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전을 준비할 틈도 없이 코너에 몰린 선수협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계약 상한제는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반발했다.
11월 KBO 윈터미팅에서는 한국 스포츠정책과학원 김대희 박사의 사회로 FA 제도 개선안에 대한 토론이 열렸다. KBO 주최 행사라는 점이 무색할 정도로 패널들 모두 FA 금액 상한제는 이해하기 힘든 제도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던 선수협은 지난해 12월 총회에서 한걸음 물러나 KBO에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구단들이 선수들의 처우를 개선하려 노력한다면 기본적인 연봉 상한 제도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했다.
16일에는 그 내용을 공개하면서 "KBO가 실행위원회에서 FA 제도 개선안을 논의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선수협의 제안은 다음과 같다. 이들 개선안이 받아들여진다면 '기본적인 형태의' 연봉 상한제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FA 제도 개선안
취득 기간 7년으로 단축하는 동시에 재취득기간을 폐지하고 보상 제도를 완화할 것.
선수 처우 개선
최저 연봉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부상자 명단 제도를 도입하며, 연봉 감액 제도를 폐지할 것.
동시에 의문이 생긴다. 강경하던 선수협은 왜 12월 총회에서 전향적인 태도를 취한 것일까.
◆ 협상할 수 없던 개선안
선수협 김선웅 사무총장은 16일 "지금은 저희 주장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중소형 FA 문제, 최저 연봉 문제 등 더 많은 선수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9월의 상황을 돌아봤다. 선수협은 '협상 파트너'가 아니었다. KBO의 제시안은 협상안이 아니라 최종안이었다.
"9월에 받은 제안은 너무 갑작스럽고 급진적이었다. 부상자 명단 제도, FA 등급제 등이 포함됐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기준을 제시했다. 또 협상의 여지를 열어 두지 않고 선택을 강제했다."
그는 "당시 선수협 쪽에서는 '상한제의 유사한 형태'라면 검토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명했는데 전달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며 선수협의 잘못도 있다고 반성했다.
◆ '기본적인 형태의 연봉 상한제'?
지난해 9월 선수협의 반대 논거 가운데 하나는 'FA 금액 상한제는 공정거래법에 저촉된다'였다. 이 사실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선수협은 '기본적인 형태의 연봉 상한제'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 것일까. 김선웅 사무총장에게 물었다.
"선수협은 협상력이 약하다. 칼자루를 쥔 건 어쨌든 구단 쪽이다. 구단이 움직이지 않으니 저희도 나름대로 방안을 강구한 것이 FA 금액 상한제에 대한 공정위 제소 같은 방법이었다."
"저희의 제안은 KBO가 제시한 형태의 상한제가 아니라 '유사한' 제도다. 지출이 부담스럽다는 구단의 명분은 세워주겠다. 단 선수들이 받는 불합리한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
김선웅 사무총장은 한 가지 예를 들었다. 구체적인 제시안이 아니라, 아이디어 가운데 하나다. 물론 선수들의 동의를 받는 과정은 필요하다.
"80억원, 100억원 상한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기본 연봉 보장제 같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지금은 1군에서 말소되면 연봉이 감액되는 경우가 있다. 감액되지 않는 보장액은 상한선을 정하되,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자유롭게 협의하는 방법은 있을 수 있다."
선수협의 목표는 자기 목소리만 내겠다는 것이 아니라, 'KBO와 협상'이다.
김선웅 사무총장은 "최근 FA 계약에서 계약금 비중이 과도하게 커진 것은 결국 연봉 감액 같은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KBO와 구단의 제시안은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으니 그렇지 않은, 그러면서도 무분별하게 계약 규모가 커지는 일은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자는 얘기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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