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박진우는 우리카드 위비 '봄 배구' 진출에 이바지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송림, 박대현 기자] "경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윤)봉우형은 팀 중심을 잡아주는 선배다. (김)시훈이형에게도 좋은 자극을 받을 때가 많다."

인터뷰 내내 싱글벙글 웃었다. 타이밍이 좋았다. 인터뷰가 이뤄진 지난 15일이 군복무 기간을 꽉 채우고 전역을 신고한 날이었다. 

만기 제대한 남자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그 기분.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쏟아져 행복감이 넘실대는 그 기분을 박진우(29, 우리카드 위비)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질문을 던지는 기자도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사회인이 된 박진우에게 날카로운 송곳 질문을 중간중간 던졌지만 별무소용이었다. '어떤 물음이든 좋다'는 표정이었다.

군에 있을 동안 소속 팀 경기는 얼마나 챙겨봤는지 물었다. 박진우는 "빠짐없이 다 봤다. 경기 시간이 일과 종료 뒤라 딱히 할 일이 없었다. 모든 세트를 다 챙겨보면서 '나도 뛰고 싶다'란 생각을 자주 했다"고 털어놨다.

무릎 상태가 좋지 않다는 말이 들린다고 하자 "그렇지 않다. 지금 당장 (실전에) 나갈 수 있다"며 손사래쳤다. 상승세인 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올 시즌 프로배구 하반기에서 가장 주목 받는 팀은 우리카드다. 시즌 초 부진을 딛고 '봄 배구'에 바투 다가서 있다.

1라운드를 2승 4패, 6위로 마친 우리카드는 전열을 추스른 뒤 곧장 반등에 성공했다.

2, 3라운드 모두 4승(2패)을 쓸어담으며 순위를 끌어올렸다. 

▲ 박진우와 인터뷰한 지난 15일은 그가 전역을 신고한 날이었다. 인터뷰 내내 싱글벙글 해사한 표정을 지은 이유가 있었다.
4라운드에서도 4승 2패를 기록했다. 5승 1패를 거둔 현대캐피탈에 이어 가장 좋은 성적. 

마지막 두 라운드를 앞둔 현재 14승 10패 승점 44점으로 3위다.

득점 1위(733점) 외국인 공격수 아가메즈 활약이 눈부셨다. 명세터 출신 신영철 감독이 조련한 '신구 세터' 노재욱-유광우 듀오도 안정적인 경기 운용을 보였다. 레프트 나경복 선전은 알토란이었다.

다만 중앙이 조금 헐겁다는 평이 있다. 박진우에게 "센터로서 책임감이 남다를 것 같다"고 물었다. 팀 사정뿐 아니라 선수 개인으로도 윤봉우, 김시훈과 선의의 경쟁을 눈앞에 둔 상황.

빙빙 돌리지 않고 "자신 있느냐"고 물었다.

"경쟁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윤)봉우형은 팀 중심을 잡아주는 선배다. 분위기가 처질 때마다 끌어올려주신다. 팀에 꼭 필요한 역할을 맡고 계셔서 배울 점이 많다. (김)시훈이형에게도 좋은 자극을 받을 때가 많다(웃음). 안정적인 서브나 블로킹 타이밍 등 여러 장점을 옆에서 보며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우리카드를 이끄는 신 감독은 '디테일'에 강한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날개 공격수에게 스텝 숫자를, 미들블로커에겐 손모양까지 세심히 일러줄 정도로 꼼꼼한 지도력으로 유명하다. 이제 막 전역했지만 휴가 동안 조금씩 얼굴을 익힌 박진우에게도 기억에 남는 메시지가 있었는지 물었다.

역시 웃었다. 박진우는 "정말 꼼꼼하시다(웃음). 기본기부터 다시 배우고 있다. 귀찮다거나 싫다거나 그런 감정은 전혀 없다. 프로 와서도 기초를 다듬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 배구 선수로서 한 단계 성장하는 느낌"이라며 해사한 표정을 지었다.

배구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했다. 평촌고-경기대 코스를 딛기 전 '소년 박진우'를 물었다.

"원래 배구부가 없는 중학교에 다녔다. 그런데 하루는 인근 학교 (배구부 감독을 하시는) 선생님이 우리 학교를 찾아오셨다. 그러더니 키 큰 애들을 모두 뽑아가시더라(웃음). 거기에 저도 포함됐다. 중학교 2학년 때 키가 188cm 정도 됐다."

열다섯 나이에 190cm에 가까운 키는 눈에 띌 수밖에 없을 터. 농구 배구 등 신장이 중요한 종목을 지도하는 감독 처지에선 남달리 보였을 것이다. 

박진우는 "지금 신장은 197cm인데 경기대 시절 완성된 체격이다. 부모님께 (배구하기) 좋은 몸을 물려받았다. 감사하다(웃음)"고 말했다.

롤모델이 누군지 물었다. 배구를 조금 늦게 시작한 편이라 '대선배님들' 경기를 보진 못했다고 털어놨다. 대신 같은 팀에서 함께 운동한 선배들에게 많은 노하우를 익혔다고 했다.

"(배구에 입문한 시기가) 상당히 늦었다. 그래서 방신봉, 최천식, 김상우 등 대선배님들 경기를 직접 보고 자라진 못했다. 대신 프로에 와서 많이 배웠다. (신)영석이형한테 스텝을 배웠고, (박)상하형한테는 멘탈 다스리는 법을 배웠다. 실수해도 자책하지 않고 빠르게 제 페이스를 찾는 비결을 (박상하 선배 덕분에) 많이 깨칠 수 있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