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규-송광민-최진행(왼쪽부터) ⓒ한희재 기자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한화의 베테랑 내야수 정근우(37)는 2018년 시즌을 앞두고 생애 두 번째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했다. 하지만 첫 FA와는 달리 협상이 순탄치 않았다.

첫 FA 당시 한화는 원 소속구단(SK) 우선협상기간이 끝나자마자 정근우와 4년 총액 70억 원에 계약했다. SK는 아직도 이 금액을 믿지 않는다. 발표 시점과는 별개로 사전 조율이 있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4년 뒤 한화의 태도는 완벽하게 달랐다. FA 시장의 큰 손이었던 한화는 박종훈 단장 취임을 전후로 구단 노선을 바꿨다. 효율을 좀 더 생각했고, 미래가치를 좀 더 생각했다. 

첫 시험대가 정근우였다. 난항의 연속이었다. 박종훈 단장과 선수, 그리고 에이전시가 수차례 만났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한화의 첫 제시액은 선수의 눈높이에 턱없이 못 미쳤다. 그 과정에서 양측의 불편한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협상은 해가 넘어가서야 겨우 풀렸다. 서로 일정 부분을 양보하는 선에서 합의를 봤다. 2+1년 총액 35억 원의 계약이었다. 

정근우 측은 1년을 더 붙여 총액을 높였다. 한화는 옵션이라는 안전장치를 만들었다. 전지훈련 출발을 일주일 정도 앞둔 1월 24일 겨우 계약서를 교환했다. 당시 협상에 임한 한 관계자는 “마라톤 협상이었다. 탈진할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그만큼 양측이 처절하게 협상에 임했다는 의미다.

그로부터 1년 뒤, 세 명의 FA 선수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내부 FA인 이용규(34), 송광민(36), 최진행(34)이 그들이다. 예상대로 협상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여전히 미계약 상태다. 양측의 의견 차이가 제법 된다는 후문이다. 감정이 상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선수들의 방송 인터뷰는 구단도 당황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서로가 상처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박종훈 단장은 협상 과정에서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하지만 한화의 협상 대표자는 박 단장이다. 아무래도 단장의 성향이 협상 과정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박 단장과 직간접적으로 이야기를 해본 에이전트들은 “감성적인 접근을 해서는 안 되는 협상가”라고 입을 모은다. 논리적으로 박 단장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정근우 때보다 불리하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정근우는 그래도 직전 4년간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의 집계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간 정근우의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 합계는 16.03이었다. 리그 상위권 2루수 성적은 유지했다. 반대로 이용규의 최근 5년간 WAR은 11.52다. 송광민 최진행은 이보다 더 낮다. 

▲ FA 협상을 책임지고 있는 박종훈 한화 단장 ⓒ곽혜미 기자
과거 성적은 미래 성적 예상의 기반이다. 한화로서는 미래 가치를 더 박하게 계산할 여건이다. 정근우도 협상 당시 나이가 걸림돌이었다. 한화는 “2루수로의 가치는 계속해서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는 올해 세 선수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됐을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방망이 생산력이 탁월한 것도 아니다. 현재 이상으로 선수의 가치를 포장할 만한 패가 마땅치 않다.

두 번째는 여론이다. 정근우 협상 당시에도 찬반 여론이 엇갈렸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어느 정도는 대우하고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힘을 얻었다. 최종 합의액도 나름대로의 공감을 얻었다. 기량·예상 공헌도·팀 내 비중을 감안하면 적절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A에이전트는 “전체적인 시장 흐름은 여론이 좌우한다”고 했다. 한화가 한발자국 양보한 것도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정근우와는 달리 올해 세 선수는 여론도 등에 업지 못했다. 인터넷 여론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선수들을 보는 시선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게다가 전지훈련 출발까지 남은 시간도 별로 없다. 모든 면에서 구단이 유리한 판이다. 남은 기간 이 판을 뒤집을 마지막 카드가 나올지 흥미롭다. 그렇지 않으면 한화의 완승 흐름이 굳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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