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박민호 ⓒSK와이번스 제공.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지난해 11월 일본 가고시마현에서 열린 SK의 마무리캠프 당시 박민호(27)는 이색적인 훈련을 했다. 우완 사이드암이 엉뚱하게(?) 방망이를 들고 티배팅을 하고 있었다. 박민호는 “하루에 100번씩 34일을 했으니 3000번 이상은 스윙을 한 것 같다”고 웃었다.

야수 전환은 당연히 아니었다. 이른바 옆구리 투수 맞춤 훈련이었다. 박민호는 다리를 적당히 벌려 방망이를 휘둘렀다. 진짜 공도 쳤다. 밸런스 운동이었다. 박민호는 “타자들이 스윙하는 것과 사이드암의 중심이동 궤도가 비슷하다. 허리를 쓰는 것이 중요했는데 이 훈련이 도움이 됐다”면서 “예전에도 몇 번 한 적은 있었는데 이번처럼 꾸준히 많이 한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런 이색훈련은 박민호 ‘준비태세’의 일부다. 그만큼 꼼꼼하게 준비했다는 뜻이다. 국군체육부대(상무) 소속으로 군 복무를 마친 박민호는 올해 SK 마운드의 중요 전력이다. 대개 감독들은 타자들의 눈을 흐리기 위해 옆구리 투수 1~2명을 넣는 것을 선호한다. 그런데 SK는 김주한 백인식이라는 지난해 개막 1군 선수들의 부상으로 비상이 걸렸다. 당분간은 박민호가 이 짐을 안고 가야 한다.

개인적으로도 지난해 아쉬움을 풀어야 한다. 상무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기대감과 함께 1군에 오른 박민호였다. 그러나 3경기에서 4실점한 뒤 낙담했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합류하지 못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가고시마부터 비장한 각오로 2019년을 준비했다.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팔 스윙을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몸도 꾸준하게 다듬었다.

“팔 스윙이 비슷해지지 않으면 귀국하지 않겠다”고 했던 박민호였다. 무사 귀국했다는 것은 얻은 게 있다는 의미다. 지도자들도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염경엽 SK 감독도 박민호에게 “2S 상황에서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는 결정구를 갖추라”고 주문했다. 손혁 투수코치는 “우타자 공략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고 어깨를 두드렸다. 박민호는 그 과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이다.

지난해 이맘때보다는 훈련 여건이 훨씬 좋다. 박민호는 “군에 있을 때는 청소도 해야 하고, 할 일이 많았다”고 웃으면서 “이제는 시간 활용도가 더 좋다”고 했다. 캠프 시작까지 보름이 넘게 남았지만 벌써 하프피칭에 들어간다. 웨이트트레이닝 또한 꾸준히 했다. 박민호는 “몸 상태가 좋다”고 자신하면서 “네 번째 플로리다 캠프인데 마치 처음 가는 느낌이다. 마음가짐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민호는 올해를 승부처로 뽑았다. “지난해 세 경기가 내 모습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고 입술을 깨문 박민호는 “박민호라는 투수의 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올 시즌에도 안 되면 내가 못하는 것”이라고 전투력을 불태웠다. 플로리다 캠프 선발대로 일찌감치 출발하는 박민호는 “잘하고 싶다는 말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준비한 것의 뚜껑을 열어보겠다”고 강조한다. 다행히 어투에는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묻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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