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수(왼쪽)가 쟈코모 레모스에게 타격전에서 완패하며 무제한급 타이틀을 지키지 못했다. ⓒ 이교덕 기자
[스포티비뉴스=구로동, 박대현 기자] 이상수(37, 팀 매드)는 유도로 운동을 시작했다.

깃을 잡은 뒤 매치기나 후리기, 업어치기 동작을 10년 넘게 반복했다. 2004년 종합격투기로 진로를 튼 뒤에도 습관은 어디 안 갔다.

유도식 후리기 테이크다운으로 중심을 뺏고 파운딩 연타를 꽂는 게 공식이었다.

재능이 풍부했다. 삼보에도 발을 들였다. 잠깐 발 담그고 뺀 수준이 아니었다. 국가 대표로까지 뽑혀 활약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삼보 월드컵 100kg급에서 세 차례 우승했다. 이듬해 11월엔 세계 정상급 강자들이 다 모이는 세계삼보선수권대회에서 100kg급 은메달을 땄다. 우리나라 최초였다.

입식타격기 경험도 쌓았다. 2014년 전국체육대회 킥복싱 헤비급에서 준우승했다. 입식타격기 대회 타스(TAS) 10에선 메인이벤터로 나섰다.

종목을 오가며 다양한 격투를 체험한 게 파이터로서 큰 자산이 됐을 터. 쓸 수 있는 카드가 다양하다.

타격전을 예고했다. 이상수는 엔젤스 파이팅(AFC) 10 계체에서 "상대가 유도 베이스인데도 타격으로 날 잡겠다고 큰소리치더라. 나 역시 주먹으로 맞불을 놓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입식 경험도 풍부한 만큼 킥복싱을 메인 삼아 상대를 눕히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허나 결과를 거머쥐지 못했다. 무제한급 타이틀을 놓고 주먹을 맞댄 경기에서 고개를 떨궜다.

이상수는 28일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AFC 10 쟈코모 레모스(31, 브라질)와 무제한급 타이틀전에서 2라운드 종료 닥터 스톱 TKO패 했다.

혈전을 치렀다. 1라운드 2분도 지나지 않아 두 선수 얼굴, 가슴이 피투성이가 됐다. 이상수는 왼쪽 귀 레모스는 오른 측두부가 찢어져 붉은 빛이 돌았다. 

이상수가 간간이 묵직한 주먹을 레모스 안면에 넣었다. 관중석에서 탄성이 흘렀다. 주도권을 쥐는 듯싶었다.

허나 레모스도 만만찮았다. 이상수가 복부쪽으로 파고들 때 빠르게 뒷손 카운터를 날리며 상대를 움찔하게 만들었다. 라운드 종료 1분 전엔 이상수 뒷목을 잡고 힘 있는 니킥을 여러 차례 꽂았다.

2라운드 2분쯤 레모스가 승기를 잡았다. 강력한 원투 스트레이트로 이상수 등을 케이지에 대게 했다. 이어 니킥과 왼손 훅, 어퍼컷 등 다앙한 타격 기술로 파트너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계체에서 "타격으로 눌러주겠다"고 말한 출사표가 허언이 아니었다.

결국 2라운드가 끝난 뒤 링 닥터가 고개를 저었다. 이상수 몸 상태가 더는 경기를 치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상수는 통산 13번째 쓴잔(18승 1무효)을 마셨다. 레모스는 MMA 데뷔 5연승을 달리며 단단한 입지를 구축했다.

▲ 서진수(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강한 로블로를 맞고도 승리를 챙겼다. 주먹을 맞댄 장원준이 불의의 발목 부상으로 링 닥터로부터 1라운드 종료 뒤 경기 불가 판정을 받았다. ⓒ AFC 제공
◆ 환히 웃은 '정찬성 수제자'…1라운드 닥터 스톱 TKO승

서진수(30, 코리안 좀비 MMA)는 정찬성 수제자로 알려져 있다. 서로간 믿음이 깊다.

지난해 11월 UFC 파이트 나이트 139에서 프랭키 에드가와 붙을 예정이던 정찬성은 뜻밖의 난관을 마주했다. 맞상대가 '킥 달인' 야이르 로드리게스로 갑자기 변경됐다.

그때 급히 미국 덴버로 호출한 동료가 바로 서진수다. '벼락치기 과외'를 맡길 정도로 신뢰가 두텁다.

당시 정찬성은 SNS에 "대한민국 최고 태권 파이터 서드리게스 덴버 팀에 합류"라고 적었다. 격투 실력을 인정한 것이다.

서진수는 태권도 선수 출신으로 밴텀급 기준으론 큰 키(170cm)와 뛰어난 완력, 터프한 경기 운영이 빛나는 파이터.

이날 경기에선 운영의 묘를 보여줬다. 섣불리 덤비지 않고 차분하게 거리를 재며 주먹다툼을 벌인 끝에 2연승을 매조졌다. 

서진수는 '헬보이' 장원준(34, 팀 마초)과 밴텀급 매치에서 1라운드 종료 닥터 스톱 TKO승을 거뒀다. 링 닥터가 경기 중 발복을 다친 장원준 상태를 경기 불가로 판단해 행운 섞인 승리를 챙겼다.  

초반 '거리 싸움'이 치열했다. 둘 모두 자기 거리를 먼저 찾기 위해 잽과 로 킥, 기습적인 스트레이트를 두루 넣었다. 서로가 한두 차례씩 유효타를 꽂으며 기싸움을 팽팽하게 벌였다.

1라운드 종료 1분 전 서진수가 포문을 열었다. 장원준 태클을 되치기해 첫 테이크다운을 뺏었다. 이후 오른발이 묶인 상태에서도 묵직한 파운딩을 두세 번 꽂았다. 

