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 대표 출신 파투를 보유했던 톈진 취안젠은 하루아침에 몰락했다.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유럽 축구 이적 시장까지 위협하던 중국 슈퍼리그의 거품이 빠지고 있다. 취안젠 그룹이 사실상 도산 위기를 맞으며 운영이 불투명해진 톈진 취안젠 사태는 개별적이지만, 중국 프로축구 팀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팀들이 흔들리고 있다.

중국 축구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중국축구협회가 오는 1월 22일께 또 하나의 중대 규정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슈퍼리그와 중국갑급리그 사이 승강제도가 폐지될 수 있다는 소문이 현장에서 돌고 있다.

◆ 아시아쿼터 부활 무산되고 승강제 폐지 논의하는 중국

지난 12월 20일 신규 규정 변화로 아시아 쿼터 부활 등 외국인 쿼터 5인 확대 소문이 돌면서 중국 축구 이적 시장이 활기를 찾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한동안 맘췄던 한국 선수와 지도자들의 중국행 협상이 활발해졌다. 실제로 전북 현대 수비수 김민재, 경남FC 수비수 박지수 등이 러브콜을 받았다. 재정이 탄탄한 광저우 헝다와 협의 중인 박지수의 이적은 마무리 단계지만, 김민재의 중국행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12월 20일 중국축구협회는 외국인 쿼터 확대가 아닌 샐러리캡 제도 도입과 구단 운영 투명화를 진행했다. 씀씀이가 늘어갈 것으로 알려진 중국 슈퍼리그 팀들의 상황은 오히려 악화됐다. 외국인 쿼터 확대에 맞춰 첼시의 다비드 루이스 등 몇몇 스타급 선수 영입을 추진하던 팀들도 계획을 백지화했다.

당초 중국축구협회가 아시아쿼터 부활을 포함, 외국인 쿼터를 5명으로 늘리고자 했던 이유는 현재 최진한, 최진철, 이운재 등 한국인 코치진이 부임한 중국 25세 이하 대표팀의 운영 때문이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강한 의지를 바탕으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대표급 선수를 상시 소집해 합숙 훈련과 전지 훈련, 연습 경기를 꾸준히 실시할 예정이다. 아예 중국 25세 이하 대표팀을 중국슈퍼리그에 참가시키는 방안도 대두됐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중국 25세 이하 대표팀에 소집되는 선수들은 국가 대표팀 2진급이다. 이들이 상시소집될 경우 중국슈퍼리그 주요 팀들은 팀의 주축 선수를 잃은 채 시즌 대부분을 보내야 한다. 그래서 아예 외국인 쿼터를 늘려 팀들의 전력 수준을 유지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악화되면서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외국인 선수 영입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 헐크와 오스카를 보유한 상하이 상강과 같은 사례는 더 이상 중국에서 보기 어려워졌다.


◆ 대표팀에 집중하는 중국, 경제 위기로 흔들리는 모 기업

중국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밖에서는 끄덕없다고 하지만 지금 중국 경제는 성장에 둔화되고 있다.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더 이상 눈 먼 돈처럼 선수 영입에 돈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기업의 상황이 악화된 것과 맞물려 중국 세무당국은 그동안 밀린 세금 납부를 독촉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직접적인 지시를 받는 중국축구협회가 중국 프로 팀 운영 현황을 낱낱이 제출하라고 한 뒤 방만한 경영, 선수 연봉 및 이적료 거래 시 비위 정황이 포착됐다. 이로 인해 각 구단이 미뤄온 세금 지불 집행과 샐러리캡 도입을 통한 경영 정상화가 추진됐다.

기업의 상황이 안좋아진데다 그동안 밀린 세금을 내라는 요구가 나오자 운영 자체가 어려워진 팀들이 나타나고 있다. 관계자는 "연변을 포함해 중국 갑급리그에서는 4개 팀 정도가 해체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했다. 구단 운영 모 기업의 위기가 해체 위기로 연결되는 이유는 중국 경제 전반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구단을 인수해 대신 운영할 다른 기업이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축구의 방만한 경영에 철퇴를 내리고 대표팀에 집중하고 있다.


