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정형근 박대현 기자 / 배정호 영상 기자] 빙상계 성폭력 사건을 두고 ‘진실 공방’이 본격 점화됐다. 손혜원 의원과 젊은빙상인연대(이하 빙상 연대)는 '몸통'으로 전명규 교수를 지목했고, 전 교수는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손 의원과 빙상 연대 여준형 대표, 박지훈 변호사는 21일 서울 국회의사당 정론관에서 빙상계 성폭력 추가 폭로 기자회견을 열어 "확인된 성폭력 피해 사례는 6건이다. 전명규가 사전에 (성폭력 사건을) 은폐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전명규 교수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전 교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 교수는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빙상의 적폐로 지목된 내가 국민께 모든 진실을 밝히고 싶었지만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것 같았다. 특정 의도를 지닌 사람들과 일부 언론 매체들이 나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성폭력 관련해서 난 전부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손혜원 의원, 빙상 연대 측과 전명규 교수 사이에 엇갈리는 주장을 살펴봤다. 

◆ "심석희 기자회견 막았다” vs “평창 올림픽에 집중하라는 뜻"

손혜원 의원은 지난해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심석희가 폭행을 당한 뒤 기자회견을 하려는 것을 전명규가 막았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가 해당 사실을 부인하자 전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전 교수는 녹취록에서 "(심석희가) 기자회견 하려고 했었어. 맞자마자. 그 다음 날 기자회견 하려는 걸 내가 막은 거야. 새벽 1시까지 얘기하면서"라고 말했다. 

당시 전 교수는 "올림픽이 코앞이라 심석희가 빨리 대회를 준비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표현을 잘못한 것 같다"며 기자회견을 막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손혜원 의원과 젊은빙상인연대가 빙상계 성폭력 사건을 추가 폭로했다. ⓒ연합뉴스
▲ 전명규 한체대 교수의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곽혜미 기자

이후 약 3달이 지나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전 교수는 자신의 생각을 고수했다. 그는 "(심석희의) 기자회견을 막은 게 아니다. 기자회견을 나중에 해도 되지 않느냐, 지금은 평창 올림픽 경기력을 위해서 집중해야 할 때 아니냐고 얘기한 것이다. 심석희가 내 뜻을 이해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 교수는 "조재범 전 코치가 심석희를 상습 폭행했다는 사실도 몰랐다. 심석희는 어려서부터 조재범 저 코치에게 스케이트를 배웠고, 한국체대에 입학해서도 대표팀 소속으로 선수촌에서 훈련했다. 그런 상황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없었다. 책임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심석희에게 미안하고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전명규가 성폭력 사건 은폐" vs "기사 못 봤다"

손혜원 의원과 빙상 연대는 추가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손 의원은 "빙상 선수 A 씨가 10대 때 한체대 빙상장에서 강습을 받던 중 코치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훈련 도중 자세를 교정해준다는 핑계로 강제로 안거나 입을 맞췄다. 전지훈련을 갔을 때도 이런 일이 반복됐다. A 씨가 이를 거부하자 코치가 폭언을 퍼부었다. 이 선수는 충격으로 스케이트화를 벗었다"고 밝혔다. 

빙상 선수 B씨가 전명규 교수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도 공개됐다. 해당 문자에서 피해자는 "죽고 싶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백 번씩 들어요. 피해자는 저인데 가해자가 죽고 싶다고 했다고요?"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전 교수는 "네가 빨리 벗어나길 바란다. 그게 우선이야"라고 답했다. 

손 의원은 "전 교수가 심석희 사건도 알고 있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든다. 가해자는 여전히 빙상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전명규가 사전에 은폐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전명규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성폭행 은폐 의혹에 대해 "성폭력 관련해서 난 전부 알 수 없다. 알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성폭력 피해자 문자에 대한) 기사를 보지 못해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짧게 답했다. 


◆"전명규가 적폐의 몸통" vs "젊은빙상인연대의 저의 의심"

빙상 연대 박지훈 변호사는 "심석희가 길을 열어줬지만 성폭력 피해자들이 피해를 혼자 감내하고 있다. 피해 사실을 공개할 경우 전명규 사단으로부터 2차 가해를 당할까 두려움에 떨며 살고 있다. 그런데 전명규는 3개월 감봉 처분이 전부"라며 추가 징계를 요구했다. 

빙상 연대는 그동안 꾸준하게 '적폐의 몸통'으로 전 교수를 지목했다. "전 교수가 절대 권력을 휘둘러 빙상계의 모든 문제가 불거졌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손 의원과 빙상 연대는 "빙상계 성폭력 가해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는 이유는 가해 코치들이 전명규 교수 휘하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빙상연대의 저의가 의심된다고 반박했다. 빙상 연대 관계자가 본인의 비리 내용을 주면 합의서를 써 주겠다며 조재범 전 코치를 회유한 정황을 파악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전 교수는 "그들이 진정으로 빙상 발전을 위해서 하는 건지는 개인적으로 의구심으로 든다. 연대 구성원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면밀히 살펴봐 주셨으면 한다. 조금 더 넓게 사안을 바라봐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법정 다툼에 관해선 변호사와 상의하고 있다. 빙상인들은 다 내 제자들이고 관련 있는 사람들이다. 법적 싸움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난 혜택을 많이 받은 지도자였다. 내가 질타를 받더라도 감수할 부분은 감수하는 것도 맞는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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