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여자 쇼트트랙 선수는 223명. 체조협회와 유이하게 여성 선수가 남성 선수보다 많았다. 그러나 여성 지도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223명 vs 0명.'

전 유도 선수 신유용(24)이 성폭력 경험을 고백했다. 14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영선고 시절 한 코치에게 폭행과 몹쓸 짓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바람이 체육계까지 불었다. 여자 쇼트트랙 국가 대표 심석희에 이어 신유용과 정효근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많은 이가 아픈 기억을 꺼내 들었다.

문제를 구조적으로 봐야 한다. 이번 스포츠 성폭력도 개인 일탈로 접근하기보다 체육계에 만연한 남성 중심 문화를 들여다봐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감독실'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지난해 등록된 전국 남녀 지도자는 총 1만9,965명. 이 가운데 여성 지도자는 3,571명으로 비율이 17.9%에 불과했다.

같은 해 등록된 선수는 13만5,637명. 그 중 여성이 3만1,572명에 이른다. 여성 선수가 차지하는 비율에 비해 여성 지도자가 현저히 부족한 현실을 알 수 있다.

최근 조재범 사태와 김보름 폭로로 시끄러운 빙상계는 여자 선수가 오히려 더 많다. 체조와 더불어 유이하다. 그럼에도 지도자 불균형은 더 심각했다.

특히 심석희가 몸 담은 쇼트트랙에서 여자 선수는 223명인데 여성 지도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초등부에서 대학부로, 아마추어에서 실업·프로 리그로 갈수록 이 같은 경향이 심화됐다. 여성 지도자 부재가 감독이 선수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체육계 특유의 권력 구조와 맞물려 성폭력 근절을 어렵게 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여러 종목 단체와 대한체육회, 문화체육관광부가 서둘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눈이 번쩍 뜨이는 묘수는 사실상 없다. 오래 전부터 그 나물에 그 밥인 대책이 재탕되는 형국인데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이러한 지도자 구조를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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