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레이커스가 완벽한 수비 전략으로 골든스테이트를 잡아냈다.
[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 LA 레이커스가 디펜딩 챔피언을 무너뜨렸다.

레이커스는 26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오라클 아레나에서 열린 2018-19 NBA(미국 프로 농구) 정규 시즌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원정경기에서 127-101로 이겼다.

골든스테이트는 지난 4년간 3번의 우승을 차지한 명실상부 리그 최고의 팀이다. 올 시즌 초반 주축 선수들의 계속된 부상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성적은 리그 상위권이다. 공격도 여전히 좋다. 100번의 공격 기회에서 득점 기대치 리그 1위(112.9점)를 질주하며 화력 농구를 펼치고 있다.

레이커스는 이날 골든스테이트 공격을 막기 위해 여러 준비를 했다. 골든스테이트 출신 루크 월튼 감독과 제시 머미스 코치가 머리를 맞대고 수비 전략을 짰다.

그 결과 골든스테이트 주축 3명을 모두 막는 데 성공했다. 스테픈 커리(15점 5어시스트 FG 5/17), 케빈 듀란트(21점 7리바운드 7어시스트 FG 5/13), 클레이 톰슨(5점 3리바운드 3어시스트 FG 2/7)에게 41점 FG 32.4%(12/37)만 내줬다.

레이커스는 이날 어떤 수비로 골든스테이트 공격을 막았을까. 선택과 집중 그리고 강한 압박 수비가 돋보였다.

괴롭히기
골든스테이트 공격은 커리로부터 시작된다. 드리블 이후 3점슛, 2대2 게임, 패스 이후 움직임 등을 이어간다. 따라서 레이커스는 론조 볼을 커리의 전담 수비수로 붙였다. 볼은 끊임없이 커리를 괴롭혔다. 커리가 가는 곳마다 붙어 다녔다. 그를 괴롭혀 체력을 떨어뜨리고 리듬을 빼앗기 위한 작전이었다.

고 오버(Go Over)
골든스테이트는 스크린을 많이 펼치는 팀이다. 스크린을 통해 상대의 스위치 디펜스를 유도하거나 빈틈을 만드는 데 능숙하다. 골든스테이트가 스크린을 할 때마다 스위치 디펜스를 펼쳐 공간을 내주지 않는 전략을 펼치는 팀들도 많다.

레이커스는 달랐다. 스크린을 무조건 쫓아갔다. 뒤늦게 로테이션이 되더라도 끝까지 따라갔다. 특히 스크린 밑으로 처지지 않고 위쪽으로 가는 ‘고 오버’를 선택했다.

커리와 케본 루니가 2대2 게임을 펼친다. 볼은 스크린 밑으로 처지지 않고 위쪽으로 고 오버를 선택했다. 이후 끝까지 쫓아가 커리가 슛을 던질 때까지 콘테스트한다.

이는 쇼 디펜스(Show Defense)를 펼치겠다는 월튼 감독의 계획 덕분이었다. 볼은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터프한 수비를 펼치고, 빅맨 수비수 이비차 주바츠는 커리의 이동 경로를 막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주바츠가 3점슛 라인 밑으로 많이 처지지 않는다는 점. 커리의 3점슛이 위력적이기 때문에 커리의 돌파를 막으면서 볼이 리커버리할 때까지 기다리는 데 집중했다.

버리기
골든스테이트는 최근 커리와 듀란트, 톰슨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 이들을 제외한 동료들의 득점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드레이먼드 그린은 누구보다 소심하게 공격을 펼치고 있고, 숀 리빙스턴과 안드레 이궈달라는 스페이싱에 취약하다. 

레이커스는 이를 정확하게 노렸다. 커리와 듀란트, 톰슨에게만 강한 압박을 펼치고, 3점슛이 약한 선수는 철저하게 버렸다. 그린, 리빙스턴, 이궈달라, 루니, 맥키니가 희생양이 됐다.

첫 번째 장면은 톰슨이 돌파에 성공한 상황이다. 이때 주바츠가 루니를 버리고 골 밑 안쪽까지 도움 수비를 펼치고 있다. 톰슨이 주바츠를 이겨내고 레이업을 올리기 쉽지 않다. 결국 톰슨이 루니에게 킥아웃 패스를 전달했고, 루니는 3점슛을 넣지 못했다.

두 번째 장면도 비슷하다. 톰슨이 돌파할 때 르브론이 그린을 버리고 도움 수비를 펼치고 있다. 이 상황 역시 톰슨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그린에게 공을 건네도 그린 역시 할 수 있는 게 없다. 올 시즌 3점슛 성공률 22.4%로 최악의 야투 감각을 기록 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3점슛이 약한 선수를 막는 수비수는 골 밑까지 내려와 도움 수비를 펼쳤다. 커리와 듀란트, 톰슨은 순간적으로 2~3명의 강한 압박 수비를 받았다. 

