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캣 진가노는 서른여섯 적잖은 나이가 됐지만 여전히 '맹렬한 현역'이다. 진가노는 오는 30일(한국 시간) UFC 232에서 메간 앤더슨과 페더급 체중으로 주먹을 맞댄다. 이번 대회 메인카드 전 경기를 스포티비 온과 스포티비 나우에서 볼 수 있다. 같은 날 막을 여는 언더카드는 스포티비에서도 시청할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2013년 4월 14일(이하 한국 시간) 한 격투가가 울음을 터트렸다.

서른한 살 나이로 UFC에 데뷔한 이 늦깎이 신인은 옥타곤으로 올라가던 중 눈물을 흘렸다. 결국 여기까지 왔다는 성취감이 눈시울을 붉게 했다.

스스로도 "그렇게 감정이 북받칠 줄은 몰랐다"며 당황해 했다.

데뷔전에서 '대어' 미샤 테이트(32, 미국)를 잡았다. 3라운드 2분 55초 만에 TKO로 꺾었다. 당대 최고 스타 론다 로우지와 붙을 수 있는 밴텀급 타이틀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훈련 중 무릎을 크게 다쳤다. 바닥에 눕혔던 테이트에게 타이틀 도전권을 내줬다. 쭉쭉 치고 나가야 할 타이밍에 암초를 만났다.

더 큰 시련을 마주했다. 2014년 1월 남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배우자이면서 격투기 코치, 아이 아빠이자 둘도 없는 친구였던 남자가 서른일곱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졌다. 치명적인 부상과 남편의 죽음. 데뷔전 때와 달리 그는 슬픔이 얼룩진 눈물로 베개를 적셨다.

선수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남편이 죽음에 이를 때까지 그 슬픔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남겨진 사람으로서 겪는 우울감이 마음을 괴롭혔다.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 캣 진가노와 아들 브레이든, 남편 마우리시오 진가노가 한자리에 모여 사진을 찍었다(맨 왼쪽부터). ⓒ UFC 얼티밋 인사이더 방송 화면 캡처
양껏 슬퍼할 수도 없었다. 8살 아들 브레이든의 어머니였던 그는 마냥 눈물질 수 없었다. '생활'을 꾸려야 했다. 다시 오픈핑거글로브를 끼었다.

1년 5개월 만에 복귀전을 치렀다. 2014년 9월 UFC 178에서 아만다 누네스를 만났다. 결과는 3라운드 TKO승.

옥타곤 인터뷰에서 "브레이든에게 시련을 이기는 엄마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아들에게 삶의 좋은 표본이 되는 게 내 새로운 꿈"이라고 말했다. 선수와 관중 모두 울컥했다.

캣 진가노(36, 미국) 이야기다.

진가노는 오는 3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더포럼에서 열리는 UFC 232에서 메간 앤더슨(28, 호주)과 주먹을 맞댄다. 언더카드 한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서른여섯 노장이 됐지만 경쟁력은 여전하다. 여성 밴텀급 5위를 지키고 있다.

한때 3연패 늪에 빠져 은퇴 수순을 밟는 거 아니냐는 시선을 받았다. 로우지와 줄리아냐 페냐, 케틀렌 비에이라에게 연이어 발목 잡혔다. 거침없이 종합격투기 9연승을 달렸을 때보다 입지가 크게 떨어졌다.

지난 7월 반전 흐름을 만들었다. 미국 아이다호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133에서 마리온 레뉴를 판정으로 이기고 연패 사슬을 끊었다.

"판정을 패배로 간주"했던 옛 혈기를 누르고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에너지가 조금 떨어진 대신 경험이 붙었다.

진가노는 여전히 꿈을 꾼다. 2개 체급 챔피언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지금도 가슴에 품고 있다.

지난 25일 The MMA Hour와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없다. 페더급과 밴텀급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감는 게 내 꿈이다. 크리스 사이보그와 누네스가 양분하고 있는 여성 격투기 구도에 균열을 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미국 종합격투기 매체 MMA 파이팅은 "세월히 조금 흘렀지만 진가노는 변함없이 견고하고 꾸준하며 강인한 신체 능력을 지닌 파이터"라며 앤더슨 전 승리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2연승에 성공할 경우 좋은 흐름을 탈 수 있다.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여성 파이터 시장을 고려할 때 다시 타이틀 전선에 다가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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