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세혁(왼쪽)과 함덕주.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지난 15일 두산 선수단은 신년 미팅을 가졌다. 새롭게 나온 유니폼과 장비를 지급하고 스프링캠프에 대한 준비 사항을 체크하는 자리였다.

라커룸 벽 게시판에는 선수들이 직접 쓸 수 있는 종이 한 장이 붙어 있었다. 스프링캠프에서 룸메이트를 하고 싶은 사람끼리 이름을 적도록 한 것이었다.

가장 먼저 이름을 쓴 선수는 포수 박세혁.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한 선수가 다가가 같은 방을 쓰겠다며 이름을 올려 놓았다. 주인공은 두산의 새 마무리 투수 함덕주였다.

주전 포수 양의지가 있었기에 둘이 호흡을 맞추는 장면은 흔하게 볼 수 없었다. 겉으로 드러난 것으로는 이렇다 할 접점이 없는 그들이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정과 호흡을 키워 왔다. 새로 룸메이트를 정한다는 것을 알게 된 뒤 함께 방을 쓰기로 결정했다.

함덕주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세혁이 형과 잘 맞는다. 일상생활에서도 공통점이 많다. 특히 야구가 잘 통한다. 평소 야구 이야기를 세혁이 형과 많이 하는데 상당 부분이 나랑 생각이 비슷하다. 야구로도 호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저하지 않고 룸메이트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함덕주와 박세혁이 야구적으로 잘 통한다는 것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는 이야기다. 두산의 불펜이 새로운 시즌에도 안정감을 가질 수 있으리란 기대를 품게 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두산은 올 시즌 양의지 없이 시즌을 치러야 한다. 그 짐은 박세혁이 지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실 선발진만 놓고 보면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수 있다. 외국인 투수 원투 펀치인 린드블럼과 후랭코프는 이미 한국 프로 야구에서 선발로 검증이 끝난 선수들이다.

3선발 이용찬도 마무리부터 선발까지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다. 포수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경기를 풀어 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극심한 부진을 겪었지만 선발 후보인 장원준과 유희관도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다. 구위라면 몰라도 포수 낯가림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불펜은 얘기가 달라진다. 두산 불펜은 젊은 투수들이 중심이 돼 있다. 때문에 함덕주가 매우 중요하다. 함덕주가 확실한 꼭짓점 몫을 해야 불펜이 전체적으로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박세혁과 함덕주가 야구적으로도 교감을 나누는 사이라는 건 중요한 포인트다. 함덕주가 양의지가 없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야구를 자신감 있게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이어 갈 수 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야구로 교감을 키워 온 함덕주와 박세혁 배터리. 일단 두산은 불펜의 핵심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를 품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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