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투 감독과 이승우(오른쪽)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대한축구협회가 파울루 벤투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이승우를 출전시켜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국내 유력 일간지는 대한축구협회 측이 벤투 감독에게 인기가 많은 이승우를 1분이라도 투입하면 안되냐는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여러차례 전했으며, 이로 인한 반감에 벤투 감독이 이승우를 기용하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승우를 거듭 외면하는 것이 이승우와 갈등이 아닌 협회에 경고하기 위한 메시지라는 것이다.

아랍에미리트 현지에서 대표팀 언론 담당관을 맡고 있는 김세인 대한축구협회 홍보팀장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했다. 최근 국내 A매치 당시 이승우를 경기 홍보 포스터에 배치한 대한축구협회 마케팅팀의 이재철 마케팅팀장도 "마케팅팀 내에는 벤투 감독과 직접 연락하는 경우가 없다. 마케팅팀에서 벤투 감독에게 그런 요청을 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그런 일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대한축구협회 고위관계자들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는 "나도 대표팀 감독을 해봤지만, 요즘 시대에 협회에서 감독에게 선수 기용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해서도 안된다. 벤투 감독이 대표팀에 대한 이야기는 김판곤 위원장과만 나눈다. 나도 그에 대해서는 벤투 감독과 직접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홍 전무는 "아시안컵과 같은 큰 대회는 물론이고 국내 친선 경기라도 이제 막 와서 선수를 점검하고 있는 감독에게 특정 선수를 투입해달라고 이야기하는 일은 발생할 수가 없다. 대표팀 경기를 돌아보고 운영을 논의하는 쪽은 김판곤 위원장인데, 김 위원장이 벤투 감독에게 그런 말을 했겠나"라고 덧붙였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대표팀 통역관을 맡기도 한 전한진 현 대한축구협회 사무총장은 "협회 안에 다른 임직원도 벤투 감독과 식사 자리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통의 장은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은 말그대로 소통을 위한 자리다. 그런 자리에서 벤투 감독에게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간 큰 사람이 있겠나.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벤투 감독이 가만히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전 사무총장은 "누군가 지나가면서 농담으로 이야기한 것이 와전되었을 수는 있지만 벤투 감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의 협회 인사, 그리고 벤투 감독에게 공식적으로 무언가를 요청할 수 있는 인사가 그런 얘기를 한 경우는 없다"고 했다.

축구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도 "이승우는 인기가 많지만 협회가 기용해달라고 감독에게 말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지는 않다. 벤투 감독에게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한축구협회 마케팅 관계자도 "벤치에 있는 것만으로도 효과는 충분하다. 하지만 선발하고 기용하는 것은 감독의 영역"이라고 했다. 대한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그런 일이 있었다면 벤투 감독이 이승우를 아예 뽑지 않는게 맞지 않나. 대한축구협회에 경고하기 위해 투입하지 않을 선수를 선발한 것은 말이 안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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