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소속 당시의 니퍼트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BO 리그 10개 구단 외국인 계약은 끝났다. 더스틴 니퍼트(38)의 이름은 그 가운데 없었다. 정들었던 한국에서의 8년 여정이 끝날 위기다.

KT는 니퍼트 카드를 손에서 내려놨다. 대신 좀 더 젊은 라울 알칸타라(27)와 윌리엄 쿠에바스(29)를 선택했다. 사실 니퍼트 재계약 카드도 염두에 있었다. 그러나 좀 더 장기적인 시선을 갖기로 했다. 니퍼트는 물론 라이언 피어밴드와도 재계약하지 않은 것은 KT의 밑그림을 상징한다. 

니퍼트는 리그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투수다. 통산 214경기 출전, 102승51패 평균자책점 3.59라는 화려한 성적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 2016년에는 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오르기도 했다. 2017년을 끝으로 두산을 떠났지만 KT 유니폼을 입고 한 시즌을 더 뛰었다. 그 결과 지난해 첫 외국인 100승이라는 금자탑까지 쌓았다. 그러나 이것이 재계약을 보장하지는 않았다.

이제 니퍼트는 현역 은퇴에 가까워졌다. 나이상 미국에서 뭔가를 이어가기는 어렵다. 대만 리그 진출설도 있었지만 무산되는 분위기다. 다만 모든 것이 끝났다고 보기는 이르다.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니퍼트는 현역 연장의 미련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는 시간, 자신과의 싸움이 될 전망이다.

전 소속팀인 KT 관계자들도 니퍼트의 근황을 잘 알지 못한다. 언제까지 희망의 끈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당장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라서 그렇다. 하지만 계속해서 준비한다면 다시 한국에서 볼 가능성도 충분하다. 대체 외국인 선수로 주목하는 시선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수도권 A구단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 100만 달러 상한제를 시작하면서 많은 구단들이 변화를 택했다. 하지만 전례상 최소 ⅓은 실패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대체 선수 리스트업도 이미 시작했다. 여기서는 이른바 ‘구관’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는 게 외국인 스카우트들의 이야기다. 

수도권 B구단에서 외국인 업무를 담당하는 관계자는 “상한제 도입으로 실력 있는 선수들을 시즌 중간에 데려오기는 어려워졌다. 뒤로 갈수록 쓸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드는데, 좋은 선수들은 이적료까지 지불해야 한다. 이런 선수들은 영입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하면서 “구단마다 평가는 다르겠지만 자유의 몸인데다 KBO 리그 문화를 잘 아는 니퍼트는 대체 선수로 매력적일 수 있다”라고 했다. 

좋은 전례가 있다. 지난해 넥센(현 키움) 유니폼을 입은 에릭 해커(36)다. 해커 또한 KBO 리그에서 혁혁한 실적을 남겼다. 그럼에도 한 차례 재계약에 실패했다. 니퍼트와 공통점이 있다. 그런 해커는 확실한 목표를 두고 몸을 만들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에도 열을 올렸다. 그 결과 KBO 복귀에 성공했다. 해커는 올해도 그 과정을 반복 중이다.

니퍼트는 금전적으로 아쉬울 게 없다. 한국에서 많은 돈을 벌었다. 새로운 인생의 밑천으로 충분하다. B구단 관계자는 “길게는 몇 달이 걸리고, 몇 달이 지나도 리그로 돌아온다는 보장은 없다. 사실 해커는 이례적인 케이스”면서 “복귀하려면 니퍼트도 그 과정을 이겨내는 게 중요하다”고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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