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혁은 지난 3일 두산과 계약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가오슝(대만), 김건일 기자] 40홈런 타자 5명이 쏟아진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 속에서 KBO리그 10개 구단은 모두 '능력 있는 투수 한 명'을 외쳤다.

그러던 와중 한때 특급 불펜으로 불렸던 권혁이 원 소속팀 한화에 방출을 요구했다는 소식은 나머지 9개 구단의 귀를 솔깃하게 했다.

권혁은 불펜으로 성공 시대를 쓴 투수다. 게다가 KBO리그에서 몇 안 되는 시속 140km대 중반의 빠른 공을 던지는 왼손투수다. 불펜투수로 16시즌을 치르며 연투 능력을 검증했으며 나이가 있더라도 1이닝 또는 최소한 왼손 타자 상대 스페셜리스트가 가능하다는 평가 아래 많은 수요가 예상됐다. 한 구단 단장은 "권혁 정도라면 전화기에 불이 날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실제로 권혁은 자유계약으로 풀린 지 단 이틀 만인 지난 3일 두산과 계약해 새 팀을 찾았다.

롯데는 올 시즌 왼손 불펜투수가 가장 필요한 팀으로 꼽혔다. 강영식이 은퇴하고 베테랑 고효준이 부진에 빠졌으며 이번 겨울 또 다른 베테랑 좌완 불펜인 이명우까지 방출했다. 지난 시즌에 10경기 이상 던진 국내 왼손투수는 고효준 밖에 안 남았다.

롯데 프런트는 권혁이 풀렸다는 소식에 쓰임새가 있다고 판단하고 움직였다. 권혁의 몸값은 연봉 2억 원으로 이번 겨울 지출이 없었던 롯데로선 부담되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런데 정작 현장에서 제동을 걸었다. 7일 롯데 관계자는 "현장에 물었더니 젊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비화를 밝혔다.

▲ 차재용은 2017년 고척스카이돔에서 1군 마운드에 섰다. 2년 만에 1군 복귀를 노린다. ⓒ한희재 기자

양상문 롯데 감독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팀을 지휘한 지난해 11월 마무리캠프에서 젊은 좌완들에게 높은 평가를 내렸다. 이 가운데 2015년 2차 2라운드 출신 차재용이 대표적이다. 차재용은 현역 시절 양 감독과 주형광 롯데 수석코치처럼 왼손투수로 지저분한 공을 던진다는 평가 아래 스프링캠프에서 기량을 쌓고 있다.

또 마무리 캠프에서 눈도장을 찍은 2012년 육성 선수 출신 정태승도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개막전 투구를 목표로 공을 뿌리고 있다.

이 밖에 삼성에서 데려온 박근홍과 경험 많은 고효준까지 베테랑 투수들도 한 자리를 노린다.

이같은 행보는 팀이 추구하는 육성 기조에 따른 결과다. 양 감독은 롯데 시절은 물론이고 LG 시절에서도 한 시즌보다 먼 미래를 보고 젊은 선수에게 기회를 줬다. 롯데는 약점으로 꼽혔던 3루수와 포수를 이번 FA 시장에서 보강할 수 있었지만 한동희, 전병우, 안중열, 나종덕 등 젊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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