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J 펜(사진)이 17년 만에 언더 카드 경기에 나선다. 펜은 30일(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UFC 232에서 라이언 홀과 주먹을 맞댄다. 이 경기를 포함해 언더 카드 전 경기를 스포티비 온과 스포티비 나우, 스포티비에서 볼 수 있다. 메인 카드 5경기는 스포티비 온과 스포티비 나우에서 시청할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세월이 무상하다.

'원조 천재 파이터' BJ 펜(40, 미국)이 17년 만에 언더 카드 경기를 준비한다. 종합격투기 데뷔전 이후 처음으로 대회 중심에서 비켜났다.

펜은 30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더포럼에서 열리는 UFC 232에서 라이언 홀(33, 미국)과 주먹을 맞댄다.

언더 카드 다섯 번째 블록에 이름을 올렸다. 그가 메인 카드에서 탈락한 건 17년 만이다.

격투 팬들은 "언더 카드에 펜과 안드레이 알롭스키, 전 챔피언이 두 명이나 배정됐다"며 놀라움과 씁쓸한 마음을 동시에 내비쳤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떠오르는 분위기다.

펜은 2001년 5월 5일 미국 뉴저지에서 열린 UFC 31에서 MMA 첫 경기를 치렀다. 언더 카드 두 번째 경기에 배정됐다.

조이 길버트를 경기 시작 4분 58초 만에 펀치 TKO로 잡았다. 천재(The Prodigy) 등장을 알렸다. 

데뷔전서부터 천재 닉네임을 사용한 펜은 옥타곤에서 자기 별명이 허언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했다.

빠르게 메인 카드에 진입했다. 커리어 두 번째 경기서 단숨에 코메인이벤트 블록을 차지했다.

같은 해 6월 30일 열린 UFC 32에서 딘 토마스와 주먹을 섞었다. 메인이벤트 바로 앞자리였다. 

역시 1라운드 펀치 KO승을 거뒀다. 경기 시작 2분 42초 만에 폭풍 연타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름값이 점점 올라갔다.

UFC 34에서도 메인 카드에 이름을 올린 펜은 2002년 1월 12일 UFC 35에서 첫 메인이벤트를 경험했다. 젠스 펄버와 라이트급 타이틀을 놓고 붙었다.

0-2 판정으로 져 챔피언벨트를 허리에 두르진 못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펜은 UFC 최고 흥행 카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타격과 그라운드를 두루 갖춘 완성형 파이터라는 호평을 얻었다.

쭉 대회 중심에서 싸웠다. K-1 외유를 마치고 돌아온 옥타곤 복귀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 조르주 생피에르(오른쪽)가 타격전에서 가장 고전한 경기 가운데 하나로 BJ 펜과 12년 전 매치를 꼽는 이가 많다. 둘은 UFC 58에서 치열하게 주먹을 섞었다.

2006년 3월 5일 UFC 58에서 조르주 생피에르와 맞붙었다. 메인 카드 3번째 경기.

생피에르에게 1-2 판정으로 져 체면을 구겼다. 하지만 팬들은 환호했다. 펜의 천재성을 확인할 수 있는 명승부였기 때문이다.

생피에르가 타격전에서 가장 고전한 경기로 꼽힌다. 펜은 15분 내내 동물적인 감각으로 상대 안면에 펀치를 꽂았다. 

레슬링 기반으로 영리한 경기 운용을 펼친 생피에르가 이기긴 했으나 경기 직후 판정 논란이 일 정도로 설왕설래가 많았다. 12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펜이 승리한 경기로 여기는 팬들이 많다.

이후 펜은 7경기 연속 메인이벤터로 나섰다. 이 기간 펄버와 조 스티븐슨, 션 셔크 등을 제압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2010년 4월 UFC 112에서 프랭키 에드가와 코메인이벤터로 나섰다. 앤더슨 실바-데미안 마이아 조합에 피날레 무대를 내줬다. 이 경기서 펜은 5라운드까지 가는 혈전을 펼쳤지만 만장일치 판정으로 졌다.

약 5개월 뒤 이어진 UFC 118에선 메인이벤트 자리를 되찾았다. 이번에도 상대는 에드가. 

결과는 같았다. 만장일치 판정으로 져 라이트급 정상 탈환에 실패했다.

코메인이벤트와 메인이벤트를 번갈아 소화하던 펜은 2011년 10월 UFC 137에서 닉 디아즈에게 패한 뒤 급격한 내림세를 탔다. 5연패 늪에 빠졌다. 

로리 맥도날드, 야이르 로드리게즈, 에드가 등 젊은 샛별들에게 차례로 무릎을 꿇었다.

특히 로드리게즈와 붙었던 UFC 온 폭스 5에선 6년 9개월 만에 (코)메인이벤터로 나서지 못했다. 메인 카드 2번째 경기에 배정됐다. 쌓이는 나이와 조금씩 떨어지는 기량을 고려할 때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직전 경기인 UFC 파이트 나이트 112에선 메인 카드 첫 주자로 나섰다. 데니스 시버와 베테랑 매치를 벌였다. 15분 동안 쉴 새 없이 주먹과 발을 교환했지만 0-2 판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이 매치도 벌써 1년 6개월이나 지났다. 격투가 인생 연장전에 접어든 모양새다. 20대 초반 화려하게 등장한 천재 파이터가 어느새 커리어 마무리를 준비하는 국면에 발을 들였다.

펜은 천재라는 별명으로 18년 동안 활약하며 16승 12패 2무 전적을 기록한 전설적인 파이터다.

2015년 7월 UFC 명예의 전당 '현대시대(the Modern Era)'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시대 부문은 2000년 11월 17일 이후 프로 데뷔한 선수 중 뛰어난 활약을 보인 선수를 대상으로 한다. 이 날짜는 종합격투기 통합룰(the Unified Rule)이 제정·적용된 날짜다.

펜은 체급을 불문하고 역대 최고 격투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뛰어난 복싱 실력과 균형 유지 능력, 테이크다운 방어, 수준 높은 주짓수가 결합된 독창적인 경기스타일로 팬들 사랑을 듬뿍 받았다.

조 로건과 같이 오랜 기간 활동해온 격투기 해설자들은 펜 경기력에 엄지손락을 치켜세운다. 유명 복싱 트레이너 프레디 로치도 2008년 "종합격투기 판에서 최고 수준 복싱을 구사하는 독특한 선수다. (몸담은 곳은 다르지만) 펜은 역대 손꼽히는 격투가"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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