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광화문, 취재 조영준 기자 / 영상 김동현 기자] "엘리트 중심에서 스포츠가 추구하는 가치로 전환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스포츠의 가치는 국위 선양이 아니라 누구나 공정하게 경쟁하고 상대방을 인정하며 결과에 승복하는 쪽으로 (한국 체육은) 변해야 합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에이스 심석희(22, 한국체대)의 폭행 및 성폭행 파문이 한국 스포츠계를 뒤흔들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심석희는 조재범 전 국가 대표 코치로부터 폭행은 물론 성폭행까지 입었다고 폭로했다.

이 사건이 터진 뒤 그동안 곪았던 한국 스포츠의 추악한 단면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쇼트트랙에 이어 유도와 태권도에서도 미투 운동이 일어났다.

▲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가운데)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 연합뉴스 제공

도미노처럼 진행된 이번 사건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그리고 이 문제는 한국 스포츠 혁신으로 이어져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화체육부는 25일 서울 중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언론 브리핑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도종환 문화체육부장관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그리고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가 내놓은 대책안 특별조사단의 구성이다. 이번 사건 진상을 철저하게 파헤쳐 제도 개선에 활용할 계획이다. 또 한국 체육계 혁신을 위해 대한체육회와 KOC(Korean Olympic Committee)의 분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KOC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산하 기관으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국가 대표 팀 관리가 주업무다. 엘리트 체육에 집중하는 기관과 대한체육회를 분리해 한국 체육의 혁신을 세운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도 장관은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는 2016년 통합됐다.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하려고 했지만 KOC가 통합체육회로부터 분리되지 않아 생활 체육이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재범 전 코치는 지난 23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최고로 키우고 싶어서 그랬는데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밝혔다. 지도자 소임을 하지 못한 한 인물의 무책임함은 물론 한국 스포츠의 '성적 지상주의'도 엿볼 수 있는 말이었다.


정부는 한국 체육계의 오랫동안 쌓인 적폐를 제거하기 위해 '혁신'이란 단어를 강조했다. 그러나 지도자와 선수의 수직적인 관계는 오래전부터 변하지 않았다. 사건이 터질 때만 이슈가 될 뿐 시간이 흐르면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그대로 남았다.

이번 사건은 한국 스포츠이 새로운 요람인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터졌다. 시설은 최첨단이지만 폐쇄적인 장소와 환경이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결국 이번 사건은 대한빙상경기연맹과 대한체육회는 물론 문화체육부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체육계 성폭력 사태 문제로 사죄의 인사를 하고 있는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오른쪽)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가운데)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왼쪽) ⓒ 연합뉴스 제공

이 문제에 대해 도 장관은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그리고 진천선수촌 관리자들이 모두 이 문제에 대해 통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스포츠계에서는 폭력이 관행처럼 이루어졌다. 이런 문제가 사라지게끔 지도자들에게 엄중한 벌을 줄 수 있는 세세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하계와 동계 올림픽을 모두 치렀다. 또 월드컵과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들을 유치했다. 겉으로 드러난 성과는 화려하지만 안으로는 썩은 고름을 짜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심석희 사건이 정부의 방침대로 한국 스포츠에 혁신을 가져올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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