ⓒ대한축구협회

◆ 수강생들의 평가 "새로운 경험"

직접 교육에 참가한 지도자들은 '새로운 경험'이라고 이번 강습회를 설명한다. 늘 현장 일선에서 일하던 지도자들은 주로 '가르치는 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이번엔 자신이 생각한 축구와 지도 방식 자체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다. 자신의 업무를 '낯설게 보는' 장이다.

"미하엘 뮐러 위원장님이 각 지도자마다 특성을 잘 살려서 의견을 낼 수 있게끔 한다. 경기장, 필드에서 보다가 코치하는 것을 공유하면서 새롭게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점이 있다" (김종부 감독)

"선수들한테는 스스로 생각했던 것을 이야기하면 된다. 지금은 주제에 맞게 해야 한다. 저희 생각과 강사님 생각에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 생각을 조합하고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박동혁 아산 감독)

토론, 발표를 강조하는 수업 방식 역시 이젠 지도자들도 잘 받아들인다는 평가다. 김남표 전임지도자는 "수강생들의 자세도 예전에는 경직됐지만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았다"고 평가했다. 박 감독 역시 "다 베테랑 감독님이 계신데도 주제 하나를 주면 엄청 고민을 많이 하고 토론도 몇 시간씩 한다. 축구는 감독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여럿이 함께 공부하고 느끼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동료 지도자들과 함께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뮐러 위원장은 "목적은 지도자들이 즐기면서 많이 배워가는 것을 바라고 있다. 결국은 한국 지도자들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며 이번 강습회의 목표를 밝혔다. 서로 다른 생각을 공유하고 견줘가면서 다양한 축구가 나올 수 있다. 한국 축구는 정형화됐다는 지적을 탈피해 더 창의적이고 즐거운 축구를 펼치는 것이 이번 강습회의 숨은 목표기도 하다. 김남표 전임지도자는 "깊이도 중요하지만 교육의 목표는 다양성이다. 다양한 연령층, 그룹, 계층에서 아이디어, 경험을 공유하는 게 한국 축구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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