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합 자헤디가 수원 계약 하루 만에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 ⓒ수원 삼성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수원 삼성이 16일 아시아 쿼터 선수로 영입한 이란 공격수 샤밥 자헤디(24)가 스스로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

자헤디는 최근 경상도 남해에서 진행된 수원 삼성의 전지 훈련 기간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 두 차례 연습 경기를 뛰고 이임생 감독 및 수원 삼성 프런트의 합격점을 받았다.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한 뒤 계약했다.

수원 삼성은 16일 자헤디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자헤디는 187cm의 장신이 힘과 높이, 스피드를 겸비한 선수로 알려졌다. 최전방 스트라이커와 윙어 포지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젊은 선수로 수원의 공격진 고민을 해결해줄 마지막 퍼즐조각으로 꼽혔다. 

하지만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영입 발표문을 삭제했다. 수원 삼성 관계자는 "자헤디가 이전에 도핑 테스트 양성 반응으로 징계를 받은 사실을 제보 받았다. 구단에 미리 알리지 않은 점은 신의성실 고지의무를 다하지 않은 정황일 수 있다. 선수의 소명을 듣겠다"고 했다.

자헤디는 과거에 있었던 일을 소명했다. 이란 축구 최고 명문 클럽 페르세폴리스 유소년 팀에서 성장한 자헤디는 당시 이란 17세 이하 대표팀에서 활동한 대표 유망주였다. 당시 1군 선수들이 자주 먹던 단백질 보충제를 권유 받아 먹었다가 문제가 생겼다. 프로 1군 선수들과 달리 금전적 여유가 없었던 자헤디는 당시 클럽 피지컬 코치가 저렴하게 구해준 동일한 단백질 보충제를 먹었는데, 알고 보니 가짜였던 것이다.

자헤디가 싸게 산 가짜 단백질 보충제에는 금지 약물이 섞여있었다. 축구계 관계자는 "단백질 보충제를 섭취할 때 선수들에게 조심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많이 한다. 특히 미국 제품의 경우 설명과 달리 금지 약풀에 섞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정품이 아닌 모조품을 사먹은 자헤디는 도핑 테스트 양성 반응으로 2015년에 10대의 나이로 징계를 받았다.

이란축구협회는 자헤디가 경기력 향상을 위해 고의로 금지 약물을 복용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참작했다. 아시아 축구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통상 이란에서는 금지 약물에 대한 징계를 기본 2년 내린다. 자헤디의 경우 피해자라는 측면이 있어서 1년 2개월로 줄여준 것"이라고 했다.

2014년 이란 명문클럽 페르세폴리스에서 프로 경력을 시작한 자헤디는 2017년 이란 클럽 마신 사지 타브리즈로 이적했고, 같은 해 아이슬란드 리그 IBV 베스트마네야르로 이적했다. 2018시즌까지 베스트마네야르에서 뛰며 프로 통산 50경기 출전 10득점 2도움을 기록했다.

■ 수원 삼성 계약 후 드러난 도핑 징계 전력, 이란협회가 정상참작해 줄여준 징계
■ 페르세폴리스 피지컬 코치가 사다 준 단백질 보충제가 가짜였다
■ 이란 청소년 대표 출신 유망주, 이란협회 도핑 문제 강사로 재발 방지 앞장서

자헤디 측 대리인은 이란축구협회가 징계를 공식 발표한 사안이고, 언론에도 다수 보도된데다 이미 징계를 다 마쳤다는 점에서 계약에 문제가 없는 일이라고 했다. 숨기고 계약하기에 공표된 사실이라는 점이다. 국제축구연맹 기준에도 문제가 없는 계약이다.

다만 자헤디가 자신의 영입 이후 수원 팬들의 반응을 직접 살핀 뒤 "새로 영입되는 상황인데 사랑을 받고 들어와야지 이런 반응 속에서 뛰는 것은 아니다"라며 스스로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자헤디는 이란축구협회의 징계를 마친 뒤에도 이란 청소년 대표팀에 선발되는 등 정상적으로 선수 경력을 이어갔다. 이란축구협회에서 재발 방지를 위해 도핑 문제에 대한 강사로 자헤디를 초빙해 이란 선수들을 교육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자헤디에게 징계 공백 기간은 타격이 됐다. 페르세폴리스 1군 감독 교체 과정에 신임을 얻지 못해 기회를 찾아 아이슬란드로 떠났다. 아이슬란드에서 뛰던 자헤디는 K리그 명문구단 수원이 아시아쿼터를 찾는다는 소식에 문을 두드렸다. 자헤디는 아직 아이슬란드 이전 팀과 계약이 남아있었으나 "진지한 의미의 테스트라면 팀을 나와서 테스트 받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한국에 왔다.

무적 선수 신분으로 K리그 테스트에 도전한 자헤디는 수원의 오케이 사인을 받았다. 하지만 영입 확정 직후 도핑 전력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악화됐다.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여겼지만 여론 반응에 크게 상처를 입은 자헤디는 "나를 약쟁이라고 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란에는 마약 반입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어린 시절 한 번의 실수로 경력이 흔들린 자헤디는 수원에 계약을 해지하자고 요청했고, 구단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 수원 역시 신임 집행부와 감독 체제로 돌입한 가운데 발생한 논란에 자헤디 계약 철회를 내부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헤디는 수원 계약 하루 만에 새 팀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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