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마약왕' 스틸. 제공|쇼박스
[스포티비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마약왕'은 1970년대 국내를 배경으로 한 범죄물이다. 실제로 수없이 일어난 마약 유통사건을 모티브로 한 창작물이다.

'마약왕'의 시대적 배경은 마약도 수출을 하면 애국이 되던 시절이다. 하급 밀수업자 이두삼(송강호)이 우연히 마약 밀수에 가담했다가 제조와 유통사업까지 뛰어 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두삼의 일대기를 통해 1970년대의 풍경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두삼의 "이 나라는 내가 먹여 살렸다 아이가"라는 비명에 가까운 외침은 이 시대가 얼마나 아이러니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화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어둡다. 사이사이 숨을 쉴만한 유머가 등장하지만 짧은 헛웃음일 뿐, 영화의 분위기를 바꾸지는 않는다. 마약이라는 조심스럽고도 무거운 소재를, 이두삼을 연기한 송강호가 요리했다.

'마약왕'은 이두삼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다. 그를 위협하는 인물과 조력자들까지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때로는 도움을 주지만 어느 순간 해를 가한다. 범죄자들 속 범죄자의 이야기인 만큼 당연하다. 하지만 이 과정이 흥미롭기 보다는 무겁고 답답하다.

▲ 영화 '마약왕' 스틸. 제공|쇼박스

송강호를 필두로 조정석, 배두나, 김대명, 김소진, 조우진, 윤제문, 그리고 특별출연인 이성민과 김홍파까지 배우들의 연기는 뛰어나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에서 케미스트리를 기대하긴 어렵다. 각자의 역할에는 충실하지만 인물들이 부딪히면서 발생하는 재미는 다소 약하다.

이두삼의 일생을 따라가는 만큼 송강호의 연기를 보는 맛은 있다. 눈썰미가 좋고, 상황 판단이 빠르며, 위기 대처 능력도 뛰어난 이두삼은 손재주까지 지녔다. 송강호는 이런 이두삼을 재기발랄하게 표현했다. 영화의 완급 조절을 하면서도 이두삼의 본질을 놓치지 않았고, 그를 통해 1970년대 혼란스러웠던 사회를 잘 담아냈다.

영화의 후반부 나락으로 떨어진 이두삼을 표현한 송강호의 연기는 압권이다. 송강호의 연기력으로 꽉 채운 해당 장면은 한편의 연극을 보는 듯 하고, 오롯이 송강호라는 배우에게 집중하게 만든다.

▲ 영화 '마약왕' 스틸. 제공|쇼박스

이 작품은 영화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의 차기작으로 관심을 받았다. '내부자들'은 악을 잡는 악의 이야기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또 매력적인 캐릭터와 촌철살인 대사들은 몇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물론 결말이 주는 감정과 다양한 해석이 존재했지만, 영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오는 쾌감은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런 '내부자들'의 매력적인 지점을 생각하고 '마약왕'을 관람한다면 답답함과 지루함을 느낄 수 있고 당황할 여지가 크다.

두 영화의 포스터만 봐도 그 차이가 확연하다. '내부자들'은 인물 사이의 관계에 집중했다면, '마약왕'은 범죄자, 혹은 왕으로 불렸던 이두삼이라는 인물에 집중했다. 영화는 이두삼을 꾸준하고 성실하게 따라간다.

▲ 영화 '마약왕'-'내부자들' 포스터. 제공|쇼박스

이미 '마약왕'의 시작 자체가 큰 사건이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예상할 수 있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큰 액션이나 매력적인 캐릭터 없이, 또 뚜렷하게 기억에 남지 않는, 너무나도 흔하고 뻔한 대사들이 나열된 러닝타임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19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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