미묘한 우위 속에 첫 라운드를 마쳤다.

승리는 의외의 지점에서 나왔다. 링 닥터가 장원준을 경기 불가 상태로 판단했다. 태클 시도 과정에서 되치기 당할 때 발목을 다친 듯보였다. 결국 1라운드 종료 닥터 스톱 TKO로 밴텀급 빅매치가 마무리됐다. 

2연승을 완성한 서진수는 통산 5승째(2패)를 신고했다. 불의의 발목 부상으로 고개를 숙인 장원준은 총 전적이 4승 3패로 바뀌었다. 

▲ 이도겸(오른쪽)이 사사키 후미야를 경기 시작 2분 42초 만에 쓰러뜨렸다. ⓒ AFC 제공

▲ 이도겸(오른쪽)은 한일전 승리로 국내 격투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 이교덕 기자
.◆ 화끈한 국내 신고식…한일전 완승 거둔 '꽃미남 파이터'

'언데드' 이도겸(30, 왕호 MMA)이 사사키 후미야(36, 일본)를 경기 시작 2분 42초 만에 펀치 TKO로 잠재웠다. 페더급 체중으로 붙은 AFC 데뷔전에서 화끈한 승리로 국내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주먹과 발이 날카롭게 오갔다. 둘 모두 빼어난 핸드 스피드를 앞세워 수준 높은 타격전을 보였다. 

허나 승부는 이른 시간에 갈렸다. 1라운드 2분 20초쯤 이도겸이 완벽한 하이킥으로 사사키를 휘청거리게 했다. 

이때 사실상 승리 추가 이도겸에게 기울었다. 멈추지 않고 전진 스텝을 밟은 이도겸은 가속 기어를 올리듯 딱 딱 주먹을 꽂았다. 

오른손 스트레이트로 사사키를 뒷걸음질치게 한 뒤 왼손 잽 두 방과 뒷손 스트레이트로 상대를 고꾸라뜨렸다. 주먹 뻗는 속도만큼이나 신속하게 매듭지은 완승이었다.

AFC 무대를 통해 국내 격투 팬들에게 첫 인사를 건넨 이도겸은 통산 6승째(2패)를 신고했다. 사사키는 4연패 늪에 빠지며 총 전적이 9승 17패 2무효로 바뀌었다.

▲ 장현지(오른쪽)가 박보현을 꺾고 AFC 여성 스트로급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 이교덕 기자
◆ 여성 스트로급 첫 안주인에 오른 '코리안 사모아인'

'코리안 사모아인' 장현지(27, 더쎄진)가 AFC 여성 스트로급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마녀' 박보현(21, 웨스트짐)을 3라운드 종료 3-0 판정으로 이기고 왕좌에 앉았다.

초반부터 불꽃이 튀었다. 둘 모두 헤드를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주먹과 발을 섞었다. 원투, 로 킥 조합으로 상대를 괴롭혔다.

경기 시작 46초쯤 박보현이 장현지를 들쳐 매고 테이크다운을 뺏었다. 이후 등에 올라타 장현지 머리에 오른손 파운딩을 연달아 꽂았다.

힘 좋은 장현지가 별 대응을 못할 정도로 누르는 힘이 빼어났다.

1라운드 종료 1분 37초 전 박보현이 다시 중심을 무너뜨렸다. 허나 이번에는 장현지가 빠르게 상체를 일으키며 포지션을 내주지 않았다.

오히려 장현지가 틈을 노리다 길로틴 초크 그립을 잡았다. 약 15초간 상대 목을 힘 있게 감싸다가 그립이 빠지려 할 때 재빨리 물러섰다. 상당한 데미지를 입혔다.

케이지에 두 여성 파이터 호흡 소리와 박보현 세컨드 지시만 들렸다. 그만큼 팽팽했고 짙은 긴장감이 서렸다.

2라운드에선 클린치 싸움이 이어졌다. 박보현이 장현지를 움켜쥐고 위력적인 니킥을 넣었다. 퍽 퍽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리치에서 우위가 크지 않은데도 주먹을 뻗는 타이밍이 반박자 빨랐다.

장현지는 카운터로 맞불을 놨다. 머리를 살짝 옆, 뒤로 뺀 뒤 쭉 뻗는 잽이 효과적이었다. 1라운드부터 붉게 물들기 시작한 박보현 얼굴이 어느새 피 범벅이 됐다. 코와 입 주변이 벌겋게 물들었다.

장현지는 3연승에 성공하며 총 전적을 3승 1패로 쌓았다. 박보현은 종합격투기 데뷔전에서 쓴잔을 마셨다.

■ AFC 10 결과

[입식 미들급] 김도윤 vs 김상호
김도윤 연장 1라운드 종료 3-0 판정승

[여성 스트로급 타이틀전] 박보현 vs 장현지
장현지 2라운드 종료 3-0 판정승

[헤비급] 정철현 vs 강지원
강지원 1라운드 4분 6초 펀치-파운딩 TKO승

[입식페더급] 권기섭 vs 안찬주
권기섭 3라운드 종료 3-0 판정승

[웰터급] 사샤 팔라트니코브 vs 안재영
사샤 팔라트니코브 3라운드 종료 3-0 판정승

[밴텀급] 서진수 vs 장원준
서진수 1라운드 종료 닥터 스톱 TKO승

[페더급] 사사키 후미야 vs 이도겸
이도겸 1라운드 2분 42초 펀치 TKO승

[무제한급 타이틀전] 이상수 vs 쟈코모 레모스
쟈코모 레모스 2라운드 종료 닥터 스톱 TKO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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