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쇼트트랙 국가 대표 주민진이 전명규(사진) 한국체대 교수에게 과거 태릉선수촌에 몸 담던 시절 "머리에 피가 날 때까지" 폭행 당했다고 털어놨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머리에 피가 날 때까지 맞았다. 기량 향상이 (손찌검) 목적이었다."

쇼트트랙 국가 대표 출신 주민진이 22일 MBC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에서 선수 시절 폭행 당한 사실을 입밖에 냈다.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 이름을 언급했다.

주민진은 "과거 6년 동안 국가 대표로 선수촌에 몸 담았다. 이 가운데 5년을 전 교수에게 지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력을 높이는 방법이라면서 손찌검을 많이 했다. 손과 발로 선수를 때렸다. 여자 선수는 머리채를 잡고 (머리카락이) 빠질 때까지 흔들었다. 흔드는 강도가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선 마네킹' 있지 않나. 몸 전체가 휘청거릴 정도로 셌다"고 덧붙였다.

스케이트 날을 보호하는 플라스틱 '날 집'으로도 맞았다고 했다. 주로 머리를 건드렸는데 피가 날 때까지 날 집으로 때렸다고 털어놨다.

▲ 주민진이 22일 MBC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에 출연해 과거 폭행 당한 기억을 고백했다. ⓒ MBC 'PD수첩' 화면 캡처
변천사와 심석희에 이어 주민진까지 끔찍한 기억을 고백했다. 지도자가 폭행한 이유는 간단하다. 성적을 높이기 위해서다.

한땐 그랬다. 트라우마로 남을 기억도 금메달을 따면 '그땐 그랬지, 힘들게 운동했지'로 운을 떼는 추억이 됐다.

대회 종료 뒤 여정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하나의 에피소드로 소개됐다.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 대표 코치도 비슷한 이유를 들었다. 23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상해 혐의 재판에서 "(심석희를) 최고 선수로 육성하려 손찌검했다. 잘못된 지도방식이었다. 상처를 줘 정말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전 코치는 경기력 향상과 메달 수확, 이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폭력'을 효과적인 도구로 여기고 실행했다. 여기에 파벌 논리와 윗분 지시가 섞여 폭행이 도를 넘었다.

심석희가 선수촌을 이탈하고 폭로를 결심할 정도로 가혹한 폭행이 이뤄진 배경이다. 이제는 대물림을 끊어야 한다.

주민진은 지난달 20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내가 폭행으로 힘들어 할 때 가장 많이 위로해 준 이가 조재범 선배다. 그랬던 선배가 코치가 돼서 폭력을 훈련 수단으로 선택했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한 바 있다.

시대가 바뀌었다. 더는 폭행이 목적을 위한 도구로 여겨져선 안 된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순 없다. 빙상계를 비롯한 체육계 전체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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