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와 3년 계약을 맺은 박경수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박경수(35·KT)는 2014년 시즌이 끝난 뒤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행사했다. FA 시장이 타오르기 시작한 시점이었으나 그때나 지금이나 부익부 빈익빈은 심했다. 박경수는 주목받는 대어가 아니었다.

FA 직전 시즌 성적도 나빴다. 2014년 LG 소속으로 87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천재 유망주’의 이미지는 잊힌 지 오래였다. 그때 KT가 손을 내밀었다. 창단 직후 내야수는 물론 어린 선수들을 이끌 베테랑이 필요했다. 박경수는 비싸지 않은 옵션이었다. 그렇게 KT와 4년 18억2000만 원에 계약했다. KT는 신생팀 특혜로 보상선수를 줄 필요가 없었다. 어쩌면 그래서 가능한 계약이기도 했다.

박경수는 KT 유니폼을 입고 전환점을 만들었다. 2003년부터 2014년까지 통산 홈런이 43개에 불과했던 그가 2015년 22개, 2016년 20개의 홈런을 쳤다. 모두가 놀란 재발견이었다. 그렇게 박경수는 4년간 524경기에서 타율 2할8푼, 82홈런, 29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61이라는 좋은 성적을 냈다. 같은 기간 박경수보다 더 많은 홈런이나 타점을 수확한 2루수는 아무도 없었다.

4년간 18억2000만 원 값어치의 곱절을 했음은 분명했다. 그런 박경수는 KT와 두 번째 FA 계약을 했다. 계약 기간을 맞추며 구단과 접점을 찾아갔고, 21일 3년 총액 26억 원(계약금 8억 원·연봉 12억 원·인센티브 6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22일 팀의 신년 하례식을 코앞에 두고 들린 낭보다.

KT로서는 비교적 만족스러운 계약이었다. 3년의 계약 기간을 보장해주는 대신, 인센티브를 꽤 많이 넣었다. 보장 금액은 3년 20억 원 수준이다. 인센티브 조건이 아주 쉬운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인센티브를 가져간다는 것은 박경수가 그만큼 팀에 공헌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니 그 또한 나쁘지 않다.

관심은 박경수가 앞으로 어떤 성적을 내느냐다. 지난 4년을 볼 때 첫 2년과 마지막 2년은 성적에서 차이가 있었다. 2017년과 2018년은 타율은 물론 전체적인 공격 생산력이 떨어졌다. 다만 첫 2년과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지난해 박경수의 공격 생산력은 리그 평균을 살짝 웃돌았다. 2루 수비에서의 급격한 노쇠화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물론 나이가 들수록 기량과 성적은 대개 떨어진다. 3년의 기간 동안 붙박이로 2루를 본다는 장담 또한 할 수 없다. 박경수의 공격 성적이 가치 있었던 것은 그의 포지션이 2루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경수가 앞으로 지난 4년의 평균치 정도만 쌓아가도 KT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클럽하우스에서의 영향력도 생각해야 한다.

박경수는 두 번의 FA 계약에서 7년간 최대 44억2000만 원을 받는다. 첫 4년은 대성공이었다. 두 번째 3년에서도 평균 이상의 ‘가성비’를 보여준다면, FA 제도 역사에 성공작으로 이름을 남길 수 있다. KT도, 박경수도 3년 계약의 끝에 그런 평가가 있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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