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애미와 마이너리그 계약한 헥터 노에시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헥터 노에시(32·마이애미)는 KBO 리그 최정상급 투수였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90경기에서 46승20패 평균자책점 3.79를 기록했다. 특히 2017년에는 20승을 달성하며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앞장섰다.

그런 헥터는 세금 문제로 재계약을 포기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원터리그에서 메이저리그(MLB) 팀들의 부름을 기다렸다. 한동안 소식이 없다 18일(한국시간) 마이애미와 계약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하지만 조건은 썩 좋지 않다. 기본적으로 마이너리그 계약이다. MLB에서 등판해야 80만 달러(약 9억 원)를 가져가는 조건이다.

이를 보도한 ‘팬크레드’의 존 헤이먼은 “많은 인센티브 조건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인센티브는 어디까지나 부수적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보장액을 넘지 못한다. 던지지 못하면 가져갈 수 없는 돈이기도 하다. 헥터가 지난해 KIA에서 받은 연봉은 계약금과 인센티브를 포함해 200만 달러(약 22억5000만 원) 이상이었다. 미국에서도 세금은 내야 하기에 세전이든 세후든 이 금액을 벌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반토막 이상이 날 가능성도 있다. 

그나마 이런 계약이라도 맺어서 다행이라는 평가도 있다. 좋은 대우를 받고 미국에 돌아간 에릭 테임즈(밀워키)나 메릴 켈리(애리조나)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테임즈나 켈리는 오랜 기간 MLB 스카우트들이 공을 들였다. 반면 헥터는 MLB에서 “이제는 통하기 어렵다”는 한 차례 냉정한 시선을 받은 선수다. 자연히 관심이 덜했다. 스프링캠프를 앞둔 상황에서 헥터 또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한화에서 뛰었던 키버스 샘슨은 샌프란시스코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정확한 계약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대개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연봉은 10만 달러 남짓이다. 그 아래로 받는 선수들도 많다. “한국 무대가 외국인 선수들에게는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의 땅”이라는 말이 허언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다.

이런 계약은 논란이 됐던 100만 달러(약 11억2000만 원) 상한제의 합리성을 더한다. KBO 이사회는 2019년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들의 계약 상한선을 100만 달러로 명시했다. 계약금과 연봉을 포함한 수치다. 대신 2년차부터는 이 규정에서 자유롭다. 다년계약도 허용하기로 했다. 어기는 구단에는 엄중한 징계를 내리기로 합의했다. 

외국인 선수들의 수준이 높아지는 가운데 ‘100만 달러’는 족쇄가 될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많았다. 그러나 일선에서 뛰는 관계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KBO 리그가 MLB 구단들의 이적료 장사에 놀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6~7년 전까지만 해도 높지 않았던 이적료가 구단 경쟁 속에 어느새 100만 달러 수준까지 뛰어 올랐다. 치솟는 인건비에 부담을 느낀 구단들은 아예 그런 장난을 하지 말자는 뜻을 모은 것이다.

새 외국인 선수들의 수준이 확 떨어진 것도 아니다. 예년 정도 수준의 선수들이 새롭게 유니폼을 입었다. 100만 달러 상한선이 있다 보니 에이전트와 MLB 구단 사이의 ‘이적료 밀당’이라는 새 풍속도도 생겼다. 선수가 많은 돈을 가져가려면 이적료를 낮춰야 하기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혹은 이적료가 발생하지 않는 FA 선수들로 선회한 구단들도 적지 않았다. 

아직은 시행 첫 해다. 배가 부를 수는 없다. “생각보다 이적료가 떨어지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에이전시에서 역이용하기도 한다. “100만 달러까지는 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협상을 건다. 올해 계약 선수들은 한도를 꽉 채운 경우가 제법 있다. 대체 외국인 선수에 쓸 수 있는 돈이 한정된 것은 고민이다. 다만 거품을 빼는 과정이 잘 이어진다면 장기적으로 긍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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