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호주 오픈 1회전에서 탈락한 뒤 관중들의 격려에 답례하는 앤디 머레이 ⓒ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영국의 희망'으로 불리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앤디 머레이(32, 영국, 225위)가 고관절 수술을 받았다.

머레이는 30일(이하 한국 시간) 자신의 개인 SNS에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 게시물에서 그는 "28일 런던에서 수술을 받았다. 지금은 매우 힘들지만 회복하면 통증이 사라질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머레이는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로저 페더러(38, 스위스, 세계 랭킹 3위) 라파엘 나달(33, 스페인, 세계 랭킹 2위) 노박 조코비치(32, 세르비아, 세계 랭킹 1위)와 '빅4'로 불렸다. 머레이는 이들과 만나면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영국 테니스의 자존심으로 떠올랐다.

머레이는 4개 그랜드슬램 대회(호주 오픈 롤랑가로스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오픈)에서 모두 3번 우승했다. 그는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11번이나 결승에 진출했지만 우승 컵을 들어 올린 것은 세 번에 그쳤다.

'만년 이인자'라는 꼬리표가 붙었지만 2012년 US오픈에서 처음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듬해 윔블던 결승에서는 조코비치를 꺾고 우승 컵을 들어 올렸고 2016년 이 대회에서 다시 정상을 탈환했다.

▲ 2016년 윔블던에서 우승한 뒤 홈 팬들의 갈채를 받는 앤디 머레이 ⓒ GettyImages

이해 남자 프로 테니스(ATP) 투어 파이널 결승에서도 조코비치를 잡고 최종 승자가 됐다.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던 그는 '빅4' 가운데 가장 꾸준한 성적을 거뒀다.

특히 머레이는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2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그는 2015년에는 영국을 테니스 국가 대항전인 데이비스 컵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머레이도 '부상의 덫'을 피하지 못했다. 고질적인 허리와 고관절 통증은 그의 상승세에 발목을 잡았다. 결국 2017년 US오픈부터 이듬해 윔블던까지 코트에 서지 못했다.

머레이는 지난해 US오픈에서 그랜드슬램 대회에 복귀했다. 그러나 2회전에서 탈락했고 올해 호주 오픈에서는 1회전에서 로베르토 바우티스타 아굿(스페인, 세계 랭킹 18위)에게 2-3으로 석패했다.

선수 생활을 오랫동안 지속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그는 "올해 윔블던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이번에 수술을 받으며 올해 윔블던 출전도 불투명해졌다. 머레이는 미국 일간지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일부 운동선수들은 부상을 안고 대회에 돌아갔지만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수술을 받는 이유는 프로 스포츠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해서다"라고 덧붙였다.

▲ 고관절 부위 수술을 받은 앤디 머레이가 개인 SNS에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사진을 올렸다. ⓒ 앤디 머레이 인스타그램 캡쳐

테니스 선수들은 수술한 경험이 있는 에드윈 수 박사는 "통증은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선수로서 다시 예전의 기량을 회복할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현재의 상태를 볼 때 머레이가 전성기의 기량을 회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페더러와 나달 그리고 조코비치가 부상과 슬럼프를 극복하고 여전히 최고의 기량을 펼치고 있다. 이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온 머레이가 수술을 받음에 따라 '빅4의 시대'는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고 '빅3 시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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