커리와 그린이 2대2 게임을 펼친다. 레이커스 선수들은 그린에 관심이 없다. 커리에게 노골적으로 더블팀 수비를 펼친다. 결국 커리는 그린에게 공을 내줄 수밖에 없다.

그린은 외곽슛이 약하다. 슛을 던지지 않고 짧은 돌파 이후 외곽으로 킥아웃 패스를 선택했다. 왼쪽 코너에서 공을 잡은 맥키니가 3점슛을 던지지만 들어가지 않는다.

레이커스는 커리, 듀란트, 톰슨을 제외한 선수들의 슛을 신경 쓰지 않았다. 얼마나 득점하든 상관하지 않았다. 주축 3명의 영향력을 줄이는 데 관심을 쏟았다. 이궈달라가 23점 FG 9/12 3P 3/5로 팀 내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지만 경기 분위기를 바꾸지 못했다.

오프 더 볼 무브
앞서 언급했듯 레이커스는 커리가 공을 가지고 있을 때 강한 압박 수비를 펼쳤다. 커리가 패스하도록 유도했다. 커리가 공을 들고 드리블을 치면서 리듬을 찾지 못하자 방향을 바꿨다. 바로 오프 더 볼 무브였다.

커리는 스크린을 여러 번 받고 움직이는 오프 더 볼 무브에 신경 썼다. 그러나 이 역시 레이커스의 순간적인 도움 수비와 압박 수비로 막아냈다. 주전과 벤치에서 커리를 막기 위해 많은 신경을 쓰고 수비 전략을 준비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커리가 스크린을 받고 오른쪽 45도로 빠져나온다. 이에 맞춰 리빙스턴이 공을 전달한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커리가 3점슛을 터뜨리는 게 상상된다.

그러나 레이커스는 달랐다. 리빙스턴의 수비수인 조시 하트가 리빙스턴을 버리고 커리 쪽으로 갔다. 커리가 공을 잡자마자 하트가 그의 길목을 차단했고, 켄타비우스 칼드웰-포프가 뒤에서 압박했다. 결국 커리는 3점슛을 던지지 못했다. 

패스도 쉽지 않았다. 레이커스가 지역방어 형태로 서서 로테이션 수비를 펼쳤기 때문이다. 골든스테이트의 스페이싱이 되지 않아 레이커스가 적극적으로 도움 수비에 나섰다.

더블팀 수비
커리뿐만 아니라 듀란트도 고전했다. 듀란트가 공을 잡을 때 레이커스의 더블팀 수비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언제든지 듀란트 슛을 저지하기 위해 주변에서 도움 수비가 펼쳐졌다.

첫 번째 장면에서는 듀란트가 공을 잡았을 때 라존 론도의 더블팀, 두 번째는 하트의 더블팀 수비가 이어진다. 

마지막 장면은 듀란트가 볼과 오른쪽 엘보우 근처에서 자리 잡고 있다. 여기서 르브론의 자세가 눈여겨볼 만하다. 자신의 매치업 상대인 맥키니의 왼쪽을 내주고 오른쪽을 막고 있다. 주바츠와 함께 맥키니를 압박하려는 수비임과 동시에 듀란트에게 가는 패스를 막겠다는 의지다. 또한 듀란트에게 볼이 투입됐을 때 더블팀을 가겠다는 전략이기도 하다. 듀란트를 혼자 막기 어렵기 때문에 매 순간 도움 수비가 펼쳐졌다.

선택과 집중
레이커스는 이날 커리, 듀란트, 톰슨에게 쉽게 내주지 않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수비에 막힌 그린은 경기 후 “내가 우리 팀 공격을 망쳤다. 더 나아져야 한다. 레이커스의 변칙적인 수비에 너무 머뭇거렸다”고 자책했다.

듀란트도 “레이커스 수비 전략이 좋았다. 레이커스는 나와 커리에게 더블팀 수비를 펼쳤고, 우리 팀 빅맨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린과 이궈달라, 리빙스턴을 3점슛 라인에서 내버려 두기도 했다”라며 “더 나은 킥아웃 패스와 공격 흐름을 펼쳤어야 했다”고 분석했다.

비록 한 경기지만 레이커스는 골든스테이트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압승을 거뒀다. 과연 약점이 드러난 골든스테이트는 이를 이겨내고 더욱 성장할 수 있을까. 두 팀의 남은 세 번의 맞대결이 과연 어떻게 전개될지 많은 팬들의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