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한동민(왼쪽)-김태훈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좋은 성적을 낸 팀의 선수들은 연봉협상에서 이를 보상받고자 한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팀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은 SK 선수들도 2019년도 연봉협상을 고대했다. “올해는 선수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선수들은 지난 몇 년간 팀이 중위권에 머물면서 자신들의 연봉이 정체되어 있다는 생각이 강했다. 만회 심리가 있었다.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통과의례처럼 겪는 ‘진통’이라는 단어가 새삼 떠올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큰 문제는 없었다.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019년이 오기 전 거의 대부분의 선수들이 협상을 마쳤다. 1월 재협상에 임한 선수는 일부 베테랑 선수들뿐이었다. 4명의 선수들 중 박희수 김강민이 차례로 협상을 마무리했고, 마지막까지 남은 신재웅 채병용도 타결에 이르렀다. 그 결과 15일 일괄발표할 수 있었다. SK에 조금 앞서 협상 결과를 공개한 KT에 이어 두 번째 속도였다.

합리성이 그 중심에 있었다. SK는 2018년부터 새 고과 시스템을 적용했다. 올해가 2년차다. 기본적인 틀은 다르지 않다. 팀 성적에 따른 전체 파이를 정하고, 고과에 따라 이를 배분한다. 여기에 지난해부터는 성과에 따른 가중치를 얹기 시작했다. 이른바 ‘신연봉제’ 요소였다. 구단 관계자는 “새 요소가 30~40% 정도 반영됐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연차를 아예 무시하기는 어렵지만, 실적에 따른 협상으로 조금 더 나아간 것이다.

SK는 체계화한 고과 시스템으로 산출한 제시액을 내밀었다. ‘밀당’ 요소는 최대한 제거했다. 협상의 여지를 두고 제시를 하는 게 아닌, 첫 제시액이 구단의 결정이었다. 때문에 “협상이 아닌 통보같다”는 약간의 불만도 나왔다. 

하지만 잘한 선수들은 기대 이상의 제시액을 받은 경우가 많았다. 실제 몇몇 선수들은 생각했던 이상의 제시액에 깜짝 놀랐다. 어느 정도 받아야겠다고 강하게 주장할 참이었는데, 그 이상의 제시를 받은 것이다. 별 고민 없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장을 찍었다는 후문이다. 이런 사례는 구단 고과시스템 신뢰로 이어진다.

전체적으로 공신들에 대한 인심도 후했다. 김태훈은 구단 역대 최고 인상률이자 비FA로는 리그 역대 세 번째인 350% 인상된 1억8000만 원에 도장을 찍었다. 박종훈(2억 원→3억2000만 원), 노수광(1억3000만 원→2억6500만 원), 한동민(1억5000만 원→3억3000만 원)은 1억 원 이상이 올랐다.  

김태훈(350%), 정영일(233.3%), 최항(161.9%), 이승진(148.1%), 한동민(120%), 노수광(103.8%), 문승원(100%)은 전년 대비 연봉이 두 배 이상 올랐다. 예년 같았으면 동결 수준에서 마무리했을 선수들도 조금씩은 오른 연봉을 받았다. 반대로 FA 계약이 끝난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면 삭감폭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한국시리즈 우승 프리미엄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고과 시스템이나 협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 협상 결과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선수들도 분명 있다. 그러나 “팀이 잘한 만큼, 개인이 잘한 만큼 받는다”는 메시지는 확실하게 전달했다. 선수들로서는 동기부여가 될 만하다. 우승 후유증을 깔끔하게 정리한 SK는 이제 ‘왕조 재건’의 깃발을 들고 새 시즌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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