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 58세의 김학범 감독은 아직도 배고프다. 그는 실패도 성공도 하나의 과정이라고 했다. 2020년 올림픽 대표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듣고 새겨야 할 말이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신문로, 이종현 한준 기자/영상 한희재 기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 김학범 올림픽 대표 팀 감독과 인터뷰를 마치고 든 생각은 '그는 여전히 배고프다'는 인상이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둔 그는 지금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 그가 젊은 선수들에게 당부했다. "욕심 없는 선수는 뛸 수 없다."

김 감독은 지난해 12월 19일 '2020년 도쿄올림픽'을 대비해 울산에서 진행한 U-23의 훈련 아침부터 선수단에 화를 냈다. '대표 팀' 자격으로 온 선수들의 '정신 상태'가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준비가 안 됐다, 자세가 안 됐다고 많이 혼냈다. 그래서 태극마크를 달 자격이 없다고 했다. 발표한 후 2주가 지났다. 정말 준비를 했다면 눈에 독기를 품어야 하는데, 설렁설렁하고 있다. 그래서 아침에 한소리 했다. 시험공부 안 하고 시험을 보는 것과 똑같다. 열심히 해도 들어갈까 말까인데." 

2020년 도쿄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김 감독은 지난 8일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도 선수들의 정신상태를 강조하면서, 젊은 선수들에게 욕심을 가져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 만 58세의 김학범 감독은 아직도 배고프다. 그는 실패도 성공도 하나의 과정이라고 했다. 2020년 올림픽 대표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듣고 새겨야 할 말이다. ⓒ박주성 기자

◆선수는 '욕심'과 '능력'이 있어야 한다 

김 감독은 U-23을 지휘한다. 하지만 김 감독이 마음에 들어 선발한 선수의 평균 나이는 U-20 대표 팀과 큰 차이가 없다. 과거엔 U-23 대표면 23살에 가까운 선수를 선발했다면, 이젠 그렇지 않다. 나이가 어려도, 능력이 있고, 감독이 원하는 플레이를 하면 선발이 가능하다. 물론 김 감독이 강조하는 '욕심'이 있어야 한다.  

"연령의 층도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 얼마만큼 능력이 있느냐. 그 능력을 내가 어떻게 뽑아 쓸 수 있느냐 그게 더 중요하다고 보는 거죠. 그런 것(정신 무장)도 준비해야죠. 굉장히 중요하죠. 왜냐하면 그런 거에 대한 욕심, 준비 없이는 좋은 선수 될 수 없어요."

김 감독은 젊은 선수라면 응당 가지고 있어야 할 태도의 문제를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울산전지훈련장의 예까지 들어 설명했다. 

"욕심을 가져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없거든. 근데 선발명단 냈는데도 불구하고 준비 안 하고 왔다는 건 자격 자체가 없다고 봐야 해요. 또 여태껏 그렇게 해 왔어. 그래서 내가 얘기했어. '우리 2020년 올림픽 팀 하에서는 그런 거 용납 못 한다. 준비가 안 돼 있는 선수는 결코 나가서 시합에 승리할 수 없다.' 저는 분명히 이야기하거든요. 그런 것들이 선수가 가져야 될 것이란 말이에요. 근데 져도 '흥' 이겨도 '그만.' 그러면 그 팀 좋은 팀 안 돼요. 개인의 승부욕이 강하면 그걸 합하면 굉장히 좋은 팀이 되고. 강한 팀이 된단 말이에요. 그러니깐 개인이 먼저 뭐든지 하고 나서 그 조합을 어떻게 하는지가 감독의 몫이지 그거까지 다 끌어 올릴 수 있는 건 감독의 몫이 아니라는 거죠."

▲ 지난해 12월, 울산전지훈련에서 선수단에 "국가대표 자격이 없다"며 정신 상태를 강조했던 김학범 감독 ⓒ대한축구협회

◆젊은 선수가 분발하면, K리그도 대표 팀도 강해진다 

김 감독은 최근 어린 선수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아쉬움도 늘었다. 분명 뛰어난 선수는 있지만, "알을 깨고 나오지 못한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것. 그러면서 젊은 선수들이 '각성'해야 한다고 했다. 젊은 선수가 성장해 K리그의 당당한 일원이 되면, 구단도 대표 팀도 성장한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어려도 잘하면 다 뛰게 해요. 어린 선수들도 잘하면 뛰어요. '어린 선수들이 잘하는데 못 뛴다' 그런 건 없어요. 제가 볼 땐 적어도 그렇습니다. 어려도 잘하면 뛰게 합니다. 그래서 선수들이 더 분발해야 한다고 봐요. '자기가 어떻게 된다'를 떠나서 무조건 뛰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재성(홀슈타인 킬)이가 전북에서 어릴 때부터 살아났잖아. 좋은 선수 아니에요? 김민재 살아났잖아. 황의조도. 결국 연령 때문에 뛰게 하는 선수는 연령 제한이 끝나면 죽어버려요. 그렇잖아. 거기서 연령 제한이 아닌데도 살아서 뛸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해. 그러면 그런 선수들이 많아질수록 좋아져. 좋아진다고. 그러면 팀도 좋아지지만 대표 팀도 좋아지는 거야. 연령별에 게임 안 뛴 애들이 너무 많잖아. 좋은 놈은 안 뛰게 하라고 해도 뛰게 한다니깐. 그러잖아요. 안 뛰게 하라고 해도 뛰게 하지. 그런 선수가 많아야 된다는 거지."

최근 김 감독은 다양한 연령층의 선수를 두루 지켜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2020년 올림픽 본선 무대에 뛸 수 있는 정우영(바이에른 뮌헨)과 이강인(발렌시아)을 지켜보기 위해 해외 출장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김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각성을 요구하면서 어린 선수들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선 '긍정적'이라고 했다. 

"(한국 축구 유소년이)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이게 꼭 대표 팀 만의 몫이 아니에요. 프로에도 다 깔려 있다고. 이 점을 어떻게 잘 만들어나가면 나쁘지 않을 거 같애. 특히 99년 2000, 2001년 애들. 좋아요. 뭐든지 지들이 리그에서 살아냐야 돼. 살아나야 좋은 선수가 되고. 좋은 팀이 구성이 되는 거야. "

김 감독은 지난해 12월 10일 울산에서 고등학생, 대학생, 프로 선수를 망라한 48명의 선수를 24명씩 나눠 두 차례의 전지훈련을 진행하고 옥석가리기를 마쳤다. 김 감독의 '메시지'를 잘 읽은 선수가 2020년 도쿄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을 것이다. 

'김학범호'는 오는 1월 15일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나 오는 3월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도쿄 올림픽 1차 예선 겸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예선을 치른다. 

인터뷰=한준 기자, 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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