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잠실, 곽혜미 기자]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2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5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롯데 손아섭이 안타를 날리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롯데 손아섭은 패스트볼 강자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손아섭의 패스트볼 타율은 3할7푼7리나 됐다. 지난 시즌 3할4푼3리보다도 훨씬 높아진 수치다.

손아섭은 순도가 높은 패스트볼 강자이기도 하다. 공이 빨라질수록 강해지기 때문이다.

한국 프로 야구에서 대부분 패스트볼은 시속 138km에서 145km정도에서 형성된다. 그보다 빠른 공은 대단히 위력적인 공으로 평가를 받는다.

똑같이 패스트볼에 강점을 보이는 타자라 할지라도 구속에서는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있는 이유다. 패스트볼 상대 타율이 높아도 145km가 넘는 빠른 공에는 잘 대처하지 못하는 타자들이 많다.

손아섭은 반대다. 공이 빨라질수록 더 강해진다.

A팀 전력 분석원은 "우리 팀 상대 자료에 국한되긴 하지만 손아섭은 145km가 넘는(KBO 리그에서 가장 빠른 수준인) 구속 구간에서 가장 강세를 보였다. 145km 이상 구속의 인플레이 타구 타율이 4할이 넘었다. 공이 빨라질수록 더 타율이 높아졌다. 전력 분석 회의에서 손아섭과 빠른 공 승부를 하려면 무조건 힘으로 억누르려 하지 말자고 내부적으로 협의한 바 있다"고 말했다.

138km에서 145km 사이 구간에서 강하지만 그 이상 빨라지면 타율이 떨어지는 선수는 '내수용'이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 국제 대회에 나가 보다 빠른 공이 들어오면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KBO 리그의 빠른 공에 잘 대처한다고 해서 다 같은 '패스트볼 강자'라고 할 수는 없다.

대표 팀을 선발할 때 구속 구간별 타율을 반드시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KBO리그엔 빠른 공 하나만으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투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염경엽 SK 감독은 현대 유니콘스 운영팀장 시절 브룸바를 영입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 바 있다.

"브룸바가 나름대로 좋은 타격 메커니즘을 갖고 있고 성실한 자세도 보여 줬다. 그런데 미국에선 성적이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구속별로 기록을 다시 뽑아 봤다. 145km 이하 공은 기가 막히게 쳤다. 하지만 그 이상의 공에서는 타율이 확 떨어졌다. 한국에선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브룸바를 영입하게 됐고 좋은 결과를 얻은 바 있다."

반대로 145km가 넘는 더 빠른 공을 잘 친다는 건 그만큼의 자산이 될 수 있는 내용이다. 상대 투수가 스피드가 있다 해도 함부로 빠른 공으로 정면 승부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빠른 공에 대한 자신감은 변화구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 주는 방법이기도 하다. 굳이 빠른 공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고 상대 투수의 투구를 기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 투수가 공이 빠르면 일단 그 공에 집중할 수 밖에 없지만 손아섭은 145km 이상의 구속에도 대응력이 빼어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부담을 상대적으로 덜 수 있다.

빠른 공에 대한 대처 능력이 점점 더 좋아진다는 건 현재 손아섭이 전성기의 상승 구간을 지나고 있다는 뜻이 될 수 있다. 내년 이후 성적에 대해서도 기대치가 덩달아 높아진다. 

공이 빨라질수록 대처 능력이 더 좋아지는 손아섭. 그에 대한 기대치를 좀 더 높게 잡아도 좋은 이유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