◆ 중국 2부리그 4개팀 해체 위기, 슈퍼리그 돈 쓰기 어렵다

갑급리그 뿐 아니라 중국 슈퍼리그에서도 광저우 헝다, 허베이 화샤와 상하이 연고 두 개 팀 등 4개 팀을 제외하면 이전처럼 과감하게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졌다. 화샤의 상황도 최근 어려워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민재 영입을추진하고, 토트넘 미드필더 무사 뎀벨레 영입 소문이 있었던 베이징 궈안의 상황도 최근 규정 개정 이후 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김민재, 말컹 등 최근 중국 팀들과 연결되던 선수들의 상황도 이로 인해 지체되고 있다"며 1월 22일로 예정된 또 한 번의 규정 변화가 중국 축구 이적 시장의 상황을 또 한번 요동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축구협회는 승강제 폐지를 논의하고 있다. 현재 중국 축구의 당면과제가 중국 대표팀의 선전이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의 목표는 중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과 개최다. 이를 위해 중국 선수들의 역량을 높이고자 한다. 

25세 이하 상비군 대표팀을 운영하면서 외국인 선수 투자까지 제한되는 상황이 되자 중국 슈퍼리그 참가 팀들의 원성이 높아졌다. 외국인 쿼터가 확대되지 못해 당장 전력 유지가 어려워진 중국 슈퍼리그 팀들의 사정을 고려해 승강제를 폐지해 2부리그 추락의 위기는 겪지 않도록 해줄 수 있다는 배경이다. 

승강제 폐지는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지만, 강등이라는 위협이 없다면 중국 슈퍼리그 팀들이 선수 영입 투자를 늘릴 동기가 사라진다. 

▲ 막대한 돈을 쏟아 성장한 중국슈퍼리그는 거듭된 규정 변화 속에 거품이 빠지고 있다.


◆ 장기 계획 없는 중국, 시시각각 바뀌는 규정에 '흔들'

중국 슈퍼리그는 여전히 씀씀이가 크다. 샐러리캡으로 알려진 금액도 한화로는 1,900억 원에 달한다. 최근 중국축구협회가 요구한 각 구단 운영 현황이 공개된 결과 중국슈퍼리그 팀 대부분이 이 금액 이상을 썼고, 세금을 포함하면 4,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써왔다. 구단 직원을 300명 넘게 채용해 운영한 사례도 포착됐다. 

샐러리캡은 세금을 포함한 금액으로 슈퍼리그 팀들의 영입 자금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기업 상황 악화에 샐러리캡 도입, 승강제 폐지로 이어지는 수순은 아시아에서 가장 화려한 리그로 단숨에 올라섰던 중국슈퍼리그의 '슈퍼'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은 여전히 축구로 꿈을 꾸고 있지만, 중국슈퍼리그는 가파른 성장세 뒤에 날개 잃은 추락 상황에 직면했다. 

시 주석은 무분별한 투자, 방만한 경영에 철퇴를 내리면서 중국 축구가 실질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선수 육성을 지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뤄진 양적 팽창이 구단 운영과 리그 전반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중국은 아시아 쿼터 폐지, 외국인 선수 투입 숫자만큼 22세 이하 선수 출전 등 급격하고 무리하게 규정을 신설해왔다. 빠른 시간 안에 중국 선수들의 기량을 발전시키겠다는 생각에 급격하게 추진된 각종 정책의 부작용이 중국 축구를 흔들리게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현장에서 목도한 마르첼로 리피 감독은 아시안컵을 끝으로 중국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체계적인 장기계획의 부재로 막대한 투자한 중국 축구는 그에 준하는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2019년 AFC 아시안컵의 결과도 중국 축구의 방향설정에 또 한번 큰 파동을 만들 수 있다.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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