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크리스 사이보그(33, 브라질)는 외롭다. 마땅한 라이벌이 없다.

좋은 맞수가 많아야 경쟁 구도가 갖춰지고 팬들 흥미를 끌 수 있다. 플로이드 메이웨더와 매니 파퀴아오,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처럼 붙기만 해도 흥행이 보장되는 라이벌 존재는 프로 스포츠에서 필수다.

난공불락을 쌓은 사이보그에겐 그러한 호적수가 없다. 한 체급 아래 챔피언과 슈퍼 파이트를 치르는 것도 비범한 도전자를 구하기 어려운 사정과 맞물려 있다.

더욱이 여성 페더급은 UFC가 유일하게 랭킹을 발표하지 않는 체급이다. 그만큼 선수층이 얇다. 밴텀급 챔프 아만다 누네스(29, 브라질)가 호출된 이유다.

그랬던 사이보그가 무너졌다.

30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더포럼에서 열린 UFC 232 누네스와 페더급 타이틀전에서 경기 시작 51초 만에 KO패했다.

초반부터 치열했다. 서로가 안면에 묵직한 주먹을 꽂았다. 맹수가 제왕 자리를 놓고 맞붙는 형상이었다. 숨 고를 틈이 없었다.

'암사자'가 웃었다. 케이지 중앙과 사이드를 오가며 화끈하게 주먹을 교환하던 중 오른손 훅이 제대로 꽂혔다. 

훅 한 방이 승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됐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약한 모습을 보인 먹잇감을 놓치지 않는 야수성을 드러냈다.

사이보그 턱을 강타한 뒤 연이어 결정타를 툭툭 꽂았다. 펀치 하나 하나 힘을 실어 집어넣었다.

사이보그가 휘청거렸다. 적수가 없어 '외로운 챔피언'으로 불린 그가 수세에 몰려 주저앉았다. 초반 적극성을 보인 게 자충수로 작용한 꼴이었다. 한걸음 뒤로 물러서는 것도 쉽지 않았다. 누네스가 곧바로 치고들어왔기 때문이다.

누네스는 사이보그가 거리를 벌리려 할 때마다 빠르게 접근해 유효타를 쉴 새 없이 꽂았다. 한 번 잡은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았다. 꾸준히 전진 스텝을 밟고 주먹을 뻗었다.

결국 레프리가 둘 사이 몸을 집어넣고 스톱 사인을 보냈다. 새 역사가 쓰여졌다. 무적 챔피언이 무너진 순간이었다.

20연승이 중단된 사이보그는 자신의 페더급 타이틀 3차 방어에 실패했다. 총 전적이 20승 2패 1무효로 바뀌었다. 누네스는 8연승을 완성하며 전적을 17승 4패로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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