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련 후 따로 시간을 내 일지를 작성하는 정영일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염경엽 SK 감독은 현역 시절 스타플레이어는 아니었다. 그런 염 감독은 “난 32살이 넘어서 나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했다”고 떠올린다.

한창때는 잘 모른다. 지나고 나서 후회하면 이미 늦는다. 아쉬움을 간직한 염 감독은 후배들이 좀 더 일찍 생각의 시간을 갖길 바란다. 그래서 이번 캠프에 강조하는 것이 바로 “자신의 야구를 돌아보자”는 모토다. 아직 SK에는 그것이 부족한 선수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염 감독은 “내가 어떤 야구를 해야 하는지 확신과 정리만 되어도 기량이 10%는 상승하리라 생각한다”고 확신했다. 

본격적인 캠프 시작에 앞서 염 감독은 “그날 훈련할 때의 내용이나 컨디션, 느낌 등을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런 메시지를 귀담아들은 선수들은 자발적으로 뭔가를 해나가기 시작했다. 플로리다 캠프에 열풍을 일으킨 훈련일지가 대표적이다. 그날 훈련 내용을 정리하면서 내일의 훈련 내용을 머릿속에 그리는 선수들이 부쩍 늘어났다. 추상적인 느낌보다 더 명쾌하고 오래 남는다.

물론 강제적이지는 않다. 이미 훈련일지가 습관처럼 된 선수들도 몇몇 있다. 하지만 이번 캠프부터 훈련일지 작성을 시작한 선수들이 꽤 있다. 정영일 김택형 김재현 서진용 이승진이 대표적이다. 물론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습관이 되면 앞으로의 야구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희망이 곳곳에서 나온다.

정영일은 “내가 어떻게 훈련했고, 훈련할 때 기분이 어떤지 등을 정리하니 도움이 된다. 내가 좋았을 때의 느낌을 계속 살리고자 노력하고 있고, 좋았을 때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그때 내가 어떻게 했었는지 자주 찾아보고 참고한다”면서 “이런 것들이 쌓이면 내년에 캠프에 왔을 때 올 시즌 나의 투구 내용과 결과 등을 참고해가며 준비하는 과정을 유지 혹은 변경하는 등 시행착오가 적어지리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재현 또한 “그날의 날씨, 훈련 내용, 컨디션, 기분 등을 하나하나 기록하고 있다. 기록하다 보니 많은 부분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훈련을 하니 이런 점이 좋아졌다’는 것들이 하나둘씩 정리가 된다”면서 “만약 훈련하다가 어떤 부분이 안 좋아진다면, 그것은 좋았던 것에서 무언가를 잃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 내가 어떤 것을 놓쳤는지 빨리 캐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SK는 생각하는 훈련을 강조한다. 큰 틀의 훈련 일정은 코칭스태프가 짠다. 하지만 그 틀 안에서 무엇에 초점을 맞춰 훈련할지는 오롯이 선수가 결정해야 한다. 예년에 비하면 선수 결정폭이 넓다. 단순히 기계적으로 시키는 것만 따라 해서는 남들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런 측면에서 훈련일지는 좋은 선생님이다.

구단 관계자는 “좋았던 날의 공통적인 부분을 모아 루틴을 만들 수도 있고, 안 좋았던 점은 반복하지 않는 등 실수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선수들의 자아 성찰을 반겼다. 트레이 힐만 전임 감독은 자율적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 토대에 선수들의 생각이 체계적으로 쌓이고 있다는 점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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