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위즈 이강철 감독이 SPOTV 스포츠타임 인터뷰를 하면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가을야구 가겠다."

KT 위즈 3대 사령탑에 오른 이강철 감독은 지난해 11월 열린 취임식에서 "가을야구에 가겠다"고 공표했다. KT는 2015년 1군 리그에 진입해 3년 연속 최하위(10위)를 했고, 지난해 처음 탈꼴찌(9위)에 성공했다.

여전히 전력은 불안정하다. 외부 FA 영입도 없다.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만한 확실한 전력보강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KT가 가을야구에 간다면 '초보' 이강철 감독의 지도력은 단숨에 평가절상될 수 있다. 조만간 스프링캠프를 떠나는 이 감독은 KT 위즈 야구단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 SPOTV 스포츠타임 인터뷰를 통해 그 일면을 들여다봤다.

#1. 잠수함 조련사 계보, 이번엔 엄상백!

이강철 감독은 통산 152승으로 역대 잠수함 투수 다승 1위에 올라 있다. 전체를 통틀어서도 송진우(210승), 정민철(161승)에 이어 역대 3위다.

현역 선수 시절 최고의 잠수함 투수 출신답게 코치가 된 뒤로도 잠수함 투수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했다. 계보도 있다. KIA 시절엔 손영민과 유동훈을 전력의 핵으로 끌어올렸다. 넥센 시절엔 한현희와 함께 약간 팔이 올라간 유형이긴 하지만 신재영도 정상급 투수로 발돋움시켰다. 지난해엔 두산 박치국을 핵심 불펜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이 감독은 이에 대해 "공교롭게도 그렇게 됐다. 그 선수들이 잘 할 선수들이었는데 내가 그때 (투수코치를) 딱 맡았던 것 같다"며 우연의 일치처럼 겸손하게 얘기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KT에서도 언더핸드나 사이드암 유형의 투수의 성장을 기대해 볼 만하다. 누가 그 계보를 이어갈까. 이 감독은 "우리 엄상백(23) 선수도 올해 잘해줬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엄상백은 2015년 1차지명한 투수로 시속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가 매력적이다. 잠재력 면에서 늘 기대를 품게 한다. 아직은 들쑥날쑥한 면이 있지만 지난해 불펜의 필승 방정식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후반기에 1승3패10홀드, 평균자책점 3.76을 기록하며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KT에는 사실 고영표라는 대표적 잠수함 투수가 있다. 그러나 지난 시즌 후 군복무에 들어가면서 2년간은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영표의 동국대 대선배이기도 한 이강철 감독은 "어떻게 보면 고영표 선수랑 나랑 거의 비슷한 유형인데 군복무를 시작했다"면서 "엄상백 선수도 비슷한 유형이다. 키가 될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다시 한 번 나타냈다.

#2. 성장 키플레이어 심우준과 김민

2019시즌 KT 전력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성장을 기대해야할 투타 핵심 선수는 누구일까. 이 감독은 "수비 쪽에서는 심우준(24), 투수 쪽에서는 김민(20)이 많이 올라와줘야 할 것 같다"고 지목했다.

2014년 2차 신인드래프트 특별지명으로 뽑은 심우준은 발이 빠르고 민첩성과 순발력이 있어 장차 KT 주전 유격수로 자리매김해야할 후보로 꼽힌다. 그러나 여전히 수비 쪽에서 불안한 면이 있다. 어려운 타구를 곧잘 처리하기도 하지만 평범한 타구를 실수하는 일이 잦다. 이 감독 역시 "수비 에러가 좀 많다. 공격 쪽을 많이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유격수에게 더 중요한 것은 수비라는 점을 강조하려고 한다"면서 "심우준 선수가 유격수만 잘해 준다면 좀 더 안정된 팀이 되지 않을까. 방망이는 계속 뛰다보면 분명 더 좋아질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차지명으로 입단한 투수 김민은 후반기 9경기에 선발등판해 4승2패, 평균자책점 5.06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알렸다. 김민에 대해 이 감독은 "좋은 볼을 가지고 있는데 제구력이 안정되지는 않았다. 4~5선발에 항상 생각을 하고 있다. 외국인투수 2명에 이대은 선수도 있고, 김민 선수가 그 자리만 차지한다면 (올 시즌) 승부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 [스포티비뉴스=서울, 곽혜미 기자] 2019 KBO 신인 드래프트가 10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전체 1순위로 KT에 지명된 이대은이 퇴장하고 있다.

#3. 이대은 활용법은?

이대은은 올 시즌 신인 최대어 투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신일고 출신으로 2007년 시카고 컵스와 계약한 이대은은 트리플A까지 승격됐고, 이후 일본프로야구 지바롯데에 입단해 2년간 뛰기도 했다. 경찰야구단에서 군복무를 마쳐 만 30세에 KBO리그에 새내기로 들어오게 됐다. 이 감독은 "올해 당장 몇 승을 바라기보다는 1년간 풀시즌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는 자기만의 노하우를 만들어야한다. 경험을 쌓고 부상 없이 간다면 내년부터는 충분히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며 긴 안목으로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주면서 계속 기용하면서 키우겠다는 복안을 밝혔다.

▲ KT 위즈 강백호 ⓒ한희재 기자

#4. 강백호 활용법은?

지난해 데뷔하자마자 29홈런으로 역대 고졸 신인 최다홈런을 기록한 강백호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그런데 지난해 팀 사정상 주로 1번타자(385타석)로 출전했다. 타격능력만 놓고 보면 중심타선, 특히 3번에 포진되는 그림이 나을 수도 있다.

'앞쪽(1번타자)으로 보는가, 중심타자(3번타자)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이 감독은 "중심에 놓기엔 아깝기도 하다. 좀 (타석이) 늦게 돌아오니까. 그렇다고 앞에 놓기도 아깝기도 하고…. 지금 딱 그런(어떻게 써도 아까운) 상황인데, '정말 강한 2번을 써야하나?'라는 생각도 있다. 백호의 자리에 따라 '8~9~1'과 '9~1~2' 타순이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백호가 올해는 또 견제도 많이 당할 것 같고, 백호 뒤에 강한 선수를 나둬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고민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백호를 둘러싼 또 하나의 이슈는 과연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느냐다. 단도직입적으로 "팬서비스 차원인가, 전력강화 차원인가"라고 물어봤다. 이 감독은 "팬들이 즐겁게 야구장을 찾아주시고 뭔가 이슈가 돼야 팬들도 많이 오신다고 생각해 그런 의미에서 뱉었는데 이렇게 와전이 돼서 일이 커졌다"며 웃더니 "그 답은 계속 안 하고 지금까지 왔는데, 팬서비스 차원으로 계속 돌리고 있다. 캠프 가서 확실히 확인하고 검증하고 말씀드리겠다"고 당분간 기다려달라는 뜻을 전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투타를 겸업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인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처럼 우리나라에도 투타 겸업 선수가 필요할까. 이 감독은 "부상 위험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그동안 가장 잘했던 게 타격인데 이것(투타 겸업) 때문에 타격을 못하면 안 된다. 장점을 최대한 살려주고 능력치가 된다면 팬들을 위해서도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서도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 KT 위즈 이강철 감독이 스포티비뉴스 이재국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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