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항서 감독(가운데)과 그가 이끄는 베트남 축구 대표 팀이 베트남 사회를 '하나'로 묶었다.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4만여 관중도, 권력 서열 2위도 덩실덩실 춤을 췄다.

16년 전 어느 동아시아 국가가 그랬듯 베트남은 지금 축구로 하나가 됐다. 그 중심에 '박항세오(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식 발음)'가 있다.

베트남은 15일(한국 시간) 베트남 하노이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8 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를 1-0으로 이겼다.

1차전을 2-2로 비긴 베트남은 1, 2차전 합계 3-2로 우승을 차지했다. 스즈키컵 정상은 2008년 이후 10년 만이다.

베트남은 하나가 됐다. 사회 전체가 축제다. 결승 2차전 종료 휘슬이 축제 시작을 알리는 총성처럼 느껴질 정도다.

거리마다 오토바이와 자동차 경적, 부부젤라 소리가 귀를 때린다. 국기를 들고 시내를 돌아다니는 시민은 부지기수. '한국의 그때'와 똑닮았다.

박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 선전이 마중물이 돼 사회 에너지가 폭발한 모양새다.

미딘 경기장을 가득 메운 4만여 팬들은 모르는 사이라도 얼싸안았다. 지축이 흔들릴 만큼 환호하고 울었다. 거친 플레이로 일관한 말레이시아 선수를 향해선 너도나도 야유를 쏟아냈다.

4만 명이 마치 한 사람 같았다. 같은 정서를 공유했다.

유력 정치인도 '공놀이 마력'에 흠뻑 젖었다. 결승 2차전을 직접 관람한 베트남 권력 서열 2위 응우옌 쑤언 푹 총리가 그랬다.

올해 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친 것처럼 푹 총리도 지도자 옷을 잠시 벗고 온몸으로 기쁨을 즐겼다.

자국 선수가 찬 공이 골망을 흔들 때 벌떡 일어나 기뻐했다. 두 손을 번쩍 들어 환호했다. 

베트남이 위기에 몰릴 땐 주변 사람과 '함께' 긴장했다.

푹 총리는 경기가 끝난 뒤 피치로 내려가 결승골을 터트린 응우옌 안 득을 격려했다. 두 팔로 선수를 안으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박 감독을 향해선 양쪽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한참이나 포옹한 뒤 보이는 감사 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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