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알던 조제 알도가 돌아왔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폭군(暴君)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다른 사람을 힘이나 권력으로 억누르며 사납고 악한 짓을 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조제 알도(32, 브라질)는 옥타곤 데뷔 전부터 종합격투기에서 페더급 최강자로 이름을 얻었다. WEC 시절 독보적인 챔프로 군림했다.

2009년 6월 전성기 서막을 열었다. 격투 팬들 뇌리에 이름을 진하게 새겼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서 열린 WEC 41에서 컵 스완슨을 경기 시작 8초 만에 플라잉니로 잠재웠다. 5경기 연속 (T)KO승 완성.

'알도 대망론'이 고개를 들었다. 자신과 나란히 떠오르는 샛별로 꼽혔던 스완슨을 완벽하게 제압하면서 입지를 달리 했다.

스완슨을 제물로 타이틀전 티켓을 손에 쥔 알도는 그해 11월 WEC 44에서 챔피언 마이크 브라운을 펀치 TKO로 꺾었다. 새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렸다.

WEC 아이콘 유라이아 페이버를 눕히고 왕좌를 차지했던 브라운이 신성에게 말 그대로 완패했다.

알도는 한 수 위 타격 능력을 뽐내며 브라운을 압도했다. 당시 많은 언론이 '격투 카테고리가 주짓수에 치우쳐 있다'는 브라질 파이터 편견을 깨부수는 선수라며 새로운 1인자 출현을 반겼다.

이후 타이틀 9차 방어에 성공했다. 페이버와 채드 멘데스, 프랭키 에드가와 리카르도 라마스 등 내로라하는 강자를 모두 꺾었다. 2006년부터 약 10년간 18연승을 질주하며 MMA 페더급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파이터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더 타이런트 오브 더 링(the tyrant of the ring)'. 링 위 폭군, 케이지 독재자란 호칭이 이름 앞에 자리했다.

돌덩이 같은 왼손 잽과 로 킥으로 자기 거리를 찾은 뒤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돌진하는 야수성이 알도를 설명했다. 무대 바깥에선 예의를 잃지 않는 무도가 캐릭터를 보인 점도 팬들 사랑을 더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2011년부터 시작된 UFC 페더급은 이론 여지 없이 '알도의 시대'였다. 알도는 전 체급 통틀어 가장 강력한 챔피언 중 하나였다"고 평가했다.

당대 최강 위용을 자랑하던 알도가 처음으로 커리어에 균열이 난 순간은 2015년 12월. 코너 맥그리거에게 그 유명한 '13초 KO패'를 당하면서 명성에 흠집이 났다.

둘 가운데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은 매치업이긴 했다. 그러나 이렇게 일찍 승패가 갈릴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 경기는 당시 '사고'라는 인식이 꽤 있었다. 두 선수 모두 뭔가를 제대로 보여주기도 전에 승부가 난 탓이다. 재대결이 이뤄지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확신할 수 없다는 신중론이 힘을 얻었다.

진짜 위기는 맥그리거 전 이후 찾아왔다. '차세대 폭군' 맥스 할로웨이에게 연패했다. 치명적이었다. 2015년과 분위기부터가 달랐다.

2경기 연속 똑같은 흐름과 내용으로 펀치 TKO 패했다. 무기력하게 고개를 떨궜다. 할로웨이에게 당한 수모는 사실상 알도 시대가 완벽히 저물었음을 가리켰다.

하지만 커리어까지 무기력하게 끝내진 않았다.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답게 품위 있는 마무리를 보이고 있다.

3일(이하 한국 시간) UFC 파이트 나이트 144 코메인이벤트에서 '포스트 알도'로 평가 받는 헤나토 모이카노와 주먹을 맞댔다. 메인이벤터가 아니면서 언더독으로 나선 경기. 여러모로 알도에겐 어색한 환경이었다.

낯선 환경은 그러나 10년 넘게 쌓아 온 관록과 노련미를 더 돋보이게 한 장치가 됐다. 180cm에 이르는 장신 타격가 모이카노를 상대로 쉴 새 없는 펀치 러시를 통해 승리를 챙겼다.

2라운드 38초쯤 왼손 훅으로 휘청거리게 한 뒤 니킥과 어퍼컷, 양손 연타로 레프리 스톱 사인을 이끌어냈다. 제레미 스티븐스 전에 이어 2연승을 달리면서 통산 전적을 28승 4패로 쌓았다. UFC와 단 2경기 계약을 남겨둔 알도는 목표인 30승을 채우고 올해 안에 은퇴하겠다는 아름다운 퇴장을 계속 꿈꿀 수 있게 됐다.

다음 행보는 페더급이 아닌 라이트급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 전날인 지난 2일, 전 라이트급 챔피언 앤서니 페티스와 오는 5월 브라질에서 붙기로 구두합의했다. 

알도는 더는 무리하게 타이틀전을 치를 생각이 없다고 했다. 할로웨이와 재대결은 계획에 없다고 못박은 셈이다.

전 세계 격투 팬들 시선이 알도의 '마지막 1년'에 집중되고 있다. 스티븐스와 모이카노에게 보여준 전 챔프 위용은 그 관심을 더 살찌운다. 한때 폭군으로 불렸던 사나이,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알도가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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