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효상이 몸을 날려 파울 볼을 잡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올 스토브리그에서는 유독 포수들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선 굵직한 FA 계약이 줄을 이었다. 한국시리즈 우승 포수 이재원이 4년 총액 69억 원에 SK에 잔류했다. 이어 양의지가 역대 포수 FA 최고액인 4년 125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숫자를 찍으며 NC에 새 둥지를 틀었다.

오버 페이 논란을 떠나 각 팀이 '좋은 포수'에 대한 갈증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는 계약 릴레이였다.

삼성에서 FA 포수 강민호 영입으로 입지가 줄어들었던 이지영이 삼각 트레이드를 거쳐 넥센 유니폼을 입게 된 것도 작지 않은 바람을 일으킨 소식이었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선물"이라는 표현을 쓰면서까지 이지영 영입을 반겼다. 이지영을 데려오지 않았다면 김재현의 입대 공백을 주효상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기 때문이다.

주효상은 2016년에 데뷔한 3년차다. 고졸 선수이다 보니 아무래도 포수로서 경험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나름의 몫을 해내고 있다는 평가는 받고 있었지만 그에게 풀 시즌을 맞추기엔 부담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주효상은 일반적인 평가보다 훨씬 좋은 포수다. 다른 사람들도 아닌 넥센 투수들의 신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포수가 야구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있느냐에 대해선 여러 가지 논란이 있다. 볼 배합을 시작으로 경기를 만드는 선수라는 주장이 있고 결국 더 중요한 건 투수의 능력이라는 평가도 있다. 후자의 경우 포수의 비중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어느 쪽 주장이건 같은 지점을 이야기하는 내용이 있다. 포수가 투수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점이다. 투수가 포수를 믿고 공을 던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포수를 보는 어느 시각에서도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그런 관점에서 주효상은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짧은 시간 넥센 투수들에게 매우 두둑한 신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주효상이 얼마나 믿음을 주고 있는지는 그와 짝을 자주 이루는 투수 한현희의 인터뷰에서 알 수 있다.

한현희는 "올 시즌 투심 패스트볼을 많이 활용하며 좋은 결과를 많이 얻었다. (주)효상이와 짝을 이룰 땐 포심 사인에서 투심을 던지는 경우가 많았다. 상대에게 사인을 읽힐 수도 있기 때문에 효상이까지 속이면서 포심 패스트볼 사인을 내놓고 투심을 던졌다. 공 잡기 쉽지 않았을 텐데 효상이는 언제나 아무 일 아니라는 듯이 포심 사인 때 투심을 안정적으로 잡아 줬다. 효상이를 믿고 자주 이 방법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투심 패스트볼은 안정적인 캐칭이 쉽지 않은 공이다. 공이 거의 마지막 순간에 변하기 때문이다. 프레이밍을 하기 힘든 대표적 구종으로 꼽힌다.

게다가 포심 사인에서 투심이 들어오면 더욱 당황할 수 밖에 없다. 안정적인 포구를 하기 더 어려워진다. 하지만 주효상은 어린 나이에도 그런 안정감 있는 캐칭을 해낼 수 있다.

프레이밍의 기본은 최대한 스트라이크처럼 공을 보이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움직임이 적을수록 유리하다. 포심 사인에서도 투심을 흔들리지 않고 잡아낼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주효상이 투수들에게 큰 믿음을 심어 줄 수 있는 대목이다.

주효상은 이처럼 빠르게 넥센 투수들의 신뢰를 얻어 냈다. 그만큼 좋은 역량을 갖고 있는 포수다. 이지영의 뒤를 받치며 경험을 더 쌓으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이지영 영입이 주효상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이유다.

넥센은 주효상에게 한 시즌을 맡기는 모험은 피했다. 하지만 주효상은 이미 꽤 좋은 포수로 성장하고 있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리게는 됐지만 좋은 출발을 하고 있는 만큼 성장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앞으로 주효상의 포구를 좀 더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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