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핸드볼 남북단일팀을 이끄는 조영신(상무) 감독은 "전력 차가 크게 나는데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밝혔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남자핸드볼 남북단일팀이 세계 4위 러시아에 패했다.

조영신(상무) 감독이 이끄는 남북단일팀은 13일(이하 한국 시간) 독일 베를린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에서 열린 제26회 세계남자핸드볼선수권대회 조별리그 A조 러시아와 2차전에서 27-34로 졌다.

지난 11일 개최국 독일과 개막전에서 19-30으로 진 '팀 코리아'는 대회 2패째를 기록했다.

남측 선수 16명에 북측 선수 4명이 합류한 팀 코리아는 강호 러시아를 맞아 선전했다.

전반을 7골 뒤진 채 마쳤다. 그러나 후반 들어 투혼을 발휘했다. 박광순(하남시청)과 강탄(한국체대), 강전구(두산) 연속 득점을 앞세워 점수 차를 한때 5골까지 좁혔다.

과감한 중거리 슛과 반박자 빠른 패스워크로 러시아 수비진을 괴롭혔다. 후반 스코어는 14-14로 동점이었다.

전반에 벌어진 격차를 메우지 못하고 결국 고개를 떨궜지만 팀 코리아는 맨 오브 더 매치(MOM)에 김동명(두산)이 뽑히는 등 나쁘지 않은 경기력으로 호응을 얻었다. 북측 선수 중엔 박정건이 1득점했다.

▲ 독일과 개막전에 이어 러시아와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도 단일팀 응원단이 열띤 성원을 보냈다.
대회 개최지부터 의미가 적잖다. 과거 독일 분단을 상징하는 도시 베를린에서 남북이 짝을 이룬 팀 코리아가 경기를 치르고 있다.

분단에 관한 집단 기억을 공유하는 현지 팬들도 단일팀을 향한 관심이 높다.

개막전부터 성황을 이뤘다. 경기가 열린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엔 1만3,500여명에 이르는 관중이 몰렸다. 현장 판매 티켓이 40분도 안 돼 동이 날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국제핸드볼연맹(IHF)은 지난 11일 홈페이지에 단일팀 패배 소식을 전하면서 "코트 위에서는 승패와 희비가 갈렸지만 바깥에선 모두가 웃었다"며 현지 분위기를 설명했다.

정재계와 체육계 인사들도 경기장을 찾았다.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 토마스 바흐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대한핸드볼협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팀 코리아의 역사적인 첫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가 끝난 뒤엔 코트로 내려와 단일팀과 기념 촬영을 했다.

러시아와 조별리그 2차전도 약 7천명이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즐겼다. 이들은 한반도기가 그려진 응원복을 입고 선수단을 격려하는 단일팀 응원단 200여명과 경기장 온도를 함께 높였다.

팀 코리아는 세계 핸드볼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다. 대회 전부터 성적 기대감이 크진 않았다. 한국은 세계 랭킹이 19위, 북한은 세계 랭킹 밖 전력이다.

조편성도 만만찮았다. 세계 랭킹 5위권만 세 국가(독일, 러시아, 프랑스)가 있는 A조에 속했다.

조 감독은 "전력 차가 상당한데도 주눅 들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당장 승패보다 더 큰 목표와 의미를 강조했다.

팀 코리아는 15일 같은 장소에서 세계 5위 프랑스와 3차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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