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닉스오픈이 열리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TPC 스코츠데일에는 해마다 '구름 관중'이 모인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골프 황제 부활을 알린 투어 챔피언십도, 124년 전통의 US오픈도 아니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지난 12일(한국 시간) 열정적인 응원과 야유를 허용한 피닉스오픈을 '올해의 대회'로 선정했다.

지난 2월 열린 피닉스오픈은 금기를 깬 골프 대회로 유명하다. 갤러리에게 음주와 고성방가는 물론 샷 실수를 범한 골퍼에게 야유까지 허용한다.

무도회 분위기 물씬 나는 춤판이 벌어지는가 하면 치킨과 맥주를 즐기는 '치맥 파티'도 곳곳에서 펼쳐진다.

홀 디자인도 독특하다. 16번홀(파3)이 특히 화제를 모은다.

티박스부터 그린까지 검투장처럼 관중석으로 둘러싸인 구조다. 축구 경기장처럼 선수의 모든 플레이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로마 시대 콜로세움을 연상케 한다. 이 홀에선 골퍼가 샷을 할 때마다 2만여 갤러리가 시끌벅적 지켜보고 탄성과 야유를 쏟아낸다.

일반적으로 정숙을 요구하는 다른 대회와 뚜렷이 구분된다. 피닉스오픈에선 금기가 사라진 대신 그 자리에 축제가 들어섰다.

이 같은 축제성 덕분에 매년 '흥행 대박'을 거두고 있다. 마스터스, US오픈 등 메이저 대회 2배 이상 인파가 몰린다.

지난해 약 62만 명이 피닉스오픈을 찾은 데 이어 올해도 70만 명에 가까운 갤러리가 색다른 골프 축제를 즐겼다.

▲ 로마 시대 콜로세움을 연상케 하는 TPC 스코츠데일 16번홀
골프는 대표적인 멘탈 게임이다. 샷 하나에 크게 동요되는 스포츠다.

그래서 '갤러리 반응'이 큰 변수로 작용하기도 한다. 플레이마다 탄식과 탄성을 바로 옆에서 들으면 백전노장도 평정심 유지에 애를 먹는다.

길지 않은 퍼팅을 실수할 때나 드라이버샷 슬라이스가 났을 때 '쯧쯧쯧' 혀 차는 소리가 들리면 골퍼는 맥이 빠진다. 순간적으로 몸이 굳는 느낌까지 든다고 한다.

피닉스오픈은 이 같은 종목 특성에 여러 질문을 던지는 대회다. 갤러리에게 에티켓 부담을 덜어주고 '놀 공간'을 제공하니 대회 매력이 한껏 상승했다. 피닉스오픈에 구름 관중이 모이는 건 이러한 대회 캐릭터에 수요가 있다는 것이다. 젊은층과 여성 팬 유입에도 호재다.

골퍼가 최상의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마련하는 일과 갤러리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제공하는 일, 둘 모두 놓칠 수 없는 가치다. 두 요소가 어느 선에서 맞닿아야 최상의 시너지가 나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피닉스오픈의 올해의 대회 선정 소식을 접하며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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