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알리나 자기토바(오른쪽)와 은메달리스트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 ⓒ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1년 전, 여자 피겨스케이팅계는 쉽게 넘을 수 없었던 '투톱'이 존재했다. 알리나 자기토바(16)와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19, 이상 러시아)는 예상대로 치열하게 금메달 경쟁을 펼쳤다.

총점 239.57점을 받은 자기토바는 메드베데바(238.26점)를 1.31점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들은 각종 국제 대회에서 다른 선수들을 압도적으로 제쳤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이들의 상승세를 계속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평창 올림픽을 매혹했던 이들은 올 시즌 고전하고 있다. 자기토바는 올림픽이 끝난 뒤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5위에 그쳤다. 지난해 12월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트리플 악셀을 앞세운 기하라 리카(16, 일본)에 밀려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자기토바는 지난 21일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막을 내린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우승에 도전했다. 그러나 프리스케이팅에서 급격히 흔들렸고 소피아 사모두로바(17, 러시아)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자기토바는 올림픽이 끝난 뒤 성장통으로 고생했다. 그는 2017~2018 시즌 7개 대회에 출전해 올림픽을 포함한 6개 대회를 싹쓸이했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프로그램을 클린하며 빈틈이 없는 경기력을 펼쳤다.

▲ 알리나 자기토바 ⓒ 곽혜미 기자

그러나 자기토바는 올 시즌 프로그램 클린 성공률이 현저히 떨어졌다. 특히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지속적으로 회전수 부족 판정이 지적되고 있다. 유럽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는 4개의 점프가 회전수 부족으로 다운그레이드, 혹은 언더 로테 판정을 받았다.

자기토바와 비교해 메드베데바는 한층 심각하다. 그는 2015~2016 시즌부터 2017~2018 시즌까지 총 11개 국제 대회에 출전해 무려 10개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따까지만 해도 평창 올림픽에서 메드베데바가 우승하는 것은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그러나 메드베데바는 올림픽을 앞두고 뜻하지 않은 불청객이 찾아왔다. 발목 부상으로 2017년 12월에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에 불참한 그는 올림픽에서 선전했지만 후배인 자기토바에 무릎을 꿇었다.

또한 올림픽을 마친 뒤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찬란했던 시절에 자신을 이끌어준 에테리 투트베리제(러시아) 코치와 작별했다. 투트베리제 코치 밑에는 라이벌인 자기토바도 있었다. 메드베데바는 자기토바와 선의의 경쟁을 약속했지만 라이벌과 한솥밥을 먹기엔 불편한 점이 많았다.

결국 투트베리제 코치의 둥지를 떠난 메드베데바는 브라이언 오서(캐나다) 코치와 손을 잡았다. 메드베데바는 '플러츠(플립에 가까운 잘못된 러츠 점프)'라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오서 코치는 만난 뒤 그는 대대적인 리빌딩에 들어갔다.

뒤늦게 약점 보완에 나선 메드베데바의 결과는 좋지 못했다. 그랑프리 스케이트 캐나다에서는 동메달에 그쳤고 프랑스 트로피에서는 4위에 머물며 처음으로 메달권 밖으로 밀려났다. 결국 메드베데바는 파이널 진출 실패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 ⓒ 곽혜미 기자

러시아를 대표하는 '투톱'이 주춤하는 사이, 일본의 기대주 기하라가 파이널에서 우승했다. 자기토바는 제 기량 회복은 물론 기하라를 뛰어넘기 위해 트리플 악셀 완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메드베데바는 평창에서 꿈에 그리던 올림픽 메달을 놓쳤다. 당시 그는 "내가 정말 사랑하는 피겨스케이팅을 4년 뒤(베이징 올림픽)까지 계속하고 싶다"며 다시 올림픽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올림픽이 끝난 뒤 힘겨운 시즌을 치르고 있다. 자기토바와 메드베데바의 몰락은 지난해 12월 23일 막을 내린 러시아선수권대회에서 절정에 달했다. 자기토바는 이 대회 여자 싱글에서 5위에 그쳤고 메드베데바는 7위로 부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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