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외야수 하준호는 방망이를 내려놓고 마운드에 선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KT 외야진엔 칼바람이 불었다. 오정복 김동욱 전민수까지 1군 외야수 3명이 지난 시즌 웨이버공시됐다.

포화 상태인 외야진을 정리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강백호와 멜 로하스 주니어가 두 자리를 확보했고 오태곤 오준혁 김민혁 배정대(개명 전 배병옥) 등 잠재력이 풍부한 20대 선수들이 남은 한자리를 놓고 베테랑 유한준에게 도전하는 형국이다. 부상에서 돌아오는 이대형도 있다. KT는 구단 내 최고 유망주인 외야수 홍현빈을 이번 겨울 걱정 없이 상무로 보냈다.

나이 서른을 넘어서는 동안 1군과 2군을 오간 외야수 하준호도 칼바람을 피하기 어려웠다. 하준호는 이번 시즌 1군에서 타율이 0.136에 그쳤으며 퓨처스리그에서도 타율 0.257로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 1989년생으로 이제 구단이 기다릴 시기도 지났다.

하지만 하준호는 살아남았다. 단 외야수가 아닌 투수다. 지난해 11월 구단이 투수로 포지션 변경을 제안했고, 하준호는 고심 끝에 받아들였다. KT 관계자는 "구단 내부에선 외야수보다 투수로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하준호는 원래 투수 출신이다. 아마추어 시절 최고 시속 150km 패스트볼과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아마추어 무대를 평정했다. 게다가 왼손 투수라는 장점이 있다.

KT는 지난 시즌까지 왼손 불펜을 책임졌던 심재민이 입대하고 홍성용이 은퇴하면서 1군에 왼손 투수가 정성곤뿐이다. 이강철 신임 감독이 가장 염려하는 전력이다. 반대로 하준호에겐 기회의 장이다. 경남고에서 함께 배터리를 맞췄던 장성우는 든든한 조력자다.

관건은 제구다. 하준호는 빠른 공을 스트라이크 존에 넣지 못해 타자로 전향했다. 롯데에서 투수로 활동한 2009년 2010년 2시즌 모두 삼진보다 볼넷이 많았다. KT는 하준호가 어깨는 타고난 만큼 제구를 잡는다면 투수로 성공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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