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시절의 이성우.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팀으로는 이번이 세 번째다. 하지만 같은 팀에 두 번이나 러브콜을 받은 독특한 이력을 추가하게 됐다. 14일 LG행이 확정된 포수 이성우 이야기다.

역정에는 여러 뜻이 있다. 대표적인 것은 화를 낸다는 뜻이다. 그리고 인생의 지나온 길이라는 뜻도 있다. 두 가지의 뜻은 다르지만 통하는 것이 있다. 인생의 고비 고비를 살아가면서 쉽게 화를 내고 주저앉는다면 더 이상 기회가 오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 시간을 잘 참아 낸 이성우에겐 또 하나의 이력이 붙게 됐다.

이성우는 신고 선수 출신이다. 첫 직장은 LG였다. 하지만 사실상 불펜 포수나 다름없었다. 2군 경기에 간혹 얼굴을 내밀기는 했지만 주로 하는 일은 투수들의 공을 받아 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오래지 않아 방출 통보를 받았다.

다행히 상무 입단 테스트를 통과해 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제대할 즈음엔 SK에서 연락이 왔다. 그의 성실성을 눈여겨보고 있다 영입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SK에서도 오랜 시간을 버티지는 못했다. KIA로 트레이트가 됐기 때문이다. 2008년 시즌 초반, 채종범 김형철 등과 함께 KIA 유니폼을 입게 됐다.

▲ KIA 시절의 이성우. ⓒ한희재 기자

트레이드는 버림 받은 것과는 다르다. 엄연한 비즈니스다. 하지만 한국 정서상 여전히 원 소속팀을 떠나는 이미지가 더 강하다.

게다가 KIA 팬들에게 환영 받지 못한 트레이드였다. 당시 조범현 KIA 감독은 공격력과 포수 강화가 절실했다. 그래서 내준 카드가 좌완 파이어볼러 전병두였다.

KIA 팬들은 아끼던 전병두를 내준 이 트레이드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성우 처지에선 아픔이 된 트레이드였던 셈이다.

이성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특유의 성실성을 앞세워 조금씩 입지를 키워 갔다. 1군 무대에서도 제법 얼굴을 내밀 수 있었다.

그렇게 8년을 KIA에서 뛰었다. 그러던 어느 날, SK로부터 다시 한번 부름을 받게 된다. 김민식 이명기 등이 포함된 4:4 트레이드로 다시 SK 선수로 뛰게 된다. 그것이 2017년의 일이다.

트레이드로 떠난 선수가 다시 트레이드로 친정 팀에 복귀하는 일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백업 포수가 필요해진 SK는 다시 한번 이성우에게 손을 내밀었고 이성우는 그렇게 두 번째 SK 유니폼을 입게 된다.

이성우는 당시 트레이드에 대해 "처음엔 많이 얼떨떨했다. SK가 다시 부른다는 사실이 잘 믿기지 않았다. 익숙했던 팀을 떠나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 겁나기도 했지만 그 상대가 SK였기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시 SK로 돌아온 뒤에는 제법 많은 경기에 뛸 수 있었다. 2017년 시즌 64경기에 나섰고 지난해엔 88경기에 나서 타율 2할4푼2리를 기록하며 SK의 4번째 우승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시즌이 끝나고 듣게 된 것은 방출 통보였다. 2군 전력 분석원을 제의 받았지만 선수로 더 뛰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 갈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을 거란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만큼 선수 생활에 대한 미련이 컸다. 광주에 있는 가족과 두 집 살림을 하기엔 2군 전력분석원은 월급이 빠듯했던 것도 한 이유가 됐다.

막상 팀은 나왔지만 불러 주는 곳은 없었다. 아마추어 팀 지도자를 알아보려던 참이었다. 그때 LG에서 연락이 왔다. 선수로 계약하자고 했다. 

신고 선수로 들어가 1년 만에 방출됐던 아픔을 겪은 팀. 선수로 제대로 뛰어 보지도 못했던 그 팀에서 손을 다시 내민 것이다. 지나온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게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이성우는 "LG가 다시 손을 내밀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기분이 묘하면서도 기뻤다. 두 번이나 팀에서 다시 부름을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가슴 벅찼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백업의 백업 포수다. (유)강남이나 (정)상호가 다쳐야 기회가 올 것이다. 가급적 그들이 안 다치기를 바란다. 어찌 보면 내게 기회가 오지 않는 것이 팀에는 더 좋은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기회가 왔을 땐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얼마나 더 선수로 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많지 않은 기회를 잘 살려 팀에 힘이 되는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 다시 한번 부름을 받은 팀이기에 더욱 애틋한 감정을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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