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천에 돌아온 송선호 감독 ⓒ부천FC
[스포티비뉴스=부천, 유현태 기자] "'아, 저 팀 만나면 골치가 아프다'고 할 만한 팀을 만들고 싶어요."

부천FC1995의 2018년은 아팠다. 전임 정갑석 감독과 공격적인 축구로 시즌 초반을 주도했지만 플랜B 부재와 얇은 선수층은 부천의 발목을 잡았다. 시즌 초반 5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4월 15일까지 리그 선두를 달렸다. 그 이후론 하락뿐이었다. 7월엔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4위 바깥으로 밀려났고 8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정 감독 역시 시즌 도중 지휘봉을 내려놨다.

부천이 선택한 '소방수'는 송선호 감독이다. 2년 만에 부천에 돌아온 송 감독은 새 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다. 할 일은 많지만 얼굴엔 기대감과 설렘이 흐른다. 선수로서, 지도자로서 부천시와 깊은 인연을 맺은 송 감독은 "고향에 온 기분"이라며 웃는다. 부천이 태국 후아힌으로 전지 훈련을 떠나기 직전인 지난 7일 돌아온 송 감독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부천은 송선호 감독을 왜 다시 불렀을까

송 감독은  2015년 5월부터 감독 대행으로 팀을 맡았고 2016년에 K리그2 3위에 오르며 부천을 최초로 플레이오프까지 이끌었던 인물. 2016년 FA컵에선 포항 스틸러스, 전북 현대를 꺾고 4강까지 오르는 '역사'를 남기기도 했다.

부천은 2년 만에 송 감독의 손을 다시 잡았다. 송 감독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재선임' 이유를 물었다. 송 감독은 "성실성과 열정 아니겠나. 선수들 따라오게 만드는 힘. 사실 열정이 강하다. 열심히 안 하면 소리도 많이 지른다. 선수들이 다 살 수 있게끔, 실력 차이도 줄일 수 있게 열정을 갖고 한다. 그걸 봐주신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송 감독은 예전처럼 '아버지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 계획이다. 때론 따끔하게 혼도 내겠다고. 송 감독은 "아버지의 마음으로 선수들에게 다가가고 대해야 할 것 같다. 내 아들들을 어떻게 쉽게 버릴 수 있겠나. 부드럽게도 하고 혼도 내고 좋은 길로 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7시즌 아산 무궁화 감독을 맡은 뒤, 2018시즌엔 경기 감독관으로 K리그를 지켜봤다. 경기 자체에서 한 발 떨어져 지켜보며 '잘 나가는 팀'의 비결을 알 수 있었다. 팀을 단단하게 결속시키는 것이다. 송 감독은 "잘 나갈 때, 힘들 때 어떻게 이겨나가는지 보게 된 것 같다. 첫 번째는 역시 선수들이라고 본다. 어떻게 선수들이 하게 이끌어내고, 동기부여하고. 선수들이 따라올 수 있게끔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2019시즌 부천은 '골치 아픈 팀'이 되고 싶다

시민 구단 부천은 많은 투자를 바랄 수 없다.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 팀을 꾸려가야 한다. 미완의 대기들을 발견해 키워야 하는 동시에, 성적도 내야 한다. 결국 조직력을 바탕으로 끈끈한 팀 컬러가 해결책이다. 송 감독은 "2016시즌에도 따지고 보면 '3천만 원, 5천만 원, 8천만 원짜리'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그때 나가서 잘해냈다. 그걸 보면 돈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 선수들이 3억짜리 선수도 충분히 잡을 수 있다. 지도자가 그 선수들이 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아, 저 팀 만나면 골치가 아프다'고 할 만한 강한 팀으로 만들고 싶다"고 힘줘 말한다.

송 감독이 뽑는 '롤모델'은 경남FC와 김종부 감독이다. 경남은 2017시즌 K리그2 우승으로 승격을 이룬 뒤, 2018시즌엔 K리그1 2위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송 감독은 "김 감독님이 팀을 이끌면서 끈끈한 팀을 만들었기 때문에 2위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무리 좋은 팀이라도 결속력이 없으면 좋은 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잘 뭉친 팀이 결국 살아남는다"고 강조한다. 이어 "김 감독님이 '송 선생, 선수들 동기부여하는 게 참 힘들다'고 하더라.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열심히 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게 지도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쉽게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부진에 빠졌을 때 살아나고, 잘 나갈 땐 상승세를 탄다. 송 감독은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어떻게 해야 하고, 왜 이겨야 하는지 느끼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 맛을 봐야 쉽게 팀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롤모델이라고 했던 경남 경기를 보면 정말 열심히 한다. 그 스쿼드로 2위를 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말컹이라는 큰 선수가 있긴 했지만, 그 선수를 보고 나머지 10명의 선수가 얼마나 고생하나. 결코 쉽게 이뤄지는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선수단도 자신의 뜻에 맞게 구상했다. '큰 폭의 리빌딩'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변화가 크다. 송 감독은 "실력도 봤지만 인성을 봤다. 마인드. 실력이 있으면서도 인성이 좋은 선수들을 많이 뽑았다. 부지런하지 않고, 뒤에서 말하고 이런 선수들은 뽑지 않았다. 그런 선수라면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원하지 않는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열심히 하다보면 나름대로 늘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제 모두 새 출발이다. 부천 유니폼을 입은 순간 다시 한 팀이 돼야 한다. 송 감독은 "새로 뽑은 선수들이 있지만, 기존 선수들과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해놨다. '누가 낫고, 안 낫고는 없다. 경쟁에서 이기는 선수, 열심히 하는 선수가 뛸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되는 선수에 대해서 묻자 "그건 말할 수 없다. 방금 말했듯이 경쟁이라고 했는데 지금 누군가 칭찬하면 팀 결속력이 깨진다"며 답변을 피했다.

