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 지난 1일(이하 한국 시간), 패션쇼를 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화려한 복장을 갖춘 이들이 코트에 들어섰다. 코치, 감독부터 현지 중계진까지 모두 화려하게 변신했다. 고인이 된 크레이그 세이거 사이드라인 리포터 추모의 날이었기 때문이다. 

세이거는 사이드라인 리포트의 전설이다. '사이드라인 슈퍼스타'라는 칭호를 얻기도 했다. 그는 지난 1972년 지역방송사 리포터로 시작해 야구, 풋볼, 골프, 테니스, 월드컵, 동계 올림픽 등 여러 종목에서 활약했다. 

가장 많은 팬들에게 사랑을 받은 건 TNT에서 NBA 리포터로 활약한 지난 17년이다. 화려한 옷차림과 재치 있는 입담 등으로 선수 못지않은 인기를 얻었다. 

세이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화려한 복장이다. 누가 봐도 ‘세이거’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눈에 띄는 옷을 입었다. 이는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습관이다. 당시 세이거는 프로필 사진을 찍을 때 일반적으로 입는 파란색과 검은색의 옷이 아닌 화려한 색을 선택했다. 

이후 자신의 컬렉션을 점점 늘려갔다. 수십 벌의 정장과 블레이저뿐만 아니라 넥타이도 수백 개를 모았다. 평소에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사람들 앞에 서야 하는 자리에는 항상 독특한 옷을 선택했다.

▲ 크레이그 세이거는 NBA 사이드라인 리포트의 전설이다.
화려한 옷 때문에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열정만큼은 대단했다. TV 해설위원 휴비 브라운은 "세이거는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열심히 일했다. 그는 항상 스토리를 찾았다"고 밝혔다. 

세이거는 뻔한 내용을 전달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신선한 질문으로 대답을 끌어냈다. 필요할 때는 라커룸까지 들어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시청자에게 모든 걸 전달하기 위해 에너지를 쏟았다. 터너 스포츠의 사장 데이비드 레비는 "세이거 같은 리포터는 다시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의 놀라운 재능, 지칠 줄 모르는 열정, 그의 헌신 등이 전 세계 스포츠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NBA 리포터로 활약하면서 가장 많은 화제를 불러모은 장면은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그렉 포포비치 감독과 인터뷰일 것이다. 항상 만나면 두 사람은 티격태격했다. 많은 질문을 하고 싶은 세이거와 퉁명스러운 포포비치 감독이 자주 부딪혔다. 물론 사적으로 친한 사이이기에 하는 장난이었다. 

그런 즐거운 순간도 잠시, 세이거는 코트를 떠나야 했다. 지난 2014년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갑자기 자리를 비운 세이거에게 팬들과 선수들, 방송 관계자는 'Sager Strong'을 외쳤다. 그에게 힘을 주는 메시지였다.

메시지가 전달된 덕분일까. 그는 2015년 3월 다시 마이크를 잡고 복귀했다. 화려한 옷차림과 현란한 말솜씨는 여전했다. 포포비치 감독은 "난생처음으로 인터뷰를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자네가 우리 곁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복귀를 환영한다"라며 어느 때보다 따뜻하게 세이거를 반겼다.

병마는 질겼다. 복귀한 지 약 한 달 만에 재검진에서 종양이 발견됐다. 시한부 판정까지 받게 되었다. 3~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 파이널 무대를 처음 밟은 크레이그 세이거
그런 그는 마지막 선물을 받았다. 지난 2016년 NBA 파이널 사이드라인 리포터로 나서게 된 것. 방송 데뷔 35년 만에 파이널 무대를 밟았다. 그가 속한 TNT는 파이널 중계권이 없어 그가 마이크를 잡을 일이 없었다. 그러나 중계권을 가진 ESPN과 ABC가 특별히 세이거를 초대했다. 세이거는 파이널 6차전 경기를 자신의 스타일로 풀어갔다.

경기 후 르브론 제임스는 "도대체 당신이 30년 넘게 파이널 무대에 서지 못했을까? 이건 말도 안 된다"라며 "많이 보고 싶었다. 다시 보게 돼 정말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후 세이거를 방송 화면에서 볼 수 없었다. 백혈병을 이겨내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였지만 병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2016년 12월 16일, 65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세이거가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됐다. 그러나 NBA 팬들과 관계자는 여전히 그를 기억하고 추억한다. 그의 영향력이 누구보다 컸기 때문이다. 세이거가 보여준 경기에 임하는 태도와 열정은 앞으로도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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