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서니 데이비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뉴올리언스 펠리컨스가 선택을 앞두고 있다. 구단의 미래가 바뀔 수 있는 중요한 선택이다.

팀 내 에이스이자 현재 NBA(미국프로농구) 최고 빅맨인 앤서니 데이비스(26, 211cm)가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데이비스는 2020년 여름 FA(자유 계약)가 된다.

뉴올리언스와 데이비스의 관계는 사실상 끝났다. 지난달 31일(이하 한국 시간) 뉴올리언스는 구단 SNS와 홍보 영상에 모두 데이비스의 흔적을 지웠다. '뉴욕 타임스'는 "트레이드가 되기 전까지 데이비스는 뛰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된 이상 뉴올리언스는 데이비스를 트레이드해 크게 한 몫 챙기려는 심산이다. 유망주와 미래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잔뜩 받아내 리빌딩의 주춧돌로 삼으려는 계획인 것이다.

이제 뉴올리언스의 선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트레이드 마감 시한인 8일 전까지 데이비스를 처분하는 것. 또 하나는 올 시즌을 넘어 장기전에 들어가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장단점이 있다.

▲ 카일 쿠즈마와 론조 볼(왼쪽부터).
1. 시즌 중 트레이드? 데이비스의 LA 레이커스행은 기정사실

뉴올리언스가 트레이드 마감 시한 전에 데이비스를 내놓기로 결정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럴 경우 현 NBA 팀들 중 뉴올리언스에게 가장 많은 걸 안겨줄 팀은 LA 레이커스다.

레이커스엔 카일 쿠즈마, 론조 볼, 브랜든 잉그램, 이비카 주박, 조시 하트 등 잠재력 풍부한 유망주들이 넘쳐난다. 르브론 제임스와 함께 우승을 이끌 올스타 선수를 원하는 레이커스도 데이비스 영입에 적극적이다. 뉴올리언스는 데이비스의 대가로 최소 유망주 셋 이상, 미래 드래프트 지명권과 플러스 알파를 손에 얻을 수 있다.

데이비스의 가치가 최고 정점에 달했을 때 트레이드를 하고 싶다면 지금 해야 한다. 데이비스 트레이드가 장기전이 되면 될수록 뉴올리언스 팀 분위기는 엉망이 된다. 리빌딩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하루라도 빨리 전열을 가다듬고 팀 분위기를 수습하는 것이 우선이다.

물론 뉴올리언스 팬들에겐 이 정도 대가도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데이비스를 내주며 그와 똑같은 가치의 무언가를 받을 순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FA까지 1시즌 반이 남은 데이비스가 공개적으로 트레이드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뉴올리언스는 좋든 싫든 데이비스를 처분해야 한다. 급한 건 뉴올리언스다.

▲ 제이슨 테이텀.
2. 장기전으로 간다면 보스턴 셀틱스행↑

뉴올리언스가 장기전을 선택한다면 얘기는 조금 달라진다. 레이커스보다 더 좋은 패를 많이 가지고 있는 보스턴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보스턴 역시 데이비스를 원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나설 수 없다. 데이비스와 보스턴의 카이리 어빙이 지정 루키 연장 계약으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NBA에선 한 팀이 지정 루키 연장 계약이 되어 있는 선수 2명을 트레이드로 영입할 수 없다. 보스턴은 2017년 여름 어빙을 트레이드로 데려왔기에 데이비스까지 트레이드로 품을 수 없는 것이다.  

때문에 보스턴이 데이비스를 데려오기 위해선 어빙이 FA가 되는 7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보스턴이 어빙과 재계약을 맺거나, 어빙이 떠난다면 데이비스를 데려올 수 있다. 물론 보스턴은 어빙도 잡고 데이비스도 트레이드로 데려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뉴올리언스가 원하는 카드는 레이커스보다 보스턴이 더 많이 가지고 있다. 보스턴엔 제이슨 테이텀, 제일린 브라운, 테리 로지어 등 레이커스 못지않은 유망주들을 보유하고 있다. 알 호포드, 마커스 모리스, 마커스 스마트 등 당장 팀 전력에 보탬이 될 베테랑들도 있다.

무엇보다 레이커스와의 차이는 드래프트 지명권 순위다. 보스턴은 최근 몇 년 동안 대니 에인지 단장의 주도로 미래 드래프트 1라운드 상위 지명권을 모아왔다. 갖고 있는 지명권의 양과 질에서 보스턴은 레이커스를 압도한다.

보스턴은 지난달 31일 뉴올리언스와 만나 “인내심을 갖고 올 여름까지 기다려 달라. 우리는 카이리 어빙을 제외한 모든 선수를 트레이드 목록에 올릴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 다수의 유망주 및 미래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패키지로 뉴올리언스를 설득하고 있는 것이다.

뉴올리언스가 데이비스를 내주고 더 많은 이득을 보기 위해선 보스턴과 트래이드를 해야 한다. 시즌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데이비스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는다면 보스턴, 레이커스 외에도 토론토 랩터스,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등 다른 빅클럽들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데이비스의 가치는 올라간다.

하지만 몇 달 후 시장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혹시라도 데이비스에게 건강 문제가 생긴다면 가치는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레이커스나 보스턴이 유망주들의 성장으로 올 시즌 우승 또는 그에 근접한 성적을 낸다면 데이비스 트레이드에서 손을 뗄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뉴올리언스의 선택지가 많지 않아진다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 지난해 올스타전에서 한 팀에서 뛴 르브론 제임스와 앤서니 데이비스(왼쪽부터).
3. 지금까지의 분위기는 레이커스가 유리하다

그렇다면 데이비스 트레이드와 관련해 현재까지 흘러가는 분위기는 어떨까? 미국 현지에선 레이커스가 웃을 만한 소식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먼저 데이비스의 에이전트 리치 폴은 레이커스의 르브론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에이전트 파워가 막강한 NBA 이적 시장에서 이는 레이커스에게 분명 유리한 흐름이다.

데이비스도 레이커스행을 바라고 있다. 'ESPN'은 데이비스가 레이커스가 아닌 다른 팀으로 갈 경우 연장 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데이비스를 원하는 많은 팀들은 구매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레이커스로선 데이비스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라이벌 구단이 애인지 단장의 보스턴인 점도 오히려 호재일 수 있다. 애인지 단장의 별명은 '거상', 사기꾼'이다. 선수 보는 눈이 뛰어나고 절대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기에 붙여진 별명이다.

그동안 보스턴과 트레이드를 한 대다수의 팀들은 시간이 지나 땅을 치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이유로 NBA 29개 팀 단장들이 트레이드 상대로 제일 꺼려하는 구단이 보스턴이다.

트레이드 마감 시한 전까지 이제 약 일주일 남았다. 뉴올리언스가 언제 데이비스를 트레이드하느냐에 따라 레이커스와 보스턴의 미래도 바뀐다. 이제 뉴올리언스의 선택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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