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담히 생각을 밝힌 벤투 감독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국제공항, 유현태 기자] 당장의 쓴 결과가 영원한 실패가 되리란 법은 없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지난 25일(한국 시간)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카타르에 0-1로 패배했다. 59년 만에 우승에 도전했던 대회에서 중거리 슛 한 방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귀국길에 오른 벤투호는 28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해산했다.

탈락을 두고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부상이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부터 손흥민의 중국전 출전, 의료 스태프 거취, 파울루 벤투 감독의 완고한 선수 기용, 체력 관리 문제, 심지어 군 면제와 관련된 동기부여 문제까지. 지금의 벤투호는 마치 문제점밖에 없는 팀처럼 보인다. 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모든 과정이 틀렸다고 말할 순 없다.

결과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결과물을 평가하는 것은 쉽다. 한국 사람이라면 김치를 담구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어떤 김치가 맛있는지는 쉽게 평가할 수 있다. 아시안컵을 우승하는 것은 어렵고, 벤투호의 부진을 비난하긴 쉽다. 무엇이 합리적인 비판이고, 또 어떤 것이 '패배'라는 결과 때문에 나온 감정적 비난인지 구분해야 하지 않을까.

벤투호의 목표는 카타르 월드컵이다. 아시안컵은 '결과'지만 동시에 월드컵으로 가는 '여정'이다.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구자철은 "모든 성공과 실패에는 과정이 뒤따른다. 목표를 정하고, 이를 이루기 전까지는 과정이란 것을 거쳐야한다. 그 과정에서 실패와 실수가 나타나기도 한다"면서 지지를 보내주길 부탁했다. 구자철이 무작정 결과에 대한 수용을 요구하지는 않았을 터. 이제 갓 시작한 벤투호를 시간을 두고 지켜봐달라는 뜻일 것이다.

지난해 11월 독일에서 만난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의 목소리도 마찬가지다. 독일은 러시아 월드컵 실패에도 요아힘 뢰브 감독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독일은 실패를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유로2000에서 성적이 나지 않자 유스 시스템을 정비했다. 이후 2009년 유럽축구연맹 21세 이하 챔피언십 우승과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우승으로 이어졌다. 독일이란 나라는 문제가 생기면 토론을 활발하게 해 의제를 도출한다. 그게 독일의 장점이다. 여러 의견이 나오면 모아서 영향을 준다."

사실 축구는 원래 변수가 많다. 축구공이 둥글다는 말도 있지 않나. 강팀은 그러한 변수를 줄이는 것이 과제다. 아직 출범 5개월이 갓 지난 벤투호는 아직 여물지 못했다. 선수 구성이나 기용, 정신력 등 아직 벤투 감독과 함께 만들어가야 할 점이 많다. 부상 등 변수에도 더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하고, 운도 따른다면 금상첨화다.

매 경기 승리, 무승부, 패배가 갈리는 축구의 세계에서 항상 승리하는 팀은 없다. 한국은 불과 7개월 전 러시아에서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을 2-0으로 이겼다. 당시 한국의 FIFA랭킹은 57위. 독일과 격차는 무려 56계단이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53위 한국이 40계단 아래 카타르에 0-1로 패한 것은 오히려 작은 이변일지도 모른다. 독일이 이길 때 우리가 환호했던 것처럼, 한국을 이기고 환호하는 팀들도 존재할 수 있다. "대체 어떻게 필리핀, 키르기스스탄에 고전하고, 카타르에 패할 수 있냐"는 말은 "대체 한국에 어떻게 패할 수 있냐"는 독일인들의 발언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귀국한 벤투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발견한 해결책을 조금이나마 설명했다. 점유를 골로 바꿀 수 있는 효율적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 스타일은 유지한 채 완성도를 높일 것을 예고했다. "우선은 공격이 중요하다. 기회를 만드는게 중요하다. 그리고 그 기회를 더 효율적으로 살려야 한다. 보다 많은 찬스를 만들어 내고 득점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고민해보겠다."

이제 한국 축구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향해 뛴다. 실패를 결과로만 생각한다면 이번 아시안컵은 대 실패다. 하지만 3년 반 뒤를 생각한다면 벤투호의 약점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 이미 나온 결과에서 무엇을 고쳐나갈 것인지 비전을 찾는다면 '일시적 실패'는 '다음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것은 비단 축구의 문제가 아니라 인생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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