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음 황제'도 나이를 먹는다. 표도르 예멜리야넨코는 "은퇴를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나이가 됐다"며 옅은 미소를 띄었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얼음 황제' 표도르 예멜리야넨코(42, 러시아)는 15년 만에 그랑프리 챔피언벨트를 노린다.

표도르는 27일(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더포럼에서 열리는 벨라토르 헤비급 그랑프리 결승전에서 라이언 베이더(35, 미국)와 주먹을 맞댄다.

2004년 이후 그랑프리 우승이 없다. 표도르는 20년간 전장을 누비며 총 전적 38승 5패 1무효를 쌓은 레전드.

역대 최고 헤비급 파이터 중 하나로 꼽히는 그에게 그랑프리 '15년 무관'은 다소 어울리지 않는 커리어다.

2006년 프라이드 무차별급 그랑프리는 출전을 고사했다. 5년 뒤 열린 스트라이크포스 헤비급 그랑프리에선 안토니오 실바에게 TKO로 졌다. 8강에서 쓴잔을 마셨다.

이번 결승전도 난항이 예상된다. 많은 베팅 사이트가 표도르를 언더독에 놓았다. 

초반 주먹이 먹히지 않으면 깔려 있다가 베이더에게 승리를 내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표도르 예멜리야넨코(사진 가운데)가 오는 27일(한국 시간) 벨라토르 헤비급 그랑프리 결승전에서 라이언 베이더와 맞붙는다. ⓒ벨라토르MMA 트위터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한다. 표도르는 지난 24일 벨라토르 214 공개 훈련에서 "난 지금도 나이를 먹고 있다. 어느덧 마흔이 넘었다. 그래서일까. 시간이 흐를수록 은퇴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더는 싸우고 싶지 않다거나 격투에 흥미를 잃었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정말 적지 않은 나이, 그 하나 때문에 고민하는 것이다. (기자진을 향해) 당신들도 알다시피 몸 상태도 여전히 좋지 않고(웃음). 무릎과 어깨 모두 아프다"라고 덧붙였다.

표도르는 이미 두 차례 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미국에서 부진이 발목을 잡아 2011년과 2012년 연이어 링을 떠난다고 발표했다.

2008년 미국 어플릭션에 진출해 팀 실비아와 안드레이 알롭스키를 이기고, 2009년 스트라이크포스에서 브렛 로저스에게 TKO승 할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그러나 2010년 파브리시우 베우둠에게 트라이앵글 초크에 걸려 탭을 친 뒤 꼬이기 시작했다. 사실상 이때 전성기가 끝났다. 

이듬해 안토니오 실바, 댄 헨더슨에게 연달아 TKO로 무릎을 꿇었다.

특히 실바에겐 테이크다운을 뺏긴 뒤 풀마운트까지 내주는 '흔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굴욕적인 패배였다. 3연패 후 러시아 무대로 돌아가 은퇴 절차를 밟았다.

허나 은퇴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살림을 책임져야 할 집이 많았다. 

M-1, 라이진 등 여러 단체의 간곡한 설득으로 링에 복귀했다. 이후 표도르는 승승장구했다. 메이저 무대는 아니지만 5연승을 달리며 재기를 알렸다. 

벨라토르에 둥지를 튼 뒤에도 프랭크 미어, 차엘 소넨을 잡으며 연승 중이다. 여전히 역대 최고 헤비급 파이터가 누구인지 논쟁이 일 때면 1순위로 거론된다. 베이더 전 결과와 상관없이 전 세계 격투 팬들은 표도르가 꿈꾸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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