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카이캐슬'의 윤세아. 제공|JTBC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나는 늘 뒷전이었다. 다른 무엇인가를 위해서라면 내 꿈은 잠시 접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엄격했던 군인 출신 정치인 아버지는 여대 나온 딸이 시집 잘 가 현모양처가 되길 바랐다. 그대로 했다. 사랑하던 문학의 꿈, 강의의 꿈은 잠시 접고 전업주부로 눌러앉았다. 능력에 야망을 겸비한 남편은 검사 옷 벗은 게 성에 차지 않는지 아이들을 앞세워 '한국의 케네디가'를 욕망한다. 그대로 했다. 사사건건 더 극성맞은 엄마들과 비교당했다. 더 열심히 했다. 하지만 더 이상은, 더 이상은 그럴 수 없다.' 윤세아가 그리는 대한민국 상위 0.1% SKY캐슬의 우아한 안주인, 노승혜의 처지다. 

JTBC 금토드라마 'SKY캐슬'(스카이캐슬, 극본 유현미·연출 조형탁)에서 타고난 우아한 외양과 명문가 출신의 세련된 매너를 겸비한 윤세아의 노승혜는 온순하고 순응적인 면 탓에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숨죽여 살아온 인물이다. 아버지의 소망을 따라주는 것이, 남편의 욕망을 이뤄주는 것이 어쩔 수 없는 나의 책임인 양 다소곳이 그 뜻을 따라왔던 그녀는 아버지와 남편으로 대변되는 가부장의 뜻에 따라 숨죽여 살았던 수많은 한국의 여인들을 대변하는 캐릭터로도 보인다.

하버드 대학생인 큰딸 차세리(박유나)에 밀려 사사건건 구박받는 쌍둥이 아들 차서준(김동희) 차기준(조병규)을 위해 애쓰며 남편과는 다른, 삶과 성공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이야기하곤 했던 그녀. 하지만 하버드생 큰딸은 남편 차민혁(김병철) 못잖게 노승혜의 자랑이기도 했다. 아버지와 남편의 뜻에 이토록 훌륭히 부합했노라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는 이유였기에. 그러나 딸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가짜 하버드생 노릇을 하면서 부모를 감쪽같이 속였던 것이다. 

집안을 발칵 뒤집어놓은 일대 사건은 무엇보다 승혜 자신을 완전히 뒤흔들어 버렸다.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 것이, 남편의 욕망에 맞춰주는 것이,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이 늘 '나' 보다 우선이었던 그녀는 "내 인생이 빈껍데기 같다"고 눈물을 흘렸다. 어린 딸을 외국에 보내놓고 성적 잘 나온단 거짓말을 믿으며 그저 좋아하던, 어느 순간 괴물같은 남편을 닮아가고 있었던 스스로를 통렬하게 반성했다. 

바락바락 대드는 딸에게 손찌검까지 하려던 남편을 막아선 그녀는 말했다. "내 딸에게 손 대지 마." 딸을 향한 진심어린 모성, 그리고 껍데기처럼 살아온 스스로에 대한 자각이 폭발해버린 한마디였다. 

캐릭터에 완벽하게 녹아난 배우 윤세아의 흡인력 있는 한 방이 그대로 터져나온 순간은 TV 앞 'SKY캐슬'의 시청자들의 마음을 온통 흔들어놨다. 최근들어 더 치솟은 'SKY캐슬'의 시청률 고공행진에도 그녀의 지분이 상당하다. 

그녀는 잘못한 아이를 탓하지도, 그렇다고 그저 싸고돌지도 않았다. 그는 무엇보다 부모의 잘못을 먼저 돌아봤다. 따스한 눈빛으로, 처연한 눈물로 달라진 어머니, 성장하는 여인의 모습을 그려보인 윤세아에 대한 지지도 함께 쏟아졌다. 수많은 방송과 드라마에 출연하며 신뢰감 있는 배우로 늘 극의 한 축을 책임졌지만 강렬한 한 방이 아쉬웠던 윤세아에게 'SKY캐슬'은 '신사의 품격' 이후 오랜만에 찾아온 새로운 대표작이 되지 않을까. 

아직 갈 길이 먼 'SKY캐슬'. 하지만 윤세아의 노승혜는 그 시작과 끝에서 가장 크게 달라질 인물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게 한다. 캐슬 내부로부터의 외침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캐슬의 진짜 변화를 알리는 윤세아의, 노승혜의 변화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 '스카이캐슬'의 윤세아. 제공|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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