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뺑반' 스틸. 제공|쇼박스
[스포티비뉴스=이은지 기자] 한국영화 중 화려한 액션이 나오면 '할리우드 버금가는'이라는 수식어가 종종 붙는다. 가장 기본적인 제작비부터 로케이션 상황 등 할리우드와 같은 액션을 만들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할리우드 액션에 견줄만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충무로 액션'을 만드는 것이다. 영화 '뺑반'의 카체이스처럼 말이다.

영화 '뺑반'(감독 한준희)은 대중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경찰 내 뺑소니 전담반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시작은 광역수사대 내사과다. 경찰청장의 비리를 파헤치던 내사과는 역으로 공격을 당하고 뿔뿔이 흩어진다. 그중 은시연(공효진)은 이른바 '뺑반'으로 좌천된다.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은 은시연이 뺑반으로 간 뒤다. 최근 접수된 뺑소니 사고가 내사과에서 은시연이 쫓던 사업가 정재철(조정석)과 연관이 돼있었던 것. 정재철은 통제불능 스피드광인, 한국 최초 F1 레이서 출신의 JC 모터스의 의장이다. 

은시연은 비밀리에 내사과 수사를 이어가던 중 빵반 내 에이스 서민재(류준열)를 마주친다. 자신이 가는 곳 마다 있는 서민재가 처음에는 거슬렸지만,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그와 동행한다. 

'뺑반'은 생소한 소재를 쉽게 풀어냈고, 액션과 함께 스토리도 버리지 않았다. '뺑소니' '스피드 광' 'JC 모터스' 'F1 레이서 출신' 등 자동차와 관련이 많은 만큼 화려하면서도 강렬한 액션에 대한 기대를 키우는데, 앞서 말한 '할리우드에 버금가는' 액션이 아니라 그만이 할 수 있는 '충무로 카체이스'를 만들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나올 법한 카체이스는 없다. 애초에 '뺑반'은 '분노의 질주'가 아니다. 그보다는 레이스를 펼치는 캐릭터들의 감정에 집중했다. 그저 스피드를 즐기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재철과 자신만의 특별한 사명감을 갖고 뺑소니 사건을 수사하며 재철을 쫓는 민재의 감정은 그들의 얼굴과 카체이스가 더해지면서 시너지를 발휘한다.

이는 '뺑반'만의 장점으로 작용한다. 할리우드 액션을 생각하고 관람을 시작했다면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뺑반'에서만 볼 수 있는 액션이라 아쉽지 않다.

▲ 영화 '뺑반' 스틸. 제공|쇼박스

아쉬운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여성 캐릭터다. 내사과의 활약이 돋보일 것이라 예상했지만, 중반이 넘어갈수록 서민재와 정재철의 대결로 좁혀진다. 은시연 캐릭터는 어느 순간 힘을 잃고 주변인으로 빠지고, 윤지현은 경찰 내부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캐릭터로 전락한다.

이 둘 사이에서 서민재와 정재철은 생생하게 날뛴다. 반전이 있었던 서민재는 진짜 모습을 드러내면서 더욱 입체적인 캐릭터로 그려지고 매력이 더해진다. 정재철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악인의 탄생을 예고한다. 조정석만이 가진 '애 어른' 이미지가 더해지면서 캐릭터는 더욱 생동감있게 살아난다.

1월 30일 개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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