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엽 KBO 기술위원.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이승엽 KBO 홍보대사 겸 기술위원이 대표 팀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표 팀 코치 등 전면에 나서는 것보다는 음지에서 묵묵하게 지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다.

이승엽은 14일 KBO 기술위원으로 선임됐다. KBO는 2019년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12와 2020년 도쿄 올림픽 야구 국가 대표 팀 구성을 책임질 기술위원회 구성을 마쳤다.

지난달 말 김시진 전 롯데 감독을 기술위원장으로 선임한 데 이어 14일 최원호 SBS스포츠 해설위원,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 박재홍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이승엽 KBO 홍보대사, 마해영 성남 블루팬더스 감독 등 경기인 출신이 5명과 야구협회 이사인 김진섭 박사(정형외과)를 기술 위원으로 선임했다. 

당연히 가장 눈길을 끈 인사는 이승엽 위원이었다. 그는 기술위원 중 가장 늦게 은퇴(2017년 시즌)를 하며 최근까지 KBO 리그를 몸소 겪은 인물이다.

또한 각종 국제 대회, 특히 일본전에서 강한 경기력을 보이며 한국 야구가 국제적인 위상을 떨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여기에 일본 프로 야구에서만 10년을 뛴 노하우가 있어 숙적 일본에 대한 노하우와 인맥도 풍부하게 갖고 있다.

때문에 야구계는 이승엽 위원이 보다 큰일을 위해 나서 주길 바라는 마음이 큰 상황이다. 이전 부터도 이 위원이 대표 팀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기술위원회는 이달 안으로 일단 대표 팀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다. 기술위원회에서 전임 감독 출신이 모두 배제된 것은 대표 팀 감독의 인재 풀 안에 포함될 수 있다는 가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코칭스태프 인선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술위원회 소속 위원들 중에서 대표 팀 코치로 뽑힐 수 있는 인물들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연스럽게 이 위원이 코치까지 맡는 그림을 그리는 야구인들이 많아졌다. 기술위원회가 발표되며 직간접적으로 이 위원에게도 그런 뜻이 전달됐다.  

하지만 이 위원은 이런 반응에 무겁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자신이 전면에 나설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이 위원은 "기술위원회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외풍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말씀들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위원회가 그런 것들에 흔들리지 않도록 작은 힘이나마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한국 야구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만 고민할 생각"이라면서도 "하지만 코치를 맡는 건 또 다른 일이다. 난 아직 부족한 것이 많은 사람이다. 대표 팀 전면에 나설 만한 수준이 못된다. 훌륭한 분들을 모실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대표 팀이 필요한 것이 있다면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다하겠지만 코치를 맡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다. 경험 많고 능력 있는 분들이 맡으셔야 한다. 난 아직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물론 변수는 있다. 새로 영입될 감독이 이 위원을 코치로 강력하게 원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그러나 이 위원은 코치로 전면에 나서는 것을 고사하겠다는 자세이다. 특유의 겸손을 넘어 대표 팀을 위해 자신의 판단이 옳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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