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도르 예멜리야넨코는 라이언 베이더에게 35초 만에 허무하게 KO패 했다.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 기자] '마지막 황제' 표도르 예멜리야넨코(42, 러시아)가 벨라로트 헤비급 정상의 문턱에서 허무하게 무너졌다.

27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더포럼에서 열린 벨라토르 헤비급 월드 그랑프리 결승전에서 라이언 베이더(35, 미국)에게 1분도 못 버티고 KO패 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초반 속전속결을 노리는 스타일인 표도르는 레슬러 출신 베이더의 테이크다운을 경계했다. 거리를 두고 선제공격을 아꼈다.

너무 조심스러웠던 탓일까, 나이가 들어 반응 속도가 느려진 탓일까? 한 방에 승리를 내줬다.

표도르는 오른손잡이 자세 베이더가 앞에 나와 있는 왼발을 한 스텝을 구르며 빠르게 휘두른 왼손 훅을 맞았다. 반응조차 못 하고 안면 정타를 허용해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파운딩 한 방을 추가로 얻어맞고 KO됐다.

경기 시작 1분도 되지 않은 시간. 정확히 35초 만이었다. 표도르는 공격 한 번 못 하고 씁쓸하게 뒤돌아섰다.

베이더에게 허용한 KO패는 2000년 12월 링스 킹오브킹스 토너먼트 고사카 츠요시와 경기에서 살갗이 찢어져 기록한 17초 닥터 스톱 TKO패에 이은 최단 시간 패배다. 정타를 맞고 진 경기 중에선 가장 짧은 시간.

표도르는 역사상 최고의 헤비급 파이터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유도·삼보 선수를 거쳐 프로로 데뷔한 2000년부터 이날까지 전적 38승 6패 1무효를 쌓았다.

표도르는 토너먼트(녹아웃 스테이지) 방식 대회에서 여러 번 우승을 차지했다.

2001년 링스 무제한급(Openweight) 토너먼트와 무차별급(Absolute) 토너먼트에서 정상에 섰고, 2004년 프라이드 헤비급 그랑프리에선 마크 콜먼·케빈 랜들맨·오가와 나오야·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를 차례로 꺾고 챔피언이 됐다.

이후엔 내림세였다. 2006년 프라이드 무차별급 그랑프리엔 출전하지 않았고, 2011년 스트라이크포스 헤비급 그랑프리에선 안토니오 실바에게 TKO로 져 8강전부터 고배를 마셨다.

크게 성장한 종합격투기 기술 수준을 쫓아가기에 표도르는 노쇠했다. 반사 신경이 크게 떨어지다 보니, 경기 초반 불꽃 같은 펀치 연타가 나오지 않는다. 테이크다운 방어도 허술해 톱포지션을 내주기 일쑤다.

표도르는 경기에 앞서 "은퇴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 현역에서 물러날 시기가 왔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이번 그랑프리는 공석으로 남아 있던 헤비급 챔피언 왕좌도 걸려 있었다.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베이더는 전설의 파이터 표도르를 꺾고 벨라토르 최초 두 체급 챔피언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베이더는 8강전에서 킹 모, 4강전에서 맷 미트리온을 꺾고 결승전에 올랐다. 이번 승리까지 7연승을 기록하고 전적 27승 5패 전적을 쌓았다.

UFC에서 2연승 하다가 이적한 벨라토르에서 5연승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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