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증인'.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영화 '증인'(감독 이한, 제작 무비락 도서관옆스튜디오)은 잠시 잊고 살던 질문을 꺼낸다. 정면에서 날아온 낯간지러운 질문이 예상치 못한 훅이 되어 뒤통수를 강타한다.

변호사 순호(정우성)는 이미 선택했다. 속물이 되기로. 늙으신 아버지와 그 빚에 시달리다 얼마 전 민변 대신 대형 로펌으로 자리를 옮겼다. 5년형은 받아야 할 범죄자를 집행유예로 풀려나게 하는 게 그의 일이다. 민변 활동 경험을 살려 집단소송 대처방안을 조언하는 것도 그의 일이다. 썩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 

기회는 곧 찾아온다.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면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할 문이 열린 것. 용의자는 노인 살인범으로 몰린 가정부(엄혜란), 유일한 목격자는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다. 법정에 세우기만 하면 증언을 뒤집어 가정부의 결백을 입증할 수 있다고 생각한 순호는 지우에게 접근한다. 지우의 세계에 발을 들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소녀는 순호에게 묻는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변호사에겐 무의미한 질문이다. 성공하려는 변호사에게는 더더욱 무의미한 질문이다. 하지만 변호사도 사람이다. 순호의 눈은 흔들린다. 

▲ 영화 '증인'.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증인'은 착한 영화다.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오빠생각'을 만든 이한 감독은 인간은 본디 착하다는 믿음을 작품마다 녹여내는 듯하다. '증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인간의 선함을 설파하는 대신 똑똑하게 판을 꾸렸다. 

영화는 속물의 길에 막 접어든 어떤 변호사와 거짓을 말할 수 없는 소녀를 담담히 바라본다. 그리고 의뢰인을 만족시키는 변호사와 약자를 돕는 변호사를, 얄팍한 선입견과 해할 수 없는 순수를, 착시와 진실을 거듭해 대비시킨다. 감정과 캐릭터를 차곡차곡 쌓아간 휴먼드라마는 힘있는 법정드라마로 나아가며, 우직하게도 극과 극의 둘이 함께일 수 있다고 말한다. 

착해빠진 순둥이보단 적당히 때묻은 속물이 말 통하는 능력자로 대접받는 현실을 반영이라도 하는 걸까. 매력만점의 악인이 즐비한 스크린에선 납작하지 않은 착한 캐릭터들을 찾는 게 쉽지 않다. 풍성하게 살아 움직이는 '증인'의 착한 사람들은 자체가 미덕이다. 이야기에도 감독과 만든 이들의 따뜻한 정서가 그대로 느껴진다. 스크린에서 햇살을 쬔 것 같다. 

악인을 유형별로 정복이라도 할 것처럼 맹렬하게 악의 얼굴을 탐구해 왔던 정우성은 오랜만에 편안한 일상을 입었다. 반갑고도 흐뭇하다. 자신과 동갑인 마흔여섯살 순호에게 스스로를 투영한 듯한 정우성의 대답은 그가 스크린 너머에서 온 몸으로 보여준 고민과 맞물려 영화에 힘을 더한다. '신과함께'로 쌍천만 흥행배우로 거듭난 김향기 또한 적역이다. 초점 없이 흔들리는 자폐소녀의 눈을 투명한 창처럼 그려냈다.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낸 박건형, 무려 9년 만에 스크린에서 만난 송윤아도 작품에 흐뭇함을 더한다.

2월 13일 개봉. 12세 관람가. 런닝타임 1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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