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 전반에 17점 차까지 벌어졌다. 3쿼터 초반에는 20점 차까지 리드를 내줬다. 그러나 휴스턴 로케츠는 이를 딛고 연장전 접전 끝에 승리를 거뒀다.  

휴스턴은 4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오라클 아레나에서 열린 2018-19 NBA(미국프로농구) 정규 시즌 원정 경기에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135-134로 이겼다. 제임스 하든이 44점 10리바운드 15어시스트 FG 40.6%(13/32) 3P 43.5%(10/23)로 펄펄 날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전반까지 기세를 완전히 내준 휴스턴은 후반에 분위기 반전을 이끌고 승리를 거뒀다. 전반과는 다른 경기 플랜을 들고나온 결과였다. 과연 휴스턴은 어떤 전략을 펼쳤을까.

예측 가능한 공격
전반 동안 휴스턴에서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한 선수는 하든(15점 FG 4/14), 클린트 카펠라(16점 FG 7/10), 대뉴얼 하우스(10점 FG 3/4)였다. 야투 난조가 극심했다. 골든스테이트(야투 성공률 63.6%)와 달리 휴스턴은 야투 성공률 42.2%, 3점슛 성공률 26.1%에 그쳤다.

공격 작업이 수월하지 않았다. 상대의 탄탄한 수비에 막힌 결과였다. 특히 하든이 스크린을 받고 미스매치를 유도한 뒤 예측 가능한 공격을 펼치면서 효율이 떨어졌다. 


두 장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수비수가 모두 도움 수비를 준비하는 걸 알 수 있다. 선수들이 지역방어 형태로 자리 잡았다. 하든이 돌파하면 언제든지 도움 수비를 하려는 의도다.

하든의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돌파하면 도움 수비에 막히기 때문에 3점슛을 던졌다. 이마저도 전반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미스매치를 유도한 뒤 펼치는 일대일은 좋았지만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단조로운 플레이였다.

슬립 스크린(Slip Screen)
그러나 3쿼터 들어 2대2 게임 방식이 달라졌다. 전반에는 하든이 볼 스크린을 받으면 가만히 미스매치를 기다렸다가 일대일을 펼쳤다. 그러나 후반에는 스크린 이후 판단을 빠르게 내렸다. 특히 스크리너의 기민한 동작을 활용했다.

카펠라는 슬립 스크린으로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슬립 스크린이란 미끄러지듯 거는 스크린, 즉 스크린을 거는 척하고 빠지는 움직임이다. 

슬립 스크린은 단단한 스크린이 아니지만 대신 빠르게 빠지면서 헷지 디펜스나 스위치 디펜스가 오는 타이밍을 방해할 수 있다. 휴스턴은 이를 노렸다. 하든에게 두 명의 수비수가 붙는 걸 알고 카펠라에게 슬립 스크린을 주문했고, 카펠라는 빠르게 림으로 돌진했다.


하든과 카펠라가 2대2 게임을 펼친다. 이때 카펠라가 슬립 스크린을 건 뒤 골 밑으로 들어간다. 하든의 패스를 건네받은 카펠라가 페인트존에서 마무리했다.

전반에는 단순히 스크린 이후 일대일을 노렸다. 그러나 후반에 2대2 게임으로 수비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하든의 돌파와 함께 볼 흐름도 점점 살아났다. 

버리기 수비
최근 NBA 흐름은 스페이싱이다. 코트를 넓게 쓰면서 공격을 펼친다. 수비수는 넓은 범위를 수비해야 한다. 여러 곳을 오가면서 수비를 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상대팀의 가장 약한 슈터를 버리고 나머지 선수들이 로테이션 수비를 펼치기도 한다. 드레이먼드 그린이 이 수비에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날 휴스턴 희생양은 PJ 터커였다. 터커는 코너 3점슛의 장인이다. 지난 시즌 3점슛 성공률 37.1%, 올 시즌 38.5%로 수준급의 외곽슛 감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12월은 그렇지 않다. 지난 6경기서 3점슛 성공률 25.0%에 그쳤다. 

