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알리타: 배틀 엔젤' 스틸. 제공|이십세기폭스 코리아
[스포티비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알리타: 배틀 엔젤'(이하 '알리타')은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인생 프로젝트로 알려진 작품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접했고 매료됐지만, 당시에는 실사화하기에 기술이 부족했다.

그렇게 '알리타' 프로젝트는 잠정 보류 상태가 됐다. 이후 많은 이들이 알고, 국내에서 외화로는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아바타'가 등장했다. 점차 기술이 발전했고, '알리타'도 가능한 시기가 다가왔다.

'알리타'는 26세기, 기억을 잃은 사이보그 소녀 알리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인 알리타는 GC(컴퓨터 그래픽)로 만들어졌고, 이렇게까지 긴 시간,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 CG 캐릭터가 등장한 적이 없었다.

최근 '알리타' 웨타 디지털 제작진 내한 행사에 참석한 김기범 CG 감독은 발전된 기술력은 물론, 알리타를 만들기 위한 과정을 설명했다. 프리젠테이션에 이어 인터뷰를 통해 보다 상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김기범 CG 감독은 2016년 CG 감독으로 웨타 디지털에 입사했다. 첫 프로젝트는 맷 리브스 감독의 '혹성탈출: 종의 전쟁'이다. 웨타 디지털 입사 전에는 10년 동안 싱가포르에 있는 ILM(인더스트리얼 라이트 & 매직)에 근무하며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트랜스포머 3' '아이언맨 2' '퍼시픽 림' 등 블록버스터에 참여했다. 그 전에는 국내 특수효과 업체에서 5년간 일했다.

▲ 영화 '알리타: 배틀 엔젤' 스틸. 제공|이십세기폭스 코리아

김기범 감독은 '알리타'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알리타가 CG로 만들어진 것을 순간순간 잊게 만드는 것이었다. 실제로 알리타는 인간과 상당히 흡사하게 만들어졌다. 김 감독의 의도대로 말이다.

"순간순간 잊게 만들어야 하는 게 의도였다. 사람인데 눈이 큰 사람, 일본 원작에서 모습이다. 여주인공이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엄청 많은 컷에 등장한다. 작업하는, 애니메이팅하는 사람만 120명이다. 알리타 얼굴, 모션만 만드는 사람이 120명이었다. 한 사람이 작업한 것처럼 작업을 해야했다.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 사람이 연기를 하기 때문에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바꿔 나간다."

알리타는 실제 배우가 연기했다. 캐릭터와 몹시 흡사한 외모를 하고 있다. 하지만 배우에서 출발한 것은 아니었다. 알리타를 먼저 만들었고, 그후 배우를 섭외했다. 알리타를 만든 후, 그와 비슷한 이미지의 배우를 섭외한 것이었을까. 아니었다. 하지만 닮은 외형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존재했다.

"알리타를 배우에서 시작하지 않았지만, 배우 느낌이 난다는 것이 그럴 수밖에 없다. 배우가 가진 단순한 표정부터 감정선까지 알리타에게 부여했다. 최종적으로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배우를 해부학적으로 가져와서 알리타에게 이식했다. 해부학적 구조(골격 등)와 표정 등은 100% 배우의 것이다."

김 감독은 "알리타를 만드는 팀원들은 그에게 생명력을 불어 넣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연기력 좋은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감동을 받는 순간이 있다. 그 배우의 경험과 연륜, 개성이 들어가면서 감동을 받는 것이다. 알리타에게 실제 배우의 그런 부분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 영화 '알리타: 배틀 엔젤' 스틸. 제공|이십세기폭스 코리아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26세기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상상력으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를 시대다. 영화 속에는 알리타와 사랑에 빠지는 인간이 등장한다. 현재는 상상하기 어려운 감정이지만, '알리타' 속에서는 가능할 수도 있는 일이고, 가능해야 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사람들의 인식이 뇌와 심장만 있으면 사람이라고 느껴 사랑에 빠질 수도 있다. 얼마만큼 사이보그인가의 문제가 아니었다. 알리타의 개성만으로, 그 자체만으로 사랑에 빠지게 만들 수 있었다. 알리타가 하는 행동 자체로 사랑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감정이 깨지지 않게 알리타를 만들어야 했다."

그만큼 인간과 가까워야 했고, 영화를 보는 이들이 알리타가 CG로 만들어진 캐릭터라는 것을 순간순간 잊게 만들어야 했다.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작업하는 과정에서 그야말로 '대참사'가 일어날 뻔 한 순간도 있었다. 바로 예고편이 공개된 시점이었다.

"예고편과 현재 알리타는 조금 다르다. 예고편이 공개된 후 '눈 좀 줄여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동공이 살짝 작았다. 동공을 키웠지만 어색함이 있었다. 배우의 해부학적인 것을 알리타에 넣었더니 어색함이 줄었다. 아주 미세했지만, 전후를 비교해보니 대참사 수준이더라. '아바타' '혹성탈출' 등 수많은 작업을 했지만, 여전히 오류가 난다. 위와 같은 과정을 거듭하면서 극복해 나간다."

▲ 영화 '알리타: 배틀 엔젤' 스틸. 제공|이십세기폭스 코리아

이제 영화의 주인공을 CG로 만들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 인터뷰에 앞서 진행된 행사에서 김 감독은 "이제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은 모두 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저 생각만으로는 감이 잡히지 않았다. 보다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했다. 단적으로 '할리우드 CG의 현 주소는 어느 정도인가'라는 질문으로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 10년 전과 비교하면 소프트웨어는 어마어마하게 올라갔다. 예산이 커야 대작이 나온다는 말이 있었지만, 그 경계가 많이 사라졌다. 효율적으로 활용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현 주소는 AI(인공지능) 아주 살짝 전 단계다. 스스로 학습해 작업자가 원하는 것을 만들기도 하고, 마무리까지 하기도 한다. 정말 만들고 싶은 것은 다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나 역시 여전히 공부한다. (기술은 있는데)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말과는 상상도 하지 못하게 떨어질 수 있다."

yej@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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