2016년의 기억은 송 감독에게 자신감을 준다. 그는 "강지용, 한희훈 같은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에 2016년에 좋은 면이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피치에서 '파이팅'을 외치면 다른 팀이 '쟤네, 뭐야'라고 할 정도였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원정 온 팀들이 자기들도 따라하곤 하더라"며 "열심히 하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끌고 가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 2016년 전북 현대를 꺾고 FA컵 4강까지 올랐던 부천. ⓒ부천FC

◆ 2019시즌 부천의 축구는: 전원 수비, 전원 공격

축구 내적으로도 '발전'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2016시즌 송 감독이 부천의 '전성기'를 이끌 땐 단단한 수비와 역습이 장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번 시즌엔 "부천을 축구 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해" 조금 더 다양한 축구를 선보이려고 한다. 송 감독은 "상황에 맞게 재밌는 축구, 이기는 축구를 하고 싶다. 패해도 '우리 팀 괜찮았어, 재미있는 축구였어'라고 말할 축구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개인 기량에서 압도적이지 않은 부천이 취할 수 있는 강점은 역시 활동량이다. 많이 뛴다는 뜻은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는 뜻. 똑같이 11명이 뛰어도 공격할 때도, 수비할 때도 더 많은 선수가 뛰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송 감독은 "최근 축구 흐름도 그렇고 전원 수비, 전원 공격해야 쉽게 팀이 무너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거기서 이기는 축구를 해야 한다. 물론 동시에 팬들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두 가지 모두 잡는 팀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송 감독은 구체적인 계획은 "말할 수 없다"면서도 속도를 핵심으로 꼽았다. 송 감독은 "축구에서 '속도'라는 것은 사람들이 뛰어다니는 것도 있지만, 볼의 스피드라고 생각한다. 패스가 빨리 가고 전환되야 한다"면서 공이 빠르게 움직이는 축구를 예고했다.

태국 전지 훈련에서도 당연히 체력 강화가 중요 목표로 꼽힌다. 송 감독은 "체력하고 전술 훈련을 같이 병행할 것이다. 몸 만들기가 중요하다. 이번에 태국 가면 다 죽었다"면서 웃는다. 이어 "뛸 수 있는 체력은 기본이고, 그 이상을 뛰어야 팀이 더 좋아질 것이다. 체력 올리고 시스템 다져야 한다. 2월에는 연습 경기하면서 팀을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2019시즌 부천의 목표: 플레이오프 진출, 팬들이 즐거운 축구

2년 만에 돌아왔지만 선수단 구성에서 이미 부천은 다른 팀이 됐다. 송 감독이 원하는 선수들이 대거 합류했지만 조직력부터 팀 분위기까지 사실상 새로운 팀이라고 생각하고 다져야 한다. 송 감독의 목표는 현실적이다. 그는 "일단은 플레이오프에 나가는 4위를 지키면서 팀을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한다.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한다면 이번엔 '벽'을 넘는 것이 목표다. 송 감독은 2016시즌 부천에서, 2017시즌엔 아산 무궁화에서 플레이오프 탈락을 맛봤다. 송 감독에게 입엔 쓰지만 몸에 좋은 약이 됐을 터. 송 감독은 "선수들이 '넘고, 못 넘고' 차이인 것 같다. 주전과 아닌 선수 그 차이를 좁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지도자의 몫이 크다고 생각한다. 누가 안 나가고, 다른 선수가 나가더라도 팀플레이가 손색없이 돌아가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위기가 중요하다. 그 이상을 할 수 있도록 한 번이라도 더 슈팅하고, 수비 연습도 더 해야 할 것 같다"면서 선수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 감독의 목표는 뚜렷하지만 그 여정은 험난할 것이다. 송 감독은 2019시즌 K리그2를 두고 "말 그대로 '박 터질 것' 같다"고 말한다. 송 감독은 "우선 감독 성향들이 많이 달라졌다. 항상 부산은 무섭다. 전남에도 K리그1에서 뛰었던 선수들도 많다. 아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 우리가 쉽게 볼 팀은 없다.(웃음) 10개 팀 가운데 쉽게 볼 팀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천엔 눈에 띄는 스타플레이어가 없다. 하지만 팀으로서 멋진 축구를 펼치려는 뜻은 충만하다. 송 감독은 "팀이 약하면 좀 잠굴 수도 있고, 우리가 강하면 좀 강하게 나갈 수도 있다. 팀마다 사정이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내 팀이라고 생각하고 속사정을 깊이 알면서 봐주시면 더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팬들의 관심과 열정을 갖고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리겠다. 그에 걸맞는 팀을 만들겠다"면서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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