따라서 골든스테이트는 터커를 과감하게 버렸다. 그 수비는 전반까지 잘 통했다. 하지만 3쿼터 들어 무너지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한 2대2 게임의 변화와 볼 흐름이 살아난 결과였다.


후반 들어 휴스턴은 슬립 스크린으로 재미를 봤다. 하든의 돌파 위력도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골든스테이트의 터커 버리기 수비도 빈틈이 생겼다.

스크린을 받고 들어가는 하든. 그린이 도움 수비를 위해 자신의 수비수 터커를 버리고 페인트존에 진입한다. 이를 본 하든이 터커에게 공을 내줬고, 터커가 3점슛을 성공했다. 터커가 공을 잡고 있을 때 그린과 거리가 멀었다. 아무리 외곽슛 감각이 떨어졌다고 해도 이러한 오픈 기회는 놓칠 수 없다.


위와 비슷한 장면이다. 터커의 수비수 그린은 역시나 페인트존 수비에 집중한다. 이를 본 하든이 터커에게 공을 건네고, 이어 오스틴 리버스까지 연결된다. 이러한 볼 흐름 덕분에 휴스턴은 3쿼터 3점슛 성공률 61.5%(8/13)를 기록했다.

단단한 수비
휴스턴의 최근 상승세를 보면 달라진 수비 전략이 한몫한다. 휴스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스위치 디펜스다. 수비수를 서로 바꿔 막으면서 빈틈을 내주지 않는다. 미스매치가 생길 수 있다. 이를 위해 선수들이 로테이션 수비를 펼쳐야 한다.

지난 시즌까지 위력을 드러낸 스위치 디펜스가 올 시즌 말을 듣지 않았다. 로테이션 수비가 무너진 탓이었다. 따라서 휴스턴은 2대2 수비에 변화를 줬다. 스크리너 수비수가 볼 핸들러의 이동 경로를 차단하는 쇼 디펜스(Show Defense)를 펼치기 시작한 것. 스위치 디펜스에서 생기는 미스매치를 줄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경기 초반 쇼 디펜스를 펼친 휴스턴. 리버스와 터커가 케빈 듀란트 이동 경로를 막기 위해 움직인다. 커리는 스크린 이후 톱으로 빠진다. 이를 본 듀란트가 패스를 연결한다.

이렇게 수비가 계속 뚫리자 휴스턴은 후반 들어 스위치 디펜스 빈도를 높였다. 커리와 듀란트, 클레이 톰슨에게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와 함께 경기 막판 에너지 레벨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전반에 45점 FG 60.0%(18/30)을 합작한 커리, 듀란트, 톰슨은 후반과 연장전에 42점 FG 42.5%(17/40)를 기록하면서 효율성이 떨어졌다.

강력한 MVP 후보
마이크 댄토니 감독의 공격 농구, 후반 살아난 수비 집중력, 카펠라의 골 밑 사수 등 여러 눈에 띄는 장면이 있었지만 하든의 활약이 없었다면 승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로 '시너지 스포츠'에 의하면 휴스턴이 기록한 135점 중 하든이 득점과 어시스트로 올린 점수가 80점에 달할 정도로 그의 존재감이 컸다.

하든의 최근 활약이 눈부시다. 지난 13경기 평균 39.7점 6.4리바운드 8.9어시스트 1.9스틸 FG 44.2% 3P 41.4%로 펄펄 날고 있다. 이날은 40점과 함께 트리플 더블을 달성했다. 또한 5경기 연속 40점 이상 득점에 성공, 지난 50년간 5경기 연속 40점 이상 득점한 역대 4번째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역사적인 기록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

이를 통해 MVP 후보 1순위가 됐다. 베팅업체 '웨스트게이트 라스베이거스 슈퍼북'은 골든스테이트 경기가 끝난 뒤 하든을 MVP 후보 1순위로 올려놨다. 1위를 달리고 있었던 야니스 아데토쿤보를 제쳤다. 하든의 기세가 그야말로 불을 뿜고 있다.

▲ 제임스 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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